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만원 넘게 냈는데 환불 불가” 테슬라 차주 98명 1심 패소
닷키프레스 조회수
2019~2022년 FSD 옵션 구매자들의 환불 청구,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능 제공을 기다린 차주와 조건부 약속을 인정한 법원의 거리
차는 해마다 나이를 먹는데, 미리 산 소프트웨어의 시간은 언제 시작되나

환불을 요구한 98명, 법원이 본 약속은 달랐다
자동차 옵션에 900만원 넘게 썼다면 무엇을 샀다고 생각할까. 오늘 작동하는 기능일 수도 있고, 머지않아 사용할 기술일 수도 있다. 결제할 때는 둘의 차이가 작아 보인다. 몇 년을 기다리고 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사이 보증기간은 줄고, 주행거리는 늘고, 다음 차를 고민할 시기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29일 판결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테슬라코리아를 상대로 FSD 옵션 대금 반환을 요구한 차주 98명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은 2019~2022년 차량을 구매하면서 900만원이 넘는 옵션 비용을 냈지만, 기대했던 핵심 기능을 쓰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다. 아직 1심 판결이다. 이 결과를 모든 차주의 환불 가능성을 닫은 확정판결로 읽어서는 안 된다.
보도된 재판부 판단의 중심에는 ‘어떤 기능을, 어떤 조건으로 제공하기로 했는가’가 있다. 운전자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을 보장한 계약으로 보지 않았고, 기술 개발과 규제 승인에 따라 기능이 제공된다는 조건도 고려했다. 이미 제공된 주행 보조 기능과 향후 기능을 받을 권리까지 놓고 판단했다는 취지다.
소비자가 기대한 완성 시점과 계약에서 확정한 제공 시점은 같지 않을 수 있다. 법원이 따지는 것은 그 차이다. 다만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오랜 기다림에 대한 만족도까지 대신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소프트웨어를 기다리는 동안 자동차는 늙는다
스마트폰 앱이라면 다음 기기에서도 계속 쓰겠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자동차는 훨씬 비싸고, 한 대를 보유하는 기간에도 한계가 있다. 지금 필요한 기능이라고 판단해 돈을 냈는데 정작 차를 바꿀 무렵까지 기다린다면, 나중에 기능이 완성되더라도 처음 예상했던 효용과는 달라진다.
소비자가 부담한 것은 옵션 가격만이 아니다. 그 돈을 다른 편의장비에 쓰지 않은 선택, 제공 시점을 알 수 없는 채 기다린 시간도 구매 경험에 남는다. 물론 이런 사정이 곧바로 환불의 법적 근거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자동차 회사가 고객 신뢰를 관리할 때 계산에서 빼서는 안 되는 비용이라는 얘기다.
여기서 ‘한국에서는 FSD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고 단순화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제공되는 기능과 대상 차량에는 차이가 있다. 같은 이름의 옵션이라도 차량의 하드웨어, 판매 시점, 적용 지역에 따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소비자가 궁금한 것은 다른 나라의 시연 영상보다 자기 차에서 오늘 무엇이 되는지다.

미래를 팔수록 현재의 설명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자동차 업체들이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판매하는 시대다. 앞으로 업데이트된다는 설명은 이제 드물지 않다. 문제는 결제 화면에서 미래의 가능성이 크게 보이고, 그 가능성을 제한하는 조건은 작게 보일 때 생긴다. 기능 이름을 기억한 고객과 약관 문장을 기억한 회사가 몇 년 뒤 같은 계약서를 놓고 다른 말을 하게 된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기능, 별도 승인이 필요한 기능, 제공 시점이 확정되지 않은 기능은 구매 단계부터 나눠 보여줄 필요가 있다. 특정 기능을 기다리며 구입한 고객에게는 개발 상황뿐 아니라 자신의 차량이 대상에 포함되는지도 꾸준히 설명해야 한다. 기술의 진척을 알리는 것과 고객의 기다림을 관리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소비자 역시 이름만으로 기능 수준을 짐작해서는 곤란하다. 지금 인도받는 차에서 실제로 가능한 범위와 미정인 범위를 구분하고 가격을 판단해야 한다. 이번 1심은 회사에 유리한 결과로 끝났다. 그러나 미래의 기능을 먼저 판매하는 사업이 오래가려면, 판결문 밖에 남은 질문에도 답해야 한다. 고객이 그 차를 타는 동안 약속의 가치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