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맛 좋은 음식을 먹는 일은 행복 그 자체가 아닐까. 국내 여행을 넘어 해외에서라면 먹거리에 대한 추억이 더욱 오래 남기 마련. 특히 밥심으로 여행하는 한국인의 성향상 음식의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헝가리는 한국인에게 아주 매력적인 곳 중 하나이다. 유럽에서 고추와 마늘을 가장 사랑하는 민족이 바로 헝가리인이기 때문. 그들의 소울푸드인 굴라쉬만 봐도 바로 한식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여행플러스는 헝가리관광청과 함께 향수병 날려버릴 정도로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헝가리 음식과 디저트 6가지를 묶어 소개한다.
굴라쉬 Gulyás
유럽 여행 중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 찾는 1순위는 ‘굴라쉬’다. 쇠고기와 양파, 감자, 당근, 토마토 등 여러 채소와 함께 매콤한 파프리카, 마늘을 팍팍 넣어 묽게 끓여 낸 수프가 바로 굴라쉬다.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 헝가리의 육개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바로 이 굴라쉬의 원조국이 헝가리이다. 헝가리어로 굴라쉬(Gulyás)란 양치기란 뜻으로, 헝가리 시골 마을에서 소나 양을 치던 사람들이 고기에 여러 채소를 같이 넣고 푹 삶아 먹던 것에서 유래한다. 때문에 헝가리의 소울 푸드라 불린다.
소고기와 채소를 오래 우릴수록 맛과 향이 깊어져 숏 파스타 또는 바게트 빵과 함께 곁들여 먹으며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하다. 요즘 같이 쌀쌀한 계절에 헝가리를 여행한다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다.
치르케퍼프리카시 Csirkepaprikás
치르케퍼프리카시는 헝가리어로 닭을 뜻하는 치르케(Csirke)와 파프리카의 합성어로, 200년간 헝가리 사람들이 먹어온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다. 소금과 후추로 양념한 닭다리살에 파프리카 가루, 양파, 마늘, 피망, 토마토, 사워크림 등 헝가리 가정에서 흔히 쓰는 대부분의 재료를 넣어서 걸죽하게 만든다. 새콤한 토마토 맛이 가벼운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대부분의 헝가리인들은 치르케퍼프리카시와 함께 노케들리(Nokedli)라는 헝가리 전통 에그 누들을 곁들여 먹는다. 취향에 따라 밥 또는 탈리아텔레(tagliatelle)와 같은 파스타와 함께 먹기도 한다.
헐라슬레 Halászlé
헐라슬레는 어부를 뜻하는 헐라스(Halász)에서 유래한 국물 요리다. ‘어부의 수프’라는 별명 답게 잉어와 같은 민물고기가 주재료이며 토마토와 파프리카 가루로 맛을 낸 매콤한 국물이 일품이다. 생선 맛이 진하게 우러난 얼큰한 국물이 우리나라의 매운탕과 흡사하다.
영어로 피셔맨스 수프(Fisherman’s Soup)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속이 든든하고 뜨끈해지는 특징으로 인해 날씨가 추워지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헝가리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 여행자들에게도 더욱 사랑받는 음식이다.
랑고쉬 Lángos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시장이나 길거리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랑고쉬는 헝가리식 호떡 또는 미니 피자라고 할 수 있다. 넓게 편 반죽을 튀긴 다음 그 위에 사워크림과 마늘, 치즈, 채소를 얹은 음식으로 주문 시 토핑을 취향대로 얹어서 먹으면 된다.
밀가루, 설탕, 소금, 우유 또는 물 등을 넣은 반죽을 숙성 후 튀겨서 찹쌀떡처럼 쫄깃한 맛이 좋아 맥주와 같이 먹기 그만이다. 단돈 몇 천 원으로 즐길 수 있는 랑고쉬는 저렴하면서도 한끼 식사로 거뜬해 헝가리의 대표 길거리 음식으로 손꼽힌다.
숌로이 걸루슈커 Somlói galuska
투명한 유리잔에 초콜릿 또는 바닐라 맛이 나는 스폰지 케이크를 넣고 견과류, 진한 초콜릿 소스, 휘핑 크림을 얹은 헝가리 전통 디저트로, 헝가리 아이들의 인기 간식이다. 오리지널 레시피에는 플레인, 코코아, 월넛의 3가지 버전이 있으며, 시원하게 먹으면 더욱 맛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헝가리 음식 중에 대체로 간이 쎈 요리들이 많아 달달한 후식으로 먹기에 제격이다. 특히 커피와 궁합이 좋다. 레스토랑에서 후식으로 주문하거나 디저트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즐겨보자.
도보슈 토르터 Dobos torte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레이어드 케이크인 토르테를 19세기 말에 헝가리식으로 재탄생 시켰다. 5겹 이상의 얇은 스펀지 케이크 사이에 진한 버터 및 초콜릿 크림과 호두, 아몬드, 헤이즐넛 등의 견과류를 추가하고 맨 위에 캐러멜을 덧발라서 만든다.
1887년 헝가리의 요제프 도보스가 처음 만들었다. 당시 미식가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유명해졌다. 익숙한 모양의 케이크이지만 겹겹이 쌓인 층마다 들어가는 초콜릿 크림과 카라멜의 달콤함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완성된 케이크는 20조각으로 자르는 전통이 있다.
※ 자료 및 사진 = 헝가리 관광청, 플리커
글 = 장주영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