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소방관’만 살아남은 극장가…연말 특수도 안 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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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관객을 만난 영화 '1승' '소방관' '대가족' '하얼빈'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왼쪽부터) 사진제공=키다리스튜디오·바이포엠스튜디오·롯데컬처웍스·CJ ENM·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지난해 12월 관객을 만난 영화 ‘1승’ ‘소방관’ ‘대가족’ ‘하얼빈’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왼쪽부터) 사진제공=키다리스튜디오·바이포엠스튜디오·롯데컬처웍스·CJ ENM·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극장가의 연말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연말 특수를 노리고 한국영화 5편이 개봉을 했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관객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지난 달 4일 ‘소방관’과 ‘1승’을 시작으로 11일 ‘대가족’, 24일 ‘하얼빈’, 31일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보고타’)가 개봉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으로 16일까지 ‘소방관’ 374만명, ‘1승’ 32만명, ‘대가족’ 32만명, ‘하얼빈’ 431만명, ‘보고타’ 41만명의 누적관객을 기록했다. ‘소방관’이 먼저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하얼빈’은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면서 설 연휴까지 노르고 있다. 

● 한숨 돌린 ‘소방관’과 ‘하얼빈’ 

주원이 주연한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를 소재로 소방관의 숭고한 희생을 그린 작품이다. 같은 날 개봉한 송강호 주연의 ‘1승’은 배구를 소재로 인생의 의미를 되짚게 하는 작품, 뒤를 이은 김윤석 이승기의 ‘대가족’은 정자 기증으로 인해 새로 얻은 가족을 통해서 가족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연말과 연초를 겨냥한 현빈의 ‘하얼빈’은 하얼빈 의거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안중근의 인간적 고뇌를 다루며 송중기가 주연한 ‘보고타’는 콜롬비아 보고타에 정착한 한인들의 애환을 담았다.

이 가운데 순제작비 70억원으로 손익분기점이 250만명인 ‘소방관’만 제작비를 먼저 회수했다. ‘1승’ ‘대가족’ ‘보고타’은 손익분기점은커녕 50만명도 넘기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번 연말에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12·3 비상계엄 사태로 온 국민의 관심이 탄핵 정국에 쏠리면서 연말 영화들이 더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보고타’ 주연배우 송중기는 흥행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듯 최근 관객과의 만남(GV) 자리에서 눈물을 보였다. 작품의 성적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송중기는 주연배우로서 외면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작품을 위한 홍보 활동에 최선을 다하며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하얼빈’은 순제작비 265억원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650만명 이상을 동원해야 한다. 최근 117개국 해외 판매로 손익분기점을 580만명까지 낮췄지만 개봉 4주차에 접어들어 관객 수가 평일 3만명대로 감소한 상황에서 동력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개봉 5주차를 맞는 시점부터 설 극장을 노리는 신작들이 개봉하는 만큼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영화 ‘보고타’의 한 장면. 주인공 송중기(오른쪽)은 최근 관객과의 대화에서 흥행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극장가의 연말은 여름과 설·추석 연휴와 함께 극장가의 전통적인 성수기로 꼽힌다. 한국영화 5편이 지난해 12월 첫째 주부터 매주 1편씩 개봉을 했지만 ‘소방관’만이 살아남으면서 성수기의 개봉이 정작 영화 성적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극장가에서는 ‘성수기 개봉’보다 ‘경쟁 상황’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관객들이 여러 편의 영화를 동시에 관람하지 않고 ‘똘똘한 한 편’을 선택하는 분위기가 공고해지고 있다. 한 편만 살아남는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시기를 고려해 개봉하는 전략이 ‘다 같이 망하지 않는’ 최선의 길임이 지난 연말 극장 상황을 통해 또 한 번 입증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12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극장 관객 수는 1300만명으로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7~8월 여름 시장의 부진에 따른 상대적인 기록이자, 1600만명을 동원한 2023년 12월, 1400만명을 동원한 2022년 12월과 비교해 최근 3년 중에서도 최저치다. 여전히 시장 회복이 더디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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