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차야, 예술품이야?”… 롤스로이스 장인들 ‘0.06mm의 집착’, 그 엄청난 결과물은
이콘밍글 조회수


롤스로이스모터카가 2026년 9월 15일(현지시간), 브랜드 역사상 단 한 대만 제작된 비스포크 모델 ‘팬텀 허밍버드(Phantom Hummingbird)’를 공개했다. 아내에게 헌정하기 위해 한 고객이 의뢰한 이 차량은 롤스로이스 역사상 최초로 전복(abalone) 껍데기를 실내 마케트리 소재로 사용했다.
기본 사양인 팬텀 익스텐디드의 시작 가격이 약 60만 달러(한화 약 8억 1,000만 원)에 달하는 가운데, 9개월 이상의 공정 개발과 희귀 소재가 더해진 실제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벌새에서 시작된 헌정, 바다에서 찾은 소재
팬텀 허밍버드는 롤스로이스 팬텀 익스텐디드를 기반으로, 두바이의 프라이빗 오피스(Private Office Dubai)를 통해 기획·제작된 원오프(one-off) 커미션이다.

팬텀 익스텐디드는 전장 5,982mm, 휠베이스 3,772mm의 롱 휠베이스 사양으로, 롤스로이스의 2세대 ‘아키텍처 오브 럭셔리(Architecture of Luxury)’ 플랫폼 위에 6.75리터 V12 트윈터보 엔진을 얹어 563마력의 최고출력과 약 900N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4초에 도달한다.
의뢰인은 기쁨, 회복력, 그리고 모든 순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능력을 상징하는 벌새(Hummingbird)를 아내에게 바치는 테마로 선택했다. 이 모티프를 물성으로 번역하기 위해 롤스로이스가 선택한 소재가 바로 전복 껍데기다. 껍데기 안쪽 진주층(nacre)이 빛과 상호작용하며 청록빛·무지갯빛 광채를 내고, 보는 각도에 따라 색조가 달라지는 전복 껍데기의 특성은 빛을 프리즘처럼 분산·반사하며 색이 변하는 벌새 깃털의 미세 구조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9개월, 6번의 실패, 0.06mm의 집착
문제는 전복 껍데기가 얇고 깨지기 쉬워 가공 난도가 극단적으로 높다는 점이었다.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디자이너·엔지니어·장인 팀은 각 조각을 정밀하게 절단하고 베니어에 정확히 안착시키는 제작 기법을 개발하는 데만 9개월 이상을 투입했으며, 공정을 최적화하기까지 총 여섯 차례의 시도와 수정을 거쳤다.
정밀도의 핵심은 절단 공차(公差) 관리였다. 레이저 절단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감안해 각 조각을 최종 크기보다 0.06mm 크게 절단한 뒤, 숙련 장인이 손으로 가장자리를 세밀하게 다듬어 조각이 서로 맞닿는 이음새가 완성품 표면에 드러나지 않도록 마감했다. 최종 단계에서는 자개와 전복 껍데기의 두께를 줄인 뒤 각 조각을 정밀 배치하고 래커로 마감해 소재 고유의 광택과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 공정으로 제작된 패널은 세 개다. 뒷좌석 피크닉 테이블 두 개와 뒷좌석 사이의 워터폴(Waterfall) 패널이 그것으로, 세 패널을 완성하는 데 소요된 총 작업 시간은 45시간이다. 피크닉 테이블의 날아오르는 벌새 마케트리는 전복 껍데기와 자개로 이루어진 53개의 개별 조각으로 구성되며, 이 중 날개 부분에만 18개의 조각이 집중됐다. 여러 조각이 정교하게 맞물리는 날개 부분은 숙련 장인의 수작업으로만 완성 가능했다. 워터폴 패널의 식물 모티프에는 동일 소재 84개 조각이 사용됐다.

숲과 바다가 만나는 실내 공간
전복 껍데기 마케트리 패널의 배경 베니어로는 애시 버(Ash Burr)가 사용됐으며, 피크닉 테이블 모티프에는 은빛 나무껍질이 특징인 실버 버치(Silver Birch) 수종이 적용됐다. 실버 버치는 균일하고 섬세한 나뭇결을 구현하기 위해 단 하나의 통나무에서 재단했고, 원목 선정 단계부터 전체 디자인과의 조화를 기준으로 면밀히 선별됐다.
시트는 크렘 라이트(Creme Light) 가죽에 모카신(Moccasin)과 탄(Tan) 색상을 더해 마감했으며, 바닥에는 씨쉘(Seashell) 컬러 카펫을 적용했다. 천장에는 롤스로이스를 상징하는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가 더해져 은은한 별빛 효과로 실내 분위기를 완성한다. 바다의 광채(전복 껍데기), 숲의 결(애시 버·실버 버치), 하늘의 빛(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이 하나의 실내 공간에서 공존하는 구조다.
실내에서 외관으로 이어지는 테마의 연속
팬텀 허밍버드의 자연 테마는 외관에서도 단절 없이 이어진다. 차체 하단은 와일드베리(Wildberry), 상단은 화이트 샌즈(White Sands)로 마감한 투톤 구성으로, 두 색상의 경계를 따라 장인이 수작업으로 화이트 샌즈 컬러의 코치라인을 그려 넣었다.
코치라인 위에는 차체 측면을 따라 날아오르는 벌새 모티프가 배치돼, 실내 마케트리에서 시작된 벌새 테마가 외관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정적인 패널에 새겨진 벌새가 차체 외벽을 따라 날아오르는 연출은, 세단 전체를 하나의 서사적 오브제로 읽히게 만드는 장치다.
두바이 프라이빗 오피스와 비스포크 전략의 상징

팬텀 허밍버드는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부서와 프라이빗 오피스 두바이가 협업해 완성한 모델이다. 프라이빗 오피스는 특정 지역의 초고액 자산가 고객에게 브랜드 본사와 유사한 수준의 커미션 경험을 제공하는 채널이다.
롤스로이스모터카 비스포크 총괄 필 파브르 드 라 그랑주(Phil Fabre de la Grange)는 “자연은 오랫동안 롤스로이스 비스포크에 풍부한 영감을 제공해 왔으며, 고객들은 이를 새롭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풀어내도록 끊임없이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팬텀 허밍버드는 전복 껍데기라는 새로운 소재를 통해 디자이너와 장인들에게 창의적·기술적 도전을 안겼으며, 그 결과 벌새 특유의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우아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완성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