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해간다는 것을 느낀다. 2000년대 이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추세를 보면 전체적으로 음주량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특히 20대~30대의 음주량, 음주 빈도 등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여전히 일부 연령대나 계층에서는 높은 음주량을 보이고 있지만,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음주 문화 자체가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혼술’이나 ‘홈술’ 문화, 다양한 주종을 적당량만 즐기는 문화가 확산됐다. 모임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혹은 아예 술 자체를 마시지 않는 모임도 종종 볼 수 있다.
공중보건 차원에서 보면 좋은 현상이다. 술을 줄이거나 끊으면 개인의 삶의 질 역시 개선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술을 줄이거나 끊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이점이 있을까?
간의 과로를 덜어주는 효과
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기가 바로 간이다. 이는 간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독소는 물론 체내에서 생성되는 독소를 처리하는 해독 기관이기 때문이며, 알코올이 대표적인 독성 물질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코올은 세포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독성 물질이다. 알코올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는 간 세포를 손상시킨다. ‘폭음’을 하거나 그에 가까운 수준의 음주를 할수록 손상 정도는 커진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하는 폭음의 기준은 남성의 경우 일주일 내 15잔 이상, 여성의 경우 일주일 내 8잔 이상이다.
다행히 간은 손상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늘 과중한 역할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근본 동력이 된다. 술을 마시지 않거나 적당한 양만 마실 경우, 간은 능히 손상에 대응하며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다이어트 효과 향상 및 효율 개선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장점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알코올은 그 자체로 1g당 7kcal를 발생시키는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이는 흔히 ‘빈 칼로리(empty calories)’라 불린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칼로리를 발생시키는 다른 에너지원, 즉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경우를 보자. 이들은 보통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복합적으로 포함돼 있거나 비타민, 무기질, 섬유질 등 다른 유용한 영양소와 함께 존재한다.
이에 비해 알코올은 단독으로 존재한다. 대사에 도움을 주거나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 없이 오직 칼로리만 제공하는 것이다. 영양소가 결핍된 데다가 상대적으로 높은 칼로리를 제공하는 특성으로 인해 ‘빈 칼로리’라 불리는 것이다.
게다가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면 신체는 이를 우선적으로 처리하게 된다. 간이 주도하는 에너지 대사에서 최우선순위로 처리되며, 그동안 다른 영양소 대사 등 ‘기초 대사’에 해당하는 는 일시적으로 중단되거나 느려진다. 처리해야 할 알코올의 양이 많을수록 다른 영양소 대사 등 기초 대사에 해당하는 작용은 뒤로 미뤄진다.
기초 대사는 우리가 하루에 섭취하는 영양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신체 조건과 일일 섭취량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림잡아 적게는 40~50%, 많게는 60~70%까지 기초 대사로 소비된다. 이 거대한 작용이 알코올을 분해해서 처리하는 동안 멈춘다는 것은 체중 관리 측면에서 몹시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식욕 증가를 예방해준다
한편, 술은 ‘식욕’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알코올이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서 안주를 먹게 되면 평소보다 많이 먹는 경향이 있지 않던가? 음식을 씹고 삼키면서 포만감을 느껴야 하는데, 관련된 신호의 전달과 수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알코올은 정상적인 사고 및 판단 능력을 저하시킨다. 어떤 음식이 영양 균형이 맞는지, 어떤 음식이 상대적으로 칼로리가 적은지, 어느 정도를 먹는 것이 자신에게 적당한지는 멀쩡한 상태에서도 상당한 이성적 판단을 요구하는 일이다. 술에 취하면 이러한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기 어려우므로 ‘그냥’ 먹게 된다.
‘충동 조절’ 역시 마찬가지다. 이성적인 상태에서는 무언가를 먹고자 하는 충동을 억누르고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알코올이 뇌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치게 되면 조절 능력이 약해진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 ‘그냥 먹자’라고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술을 마시면 기존에 자연스레 이루어지던 기초 대사조차 후순위로 밀린다. 이 상황에서 높은 칼로리의 음식이 대량으로 들어온다면 어떨까? 소화 및 흡수도 원활하지 않을 것이고, 대사가 이루어진다 해도 후순위로 밀리게 되므로 그만큼 잉여 칼로리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술을 먹는 빈도가 줄어들수록 기초 대사는 정상적인 패턴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적당량의 칼로리만 섭취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끊을 수 있다면 끊는 것이 최선이며, 1회 음주량 및 일주일 음주 횟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2025년 새해를 맞이한 기념으로 음주 습관을 새롭게 정립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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