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져가며 공들였더니 “110조 날리게 생겼다”… 섬뜩한 예고에 삼성·SK·LG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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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조 빚졌는데 60조 지원금 날아간다
미국 변수에 K배터리 ‘초비상’
배터리
사진 = 연합뉴스

50조 원의 막대한 차입금을 감수하면서도 미래를 향한 투자를 이어가던 K배터리 3사가 뜻밖의 ‘섬뜩한 변수’를 마주했다.

미국이 조만간 보조금 정책을 조기 종료할 수 있다는 소식에 삼성SDI, SK온, LG에너지솔루션이 60조 원의 보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게다가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 이른바 ‘캐즘(Chasm)’ 현상까지 겹치면서 공장은 돌지만 배터리는 쌓이기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연구개발(R&D)과 생산 설비 확장에 투입된 천문학적 자금이 흔들릴 위기에 놓인 것이다.

차입금 증가, 그런데도 투자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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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올해 1분기, 국내 배터리 3사의 차입금은 총 49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42조 5000억 원)과 비교하면 7조 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LG에너지솔루션은 17조 6000억 원, 삼성SDI는 11조 6000억 원, SK온은 20조 3000억 원의 차입금을 각각 안고 있다.

특히 SK온은 불과 석 달 만에 4조8000억원이 증가했는데, 여기에는 미국 정부의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을 통해 받은 대여금 등이 영향을 미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고, 삼성SDI는 유상증자로 대응하며 차입금 증가 폭을 최소화했다.

이처럼 3사는 차입금을 기반으로 해외 공장 증설과 신기술 개발에 나섰다. 일시적인 수요 둔화에도 미래 수요를 선점하려는 전략이지만, 수익성 회복은 요원하다.

멈춰가는 공장, 떨어지는 가동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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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의 공장 가동률은 2023년 69.3%에서 올해 1분기 51.1%로 급감했으며, 삼성SDI의 소형 전지 가동률은 58%에서 32%로 반 토막 났다.

SK온은 2023년 87.7%에서 지난해부터 43.6%로 추락했다. 생산 능력이 그대로라도, 출하량이 줄어든다면 적자를 피할 수 없다.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전기차 완성차 업체들이 불확실성에 대비해 재고 조절에 들어갔고, 이에 따라 배터리 발주도 줄어들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객사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그럼에도 삼성SDI는 “전지 시장은 장기적으로 2~3년 후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AMPC 조기 종료 가능성, 60조 원 날아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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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변수는 미국이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배터리 제조 기업에 지급되던 보조금 제도인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가 2028년 조기 종료될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제도가 2028년에 끝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50조7000억원에서 15조원으로, SK온은 32조6000억원에서 7조4000억원으로 지원금이 줄어든다.

전체적으로 보면 K배터리 3사가 손에 쥘 수 있었던 110조원 가량의 보조금이 사라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간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미국 진출에 속도를 낸 이유는 바로 이 보조금 때문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AMPC 덕분에 1분기 4577억 원의 지원금을 수령하지 않았다면 83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이며, SK온도 1708억 원을 제외하면 적자가 4701억 원에 달했을 것이다.

연구개발은 지속…그러나 투자 속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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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여전히 R&D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1분기 3사가 쏟아부은 연구개발비는 7421억원. 작년 동기 대비 12.3% 증가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와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리튬황 전지, 리튬메탈 전지 등의 연구에 나섰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삼성SDI는 작년 1분기 1조 6000억 원에서 올해는 7744억 원으로 절반 넘게 축소했고, SK온도 2조 4000억 원에서 1조 5000억 원대로 낮췄다. LG에너지솔루션만이 유일하게 소폭 증가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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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미국 보조금 제도의 향방이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미 하원에서는 이미 2028년 종료안이 힘을 얻고 있고, 이르면 이번 주 중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는 상원과 대통령 단계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정책 불확실성과 수요 회복 지연이 맞물릴 경우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지금의 투자와 선택이 앞으로 수년 간 배터리 업계의 명운을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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