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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차 2만 대 “이게 뭐야?”… 골목 점령한 ‘번호판 없는 차’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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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무판 중고차

아이오닉 6 / 현대차
인천 무판 중고차
아이오닉 6 / 현대차

번호판도 없고, 주인도 모른다. 인천 연수구 옥련동 중고차 수출단지 인근 골목에는 지금 이 순간도 ‘무판(無板)’ 차량 수천 대가 주택가 이면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지자체가 올해만 620건 이상 단속에 나섰지만, 제도의 허점을 비웃듯 차량들은 골목 사이를 옮겨 다니며 단속을 피하고 있다.

사태의 핵심은 단순한 불법 주차가 아니다. 수출 말소 이후 번호판을 반납한 차량에는 책임 주체를 특정할 방법이 없다는 구조적 공백이 문제다. 인천시 연수구가 2025년 3월에 이어 2026년 8월 초 국토교통부에 ‘임시번호판 의무화’를 재차 건의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676개 업체, 2만 대 차량…포화 상태의 수출단지

옥련동 중고차 수출단지에는 현재 약 676개 업체가 가설건축물을 사무실 삼아 영업 중이다. 단지 내 적치된 중고차만 약 2만 대로 추산된다. 이 차량들은 수출을 앞두고 자동차 등록이 말소된 상태, 즉 기존 번호판을 관할 구청에 반납한 채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수출 대기 차량들이다.

문제는 올해 들어 중동 사태 여파로 수출이 정체되면서 본격화됐다. 야적장 수용 능력을 초과한 차량들이 단지 밖 골목길과 주택가 이면도로로 넘쳐흘렀다. 보관료를 아끼려는 수출업자들이 상대적으로 단속이 느슨한 골목을 사실상 ‘무상 야적장’처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허정철 한국중고차수출산업협회장도 “수출단지가 이미 포화 상태”라며 “말소된 차량은 번호판이 없어 지자체가 단속하기 어렵고, 수개월째 방치된 차량들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주민 민원을 일으키고 있다”고 현황을 인정했다.

10일 계고 기간이 만든 ‘숨바꼭질’…단속의 구조적 한계

인천 무판 중고차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

현행법상 무판 차량 방치는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강제 견인이나 직권 폐차 등 실질적 조치를 취하려면 반드시 10일간의 계고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일부 수출업자들은 계고장이 붙는 순간 차량을 인접한 다른 골목이나 행정구역 밖으로 옮겨버린다. 번호판이 없으니 차량 소유자나 관리 업체를 현장에서 즉시 특정할 수도 없다. VIN(차대번호) 조회에도 시간이 걸려 대량 단속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연수구가 올해만 620건 이상 단속을 벌였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도 허점을 키운다. 매매업 등록 기준으로 전시시설 확보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매매·수출용 차량을 반드시 지정 시설 안에만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은 명시돼 있지 않다.

임시번호판 의무화, 해법이자 시작점

연수구가 국토교통부에 제안한 핵심 해법은 ‘수출 말소 차량의 임시번호판 부착 의무화’다. 현재 임시번호판은 선택 사항에 가까워 업체들이 비용과 절차 부담을 이유로 기피한다. 번호판이 없으면 책임 주체 특정이 불가능하고, 책임 주체가 없으면 과태료·견인·형사고발로 이어지는 행정 집행 자체가 막힌다.

번호판 의무화가 실현되면 단속 현장에서 즉각적인 업체 특정이 가능해지고, 10일 계고 기간을 악용한 ‘차량 이동 꼼수’도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다. 연수구 관계자는 “수출 정체와 제도 허점이 맞물려 무판 차량이 원도심 골목을 점령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없이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인천 원도심의 골목을 점령한 무판 중고차 문제는 단순한 불법 주차 민원이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로컬 주거 환경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주는 구조적 이슈다. 676개 업체, 2만 대 차량, 620건 단속이라는 숫자는 지금 당장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경고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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