하지만 모든 재벌들이 슈퍼카 수집이라는 취미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 상황에 맞게 실용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 가격과 상관 없이 특정 브랜드에 애정을 품고 있기도 합니다.
막대한 재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소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갑부들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워렌버핏은 세계 최고 갑부 중 한 명이지만 그에 비해 검소한 생활 습관을 가져 화제가 된 인물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자 가장 뛰어난 투자자로 평가받는 그의 재산은 한화로 약 159조에 달합니다. 이 정도 재산이라면 슈퍼카 수집을 취미 삼아 차고를 화려하게 채울 수도 있겠지만 워렌버핏은 재산을 과시하기 위해 차를 사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는 2006년 캐딜락 DTS을 구매해서 오랫동안 타고 다녔으며 2014년이 되어서야 2014년형 캐딜락 XTS를 새로 구매했습니다. 그가 캐딜락 XTS를 구매했던 금액은 4만 5000달러로 당시 한화로 약 5000만 원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전체 재산의 0.01%도 되지 않는 금액입니다. 심지어 이 차를 구매한 것도 본인 의지가 아니라 아버지의 차가 너무 낡아서 새로 교체해야 한다는 딸의 설득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는 과거 포브스에서 했던 인터뷰에서 “저는 1년에 5,600km 정도만 운전하기 때문에 차를 자주 살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캐딜락 XTS는 브랜드에서 전통적인 편안함을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모델입니다. 그러나 캐딜락이 CT6에 집중하게 되면서 2019년 단종되었습니다.
페이스북을 만든 메타 공동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는 세계에서 돈이 가장 많은 30대입니다. 하지만 그도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상상하는 재벌처럼 고급 스포츠카를 수집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는 오히려 남들에 비해 작은 소형차를 선호합니다.
마크 주커버그가 구매했다고 알려져 있는 차는 ‘2007년식 혼다 어큐라 TSX’, ‘2011년식 혼다 피트’, ‘폭스바겐 MK6 GTI’ 등이 있습니다. 모두 크기가 크지 않은 차들입니다. 특히 혼다 피트를 타고 다니는 것이 자주 목격되었는데 동네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주커버그가 이 차를 운전하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이 많았습니다. 혼다 피트의 가격은 3000만 원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가성비가 좋은 차량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연비가 좋기로 유명하며 컴팩트하고 아담한 크기가 눈에 띄는 소형차입니다.
마크 주커버그는 비싼 스포츠카 대신에 혼다 차를 타고 다니는 이유에 대해 “안전하고 편안하며 과시적이지 않기 때문에 타고 다닌다.”라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는 ‘가급적 생활을 단순하게 만들고 싶다’며 항상 회색 티셔츠를 입을 정도로 미니멀리즘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남들보다 튀지 않아서 편안하게 다닐 수 있고 샌프란시스코의 좁은 길도 어렵지 않게 다닐 수 있는 중소형 차량이야말로 그에게 딱 맞는 차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가 구매한 차 중에서는 몇 십억 원에 육박하는 ‘파가니 와이라’와 같은 슈퍼카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마크 주커버그가 이 차를 타고 다닌 것이 목격된 적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고 2000년부터 2014년까지 CEO로 있었던 스티브 빌머 역시 추정 재산이 100조 이상인 갑부입니다. 미국 프로농구(NBA) LA 클린퍼스의 구단주를 맡을 정도로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는 그의 차 역시 생각보다 검소합니다. 바로 ‘포드 퓨전 하이브리드’입니다.
포드 퓨전 하이브리드는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사이로 클래식한 분위기가 돋보이고 연비도 뛰어난 모델입니다. 하지만 100조에 육박하는 재산을 가진 갑부가 타기엔 다소 저렴한 차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포드에 특별한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스티브 빌머의 아버지인 ‘프레드릭 헨리 발머’가 포드 자동차 관리자로 근무했으며 애사심이 매우 강했기 때문입니다. 포드를 사랑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스티브 발머 역시 포드 자동차를 좋아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2009년 포드 CEO였던 앨런 멀랠리는 이런 스티브 발머에게 2010년형 포드 퓨전 하이브리드를 직접 인도했습니다. 이 포드 퓨전 하이브리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싱크(SYNC) 시스템을 탑재한 100만번째 차라는 의미가 있는 차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포드가 개발한 싱크 시스템은 음성인식 기능을 통해서 핸드폰과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연동시키는 기술입니다. 스티브 발머는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이 포드 퓨전 하이브리드를 자랑스럽게 타고 다녔다고 합니다.
EV라운지 에디터 evloun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