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3천 대 ‘공도 풀린다’… 중국에 26배 밀리자 정부가 꺼내 든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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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서 자율주행 실증차량을 올해 200대에서 내년 3000대로 15배 확대하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애초 2030년 목표로 잡았던 실증 규모를 3년 앞당겨 달성하겠다는 선언이다.
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 사업 예산도 올해 618억 원에서 내년 8395억 원으로 약 13.6배 급증한다.
중국의 26분의 1…격차 줄이기 위한 ‘퀀텀 점프’
이번 예산 대폭 확대의 배경에는 글로벌 기술 격차에 대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율주행 실험장 규모가 중국 우한의 2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해 왔다.
중국 우한은 수천 대급 실증차량과 대규모 테스트 구역을 이미 운영 중이다. 이런 격차가 누적될 경우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와 글로벌 시장 선점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이번 예산 편성의 핵심 동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실증도시를 현재 광주 1곳에서 3~5곳으로 늘리고, 다양한 도로·기상·교통 패턴에서 대규모 주행 데이터를 축적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전체 자율주행차 관련 예산도 올해 731억 원에서 내년 8801억 원으로 약 12배 증가한다.
UAM·드론·무인 DRT…입체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자율주행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번 2027년 예산안은 도심항공교통(UAM), 드론, 무인 수요응답형 교통(DRT)을 동시에 육성하는 ‘미래 모빌리티’ 패키지 전략이다.
UAM 분야에서는 서비스 상용화 시범사업에 350억 원, K-UAM 안전운용체계 실증에 99억 원이 신규 편성됐다. 정부는 실증 기체 3대를 도입하고 버티포트(이착륙장)를 구축해 2028년 시범서비스를 목표로 잡았다. 드론 분야는 국산화·AI 드론 개발 예산이 122억 원에서 156억 원으로 늘고, 실내 자율비행 훈련장인 AI 드론 훈련센터 3개소 구축에 234억 원이 새로 배정됐다.
교통 소외 계층을 위한 무인 DRT 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농어촌·심야 시간대를 겨냥한 무인 수요응답형 교통 사업에 322억 원이 신규 반영됐고, 전국 50곳을 대상으로 확대 지원할 계획이다.
“예산은 환영, 집행은 별개”…제도 정비가 관건
재원 구조도 탄탄하게 설계됐다. 15대 랜드마크 과제 중 하나인 ‘미래 모빌리티’ 예산은 올해 1000억 원에서 내년 9000억 원으로 9배 뛴다. 첨단전략산업 기준으로는 모빌리티 분야가 2000억 원에서 1조 1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재원 상당 부분은 총 14조 2000억 원 규모로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 성장동력계정에서 조달된다.
다만 업계의 시선은 마냥 밝지 않다. 자율주행 업계 관계자는 “예산을 15배 이상 확대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실제 집행은 별개”라고 단언했다. 실증차량 조달 절차, 실증도시 선정 과정, 자율주행 관련 법·제도 정비가 여전히 초보 단계라는 지적이다.
미래대응기금의 투명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른다. 성장동력계정 사용처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까지 포함되면서 국회 통제가 약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자율주행버스·무인 DRT가 기존 버스·택시업계와 충돌할 경우 상용화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내년 자율주행 실증차량 3000대, UAM 실증기체 3대, AI 드론 훈련센터 3개소, 무인 DRT 전국 50곳 지원이라는 구체적 청사진을 내놓은 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전환점이다. 그러나 대규모 예산이 실질적인 기술 상용화로 이어지려면 법·제도 정비와 집행 속도가 예산 규모를 따라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