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사망한 시청역 사고
사고 원인 다 밝혀졌지만
가해자는 여전히 차량 탓
지난 7월 발생한 시청역 차량 돌진 사고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68세 운전자 A씨가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은 인근 호텔을 나서자마자 급가속하며 역주행을 시작했고, 시청역 교차로 근방의 인도를 덮치는 사고를 냈다. 6명이 현장에서 사망했고 3명은 응급조치 및 이송 중 사망하는 등 무고한 시민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황상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지만 가해자 A씨는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을 주장해 왔다. 이후 국과수 검정과 경찰 조사 결과 관련 물증까지 확보되면서 페달 오조작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최근 열린 첫 재판에서 A씨는 끝내 본인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차량을 탓해 공분을 샀다.
물증 확보한 국과수와 경찰
신발에는 가속 페달 자국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오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치상) 등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첫 공판 기일을 열었다. A씨는 구속 상태로 녹색 수의를 착용한 채 재판에 출석했다. 앞서 A씨는 사고 직후 “브레이크가 딱딱하게 굳어 작동하지 않았고 브레이크등도 켜지지 않았다“며 차량 결함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차량의 가속 장치와 제동 장치에서 기계적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역주행을 시작할 당시 차량 속도가 급격히 증가한 점, 첫 충돌 당시 충격으로 A씨의 오른쪽 신발 바닥에 찍힌 흔적이 가속 페달 패턴과 일치한다는 점 등이 근거였다. 검찰은 해당 근거를 사고의 원인으로 보고 A씨를 구속기소했다.
피해 줄이려는 행동 없었지만
변호인은 “그래도 과실 없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A씨는 진입이 금지된 시청역 방면으로 그대로 진입해 역주행했고, 이후에도 가속 페달을 밟아 제한 속도를 초과해 105km/h에 이르기까지 했다”며 “인적 없는 곳을 향하거나 미리 경적을 울려서 주위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등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공소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A씨의 변호인은 변론을 통해 “사고 당시 A씨가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음에도 다른 요인에 의해 가속됐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음에도 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소 사실과 같이 역주행 과정에서 경적을 울리는 등 경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분노 폭발한 네티즌들
“뻔뻔함이 하늘 찌른다”
이날 유족 측 변호인으로 출석한 한민옥 변호사는 “사고 유가족들 대부분이 20~30대 청년들을 둔 부모들이고 피고인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다”며 “여러 정황상 급발진 주장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주장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A씨의 차량 결함 주장을 반박하고자 국과수 직원과 현대차 직원 등 3명에 대해 증인을 신청했다. 오는 11월 13일 증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급발진 운운한 게 거짓으로 밝혀지면 가중 처벌해야 한다”. “뻔뻔함이 하늘을 찌른다”. “천벌 받아야 한다”. “가속 페달을 밟았으니까 브레이크등이 안 들어오지”. “백번 천번 양보해서 급발진이라고 쳐도 피해를 줄여볼 생각조차 안 했다는 게 놀랍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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