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 달린 자율주행차… 6개월간 대인사고 ‘0건’ 기록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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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의 강남 자율주행 택시가 반년 만에 주행거리 1만3천km, 운행 완료 2천 건 이상이라는 성적표를 내놓았다. 대인사고 제로(0)에 이용자 평점 5점 만점에 4.97점. 숫자만 보면 합격점이다.
강남이라는 ‘최악의 교통 실험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6년 3월 16일부터 8월 31일까지 서울 강남·서초 일대 약 20.4㎢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에서 ‘서울자율차’ 서비스를 운영했다. 기아 EV6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차량 6대가 투입됐으며, 평균 가동률은 84.3%를 기록했다.
1회 평균 이동 거리 2.9km, 평균 이동 시간 9.7분. 심야 강남의 전형적인 단거리 귀가 수요를 정확히 겨냥한 수치다. 운행 시간은 평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이며, 요금은 시간대별 4,800원에서 최고 6,700원으로 일반 심야 택시와 동일하게 책정됐다.
강남은 이륜차 배달, 불법 주정차, 무단횡단이 빈번해 자율주행 난도가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서울시가 기술 실증 환경으로 강남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극한의 도심 변수가 자율주행 AI 학습에 필요한 ‘희귀 위험 사례(엣지 케이스)’ 데이터를 빠르게 쌓아주기 때문이다.
‘무사고’ 성적표의 이면… E2E 전환이 진짜 승부처

카카오모빌리티는 반년 운영 기간 중 대인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자율차가 정차 중일 때 뒤차가 경미하게 추돌한 사례 1건이 전부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서비스가 레벨3 수준—즉, 운전석에 자율주행 매니저(안전요원)가 탑승해 복잡 구간에서 수동 개입하는 방식—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무인 자율주행차 안전 가이드라인은 레벨4 허가 기준으로 최소 1만5천km 이상 주행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1만3천km 실적은 그 기준에 근접했지만, 아직 ‘중간 지점’이다. 심야 대로 위주의 제한된 환경이라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기술 측면에서 진짜 주목할 변화는 따로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AI 플래너와 규칙 기반 플래너를 병행 운용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인지부터 판단까지를 단일 신경망이 처리하는 E2E(End-to-End) 자율주행 모델 비중을 대폭 높일 계획이다. E2E 모델이 수립한 주행 계획을 규칙 기반 안전 평가기가 다시 검증하는 이중 구조로, 도로교통법 준수와 차량 물리 한계를 이중으로 점검하는 방식이다.
이는 NVIDIA의 Alpamayo, TIER IV의 METEOR 등 글로벌 E2E 플랫폼이 제안하는 ‘강력한 E2E + 얇은 안전 가드’ 조합과 철학을 같이한다.
관제가 레벨4의 열쇠… 상암 무인 택시로 이어지는 로드맵
카카오모빌리티는 24시간 고객센터와 현장 출동 인프라를 기반으로 AICS(자율주행 통합 관제시스템)를 구축했다. 관제센터는 주행 환경과 자율주행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이상 징후 발생 시 원격으로 경로를 재지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민선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사업팀 리더는 “레벨4 무인 자율주행 상용화의 성패는 주행 AI뿐 아니라 24시간 통합 관제와 현장 대응 역량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레벨4로 전환될 경우 사고 책임의 상당 부분이 서비스 사업자와 소프트웨어 제조사로 옮겨가는 만큼, AICS는 단순 운영 시스템이 아닌 ‘법적 책임 분담을 입증하는 증거 시스템’으로도 기능하게 된다.
서울시는 오는 11월 마포 상암동에서 국내 최초 일반 시민 대상 레벨4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강남 자율차가 축적한 데이터, 관제 노하우, 카카오T 기반의 자연스러운 호출 UX는 그대로 상암 — 나아가 종로·여의도·송파 등 타 권역 확장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반년간 강남 도로 위에서 쌓은 1만3천km는 단순한 주행 기록이 아니다. 국내 자율주행 산업이 기술 실증에서 실제 상용화로 넘어가는 임계점을 향해 내딛은, 측정 가능한 발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