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미래 그림 부재 지적한 총선백서에도
친한 “평가는 국민 몫” vs 친윤 “국민 평가 담아”
당 일각 “이제 끝? 당 미래에 도움 안 돼” 우려
국민의힘 총선백서가 공개된지 이틀째, 국민의힘은 총선백서를 활용해 미래를 논하기보다 서로 ‘네탓’ 공방만 지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총선백서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인 28일 공개된 총선백서에는 당정 관계 등에 대한 내용도 담겼지만, 보수의 미래 준비를 위한 개선점들도 다수 담겼다. 백서는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당의 철학과 비전 그리고 연속성의 부재 △제 기능 못하는 여의도연구원의 문제 △지지기반이 약화된 국민의힘 조직 자체의 문제 △시스템공천 기준의 모호성 등을 지적했다.
우선 백서는 당의 철학과 비전을 마련을 촉구했다. 백서는 국민의힘의 현재 모습을 ‘영남 자민련’ ‘샐러리맨정당’ ‘만년 2당’이라고 분석하며 “당의 지속가능성과 자생력 상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당의 지지기반을 볼 때 인구 구조에 따라 불리한 구도가 더욱 심화될 것이므로 이대로 가면 당이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백서는 “당은 보수우파의 본질적 역할을 포괄하는 동시에 시대변화를 반영하고 모든 세대에 공감을 확산할 수 있는 비전을 우선 확립하여, 선거, 정책, 당원교육, 당직자 인선 등 당의 모든 활동에 정체성을 반영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서는 또 조직적 문제에 대한 진단에서 지지 기반의 변화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다. 백서는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고령층(60대 이상)의 숫자는 감소 중이고, 현재 강력한 민주당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40~50대는 향후 고령화 되더라도 보수적 성향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고 내다봤다”며 “지지층을 확대하고, 유동층인 젊은세대(20~30대)를 끌어안을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 구성, 조직신설, 당원교육 강화 등이 절실하다”고 했다.
백서는 여의도연구원과 관련해서는 △여론조사 결과의 부정확성 △여론조사 결과 및 빅데이터 보고서 미활용 △정당 산하 정책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 미비 △연구원 운영 방향의 안정성과 연속성 담보 부재 등을 문제로 꼽았다.
그러면서 “실력과 권위 있는 여의도연구원장을 초빙하고, 대표 교체시 원장도 교체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므로 제도적 보완을 통해 주어진 임기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 여론조사의 정확성·전문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당내 미래 담보를 위한 거시적인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국민의힘은 이튿날에도 이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특히 여의도연구원, 시스템 공천 등은 한 대표의 공약이기도 한데, 이에 대한 골격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향후 당의 방향성에 대한 제대로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29일 채널A 유튜브에 출연해 “우리 당에 대한 평가를 국민이 한 결과로 총선에서 참패했고 왜 그렇게 평가했는지를 우리가 스스로 돌이키면서 백서를 만든 것”이라며 “백서 내용이 국민의 평가인데 (한 대표의 말대로라면) 백서 내용을 국민이 또 평가하란 이야기가 돼 (맞지 않는다.) 내용에 동의하든 안 하든 적어도 우리에게 얼마나 아픈 평가가 있었는지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친한계는 공천 책임을 당시 지도부에게만 돌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스템 공천이 불완전했다고 하는데 21대 국회가 시작되면 22대 국회를 위해 4년간 시스템공천을 준비해야 한다”며 “4년간 그걸 준비하지 못했다면 결국은 4년 내내 당을 운영했던 모든 사람의 잘못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딱 누구의 잘못이라고 짚을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총선 백서를 가지고 그동안 왜 이렇게 정치적으로 계속 논란을 만들고 우리끼리 갈등을 만들어내는지 아쉬움이 남는다”며 한동훈 대표를 엄호했다.
이와 관련해 당내에서는 정치적 이견과는 별개로 총선백서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개혁을 위한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백서에는 충분히 개혁안이 나와있다. 그런데 백서가 나왔으니 이제 끝이라고 그냥 넘어가는 것은 아무리 서로가 감정이 상해있어도 당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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