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기다렸는데 겨울이 왔다. 가을의 화사함을 기다렸는데 겨울의 청명한 한기가 마음과 몸 구석구석으로 스며드는 느낌. 초겨울 제주여행을 하며 묻는다. "당신의 겨울은 안녕하신가요?" 혼자 걷는 제주여행, 계획 없이 찾은 제주도의 하늘은 가슴속 응어리처럼 잿빛으로 뒤덮여 있다. 싸늘한 청명함을 가려주기 위함인지 가라앉는 기분을 더욱 내리누르기 위함인지 모를 일이다. 그때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열리는 구름 사이로 따사롭게 빛나는 햇살. 걸음을 멈추고 잠시 그 햇살을 바라보며 정지. 바다를 바라보며 정지. 몸도 마음도 정지. 생각의 고리를 끊어내고 정지. 이 순간의 초겨울 제주여행은 정지된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