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자유여행 장소 중 대마도를 자주 갔다.
그 이유가 무얼까?
그토록 자주 다녔던 일본자유여행인데 대부분 도심이 아닌 시골로만 다녔다. 아마도 번잡스러운 것이 싫어서일 수도 있겠고 첫 해외여행이 일본이기에 첫 경험에 따라 편하게 느꼈던 것은 아닐까?
현실적인 점들을 덧붙여 조금 더 생각해 봤다.
일본어는 간단한 인사말 빼고는 할 줄 아는 것이 없고 지리를 잘 알아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님에도 편하게 다녔던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만큼 치안이 잘 되어 있는 나라 중 하나라는 신뢰감과 오가는 이 없는 자연 속에서 캠핑 장비만 챙기면 숙박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대마도여행을 하는 동안 여러 번 가봤던 토요포대를 오랜만에 찾아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한국전망대(한국전망소)가 있어 도보로 능선을 따라 다녀오기에도 좋은 트레킹 코스이기에 걷기를 즐겨 하는 분이라면 가볼 만하다.
아래 지도의 ‘A’로 표시된 곳이 토요포대이고 ‘B’로 표시된 곳이 한국전망대(한국전망소)다.
토요포대 유적지
Kamitsushimamachi Waniura, Tsushima, Nagasaki 817-1723 일본
한국전망소
998 Kamitsushimamachi Waniura, Tsushima, Nagasaki 817-1723 일본
토요포대(豊砲台跡 ; Toyo Battery Ruins) 앞 공간에 여러 대의 차량 주차가 가능하다.
운전을 직접 하며 일본자유여행을 즐기는 중에 편안하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들어설 때 랜턴이 없으면 불안감이 생길 정도로 어둡다는 사실. 토요포대를 가려면 헤드랜턴이나 손전등 하나 챙기는 것이 좋겠고 스마트폰 불빛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어둡긴 하지만 바닥이 평평하게 잘 닦여 있고 이물질이 없으니 곧장 앞으로만 걸으면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게 잠시 걷다 보면 빛이 들어오는 곳이 보이는데 그곳에 포대가 설치되었었다고 한다.
이곳 토요포대는 1929년 5월에 공사를 시작해 1934년 3월에 완공하고 시험발사도 실시했던 곳이다.
토요포대를 만든 이유는 대마도가 가진 군사요충지로서의 역할에 걸맞게 조선해협의 제해권을 다지기 위한 조치.
https://tv.naver.com/v/42740982
이런 산속에서 일본군이 적으로 규정했던 적선이 다가오는 것을 어떻게 알아보고 포를 발사하느냐 생각하실 텐데 실제 관측은 이곳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선 하달된 명령대로 포를 발사할 뿐이다.
대마도에 가면 해상 자위대가 주둔하고 있는데 그중 북동쪽 상대마 경비소가 당시의 관측소였다고 한다.
최초 시험발사를 한 뒤 실제 적군을 향해 포를 발사하는 상황이 있었을까?
아니다 없었다. 실전 대비용으로 심리적 위안을 주었을 뿐 1945년 10월 미군의 폭파반에 의해 해체된 상채로 방치되다가 1984년 12월에 주변을 정리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군은 토요포대를 만들어 놓고 혹시 모를 폭격에 견딜 수 있도록 옹벽을 쌓았다고 하니 철저함은 인정해야 할 듯.
아마도 일본자유여행 중에 이러한 군시설을 만나볼 수 있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을 듯하다. 세계사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한 전쟁으로 기록되어 있는 제2차 세계대전의 흔적이기도 하다. 아마도 대마도여행 중에나 만나볼 수 있는 흔적이 아닐까 싶다.
조금 전에 들어섰던 출입구와 조금 떨어진 곳에도 출입구가 있는데 나무로 된 문에 변소(便所)라고 적혀 있고 밖으로는 창문, 아래로 통풍구가 별도 뚫려 있는 것이 확인된다.
이제부터 오른쪽 측면으로 다듬어져 있는 길을 따라 걷는다. 보통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하게 되면 자동차로 이동을 하지만 혼자 다니는 대마도여행인 경우 그리 길지 않은 거리는 걷는 것으로 왕복을 하는 편이다.
그렇게 산비탈을 돌아 위로 위로 올라가면 조금 전 아래서 봤던 토요포대의 포탑부를 볼 수 있다.
세계대전의 흔적이라거나 일본의 잔재라는 생각을 버리고 그냥 걷는다면 걷기 좋은 능선 길일뿐이다.
이곳이 조금 전 아래서 봤던 토요포대 포탑부.
여기 포대는 1921년 국제연맹국축소조약에 의해 나가토 전함이 폐함됨에 따라 그 주포를 이곳으로 이관한 것이다.
45구경 4센티 가농포라 부르는 이 포의 길이는 18m 50cm이고 2개의 포신이 장착된 것으로 당시에는 세계 최대의 거포였다고 한다.
다음으로 찾아가는 장소는 한국전망대인데 일본인들은 조망하는 장소라 하여 한국전망소라고 한다.
우리는 조망포인트를 높고 두드러진 평평한 땅(건축물)이라는 의미의 한자 臺(대)를 사용해 전망대(展望臺)라 하지만 일본에서는 조망하는 장소라는 의미에서 所(소)자를 사용한다.
능선길을 따라 꽤 걸어야 한다.
헛갈릴만한 갈림길이 없으므로 편하게 걸으면 되며 유유자적 주변을 즐기면 된다.
길이 넓지는 않으나 아마도 오가는 이를 만날 확률은 거의 없을 듯한 고요하고 오지스러운 곳이다.
이런 걷기를 좋아하는 분에게는 일본자유여행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곳이겠지만 빠른 변화를 선호하는 분이라면 이러한 숲속 능선길이 성향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대마도여행을 하며 대표적으로 즐기는 것이 트레킹이다. 지금과 같은 능선 트레킹, 계곡을 따라 걷는 숲속 트레킹, 삼나무 숲 트레킹, 해안 트레킹 등.
그렇게 한동안 일본자유여행의 평화로움을 즐기며 걷다 보면 잘 다듬어진 길과 평탄한 지대를 만나게 되는데 한국전망대에 거의 다 왔다는 의미가 된다.
이곳이 한국전망대 주차장.
패키지여행을 오는 분들이 빠지지 않고 들러가는 곳인데 역사적 의의 지리적 의의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차장이 넓어 버스가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패키지여행의 공통점은 저렴하다는 것인데 싼 가격에서 손해 보는 것을 여행 코스 중에 면세점이나 마트에서의 쇼핑 권장을 통해 수지를 맞추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공통점으로 단체관광이기 때문에 버스로 이동하게 되며 버스가 드나들 수 있는 관광지만 돌아다니는 것이 대마도여행 패키지이기에 이런 패키지 여행 1박이나 2박을 다녀오신 분들은 대마도 볼 거 없다고 하신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진정한 대마도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패키지 버스투어가 아니라 자가운전 + 도보여행을 통해 숨겨진 대마도의 자연을 즐기는 것이라 본다.
헛! 이것은 뭣이냐?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한국전망대와 그 주변으로 공사가 진행 중인 것 같다.
다녀온 것이 꽤 지났으니 아마도 지금쯤이면 모든 공사가 끝나고 오픈되어 있을 거라 생각된다.
어쨌거나 야트막한 언덕 저 너머로 세워진 팔각정이 한국전망대(韓国展望所 ; Observation Deck for Korean Peninsula)이고 그 옆으로 조선국 역관사 순난지비(朝鮮國譯官使殉難之碑)가 세워져 있다. 이 비는 조선의 사절단(慰問行譯官使)이 부산을 떠나 대마도로 향하던 중 풍랑과 암초로 침몰해 113명 전원이 사망하자 세운 위령비다.
혹시 돌아 들어가는 길이 있을까 싶어 왼쪽으로 포장된 길을 따라 들어가 본다. 이 길은 가본 경험이 없어 지도를 살펴보며 위치를 가늠해 접근을 한다.
이정표에 붉은 화살로 전망소(展望所) 조선국 역관사 순난지비(朝鮮國譯官使殉難之碑) 방향이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어지는 길이 급격하게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 한국전망대 방향으로 들어가려면 올라치는 길이 길어 보여 이곳에서 발길을 돌린다. 이렇게 해서 대마도여행 토요포대 – 한국전망대 걷기를 마치고 주차를 해둔 토요포대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