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공간에서 휴식… 애들레이드 유서 깊은 호텔 2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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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주의 주도 애들레이드는 설계 당시부터 ‘정원의 도시’이자 ‘교회의 도시’로 기획된 정교한 격자형 도시다. 이 도시의 심장부인 킹 윌리엄 스트리트(King William Street)를 걷다 보면 현대적인 유리 빌딩 사이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사암 건축물들을 마주하게 된다. 한때는 국가의 통신을 책임지던 우체국이었고, 또 한때는 금괴를 지키던 재무부였던 이 공간들이 이제는 여행자의 하룻밤을 책임지는 럭셔리 호텔로 재탄생했다. 벽돌 한 장마다 서린 역사를 따라가는 애들레이드 호텔 탐방기를 공유한다.
1. 애들레이드 메리어트 호텔 (Adelaide Marriott Hotel)
: 150년 전 중앙우체국에서 피어난 럭셔리

최근 애들레이드 호텔 씬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구 중앙우체국(GPO) 건물을 개조해 문을 연 메리어트 호텔이다. 1872년에 완공한 이 건물은 당시 남호주에서 가장 큰 공공건물이었으며, 대륙을 잇는 전신선과 우편물들이 모여들던 정보의 허브였다.

이 호텔의 진가는 외관의 빅토리아 시기 이탈리에이트 양식에서 드러난다. 지역에서 채굴한 연한 빛깔의 사암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기둥과 아치는 당시 대영제국의 번영을 상징한다. 특히 호텔의 상징인 빅토리아 타워는 높이 40m에 달하는 시계탑으로, 1870년대 애들레이드 시민들에게 표준 시간을 알려주던 이정표였다. 이제 투숙객들은 이 유서 깊은 시계탑 아래에서 체크인을 하며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메리어트는 기존의 석조 건물 구조를 완벽히 보존하면서 그 위로 현대적인 14층 타워를 결합하는 ‘브리콜라주’적 건축술을 선보였다. 로비 곳곳에는 우체국 시절 사용되던 전신 기기나 우편함의 디테일을 오마주한 예술품들이 배치돼 있다.

객실은 고전적인 층고를 그대로 살려 개방감이 뛰어나며, 창을 통해 마주 보이는 애들레이드 시청사와 빅토리아 광장의 풍경이 펼쳐진다. 호텔 바로 앞에 애들레이드의 지리적 중심인 빅토리아 광장이 있다. 타운 홀과 대법원 등 주요 기관들이 광장을 감싸고 있어 산책하기 좋다. 특히 광장 중앙의 분수대는 야간 조명이 아름다워 저녁 식사 후 가벼운 산책 코스로 제격이다.

메리어트 호텔의 수영장은 현대적으로 증축된 타워 층에 위치해 고전적인 외관과는 또 다른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실내에 위치한 온수 수영장은 날씨에 상관없이 이용 가능하며, 전면 유리창을 통해 애들레이드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조망하며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수영장 옆에는 최신 시설을 갖춘 피트니스 센터와 사우나가 마련돼 있어 완벽한 휴식을 돕는다.

이곳에 머문다면 조식을 꼭 먹어봐야 한다. 높은 층고와 화려한 샹들리에가 우체국 시절의 웅장함을 환기시키는 공간에서 남호주의 풍요로운 식재료를 한데 모은 미식의 장이 펼쳐진다. 인근 애들레이드 힐스에서 생산된 신선한 유기농 달걀 요리부터 바로 옆 중앙 시장에서 공수한 제철 과일과 수제 치즈가 뷔페 테이블을 가득 채운다. 셰프가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오믈렛과 호주 특유의 진한 플랫 화이트 커피도 맛보는 것 잊지 말자.
Adelaide Marriott Hotel
141 King William St, Adelaide SA 5000 오스트레일리아
2. 아디나 아파트먼트 호텔 애들레이드 트레저리(Adina Apartment Hotel Adelaide Treasury)
: 재무부 금고실과 지하 통로에 숨겨진 비밀

메리어트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는 더 은밀하고 고요한 역사가 숨 쉬는 아디나 어파트먼트 호텔이 있다. 이곳은 1839년부터 남호주 정부의 재무부로 사용되던 건물로, 애들레이드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건물 중 하나다.

이 호텔이 다른 유서 깊은 호텔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발밑에 있다. 재무부 시절, 금광에서 캐온 금괴와 국가의 중요 문서를 폭동이나 화재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건설된 지하 통로가 여전히 보존돼 있다. 투숙객들은 가이드와 함께 이 서늘한 지하 공간을 탐험하며, 초기 정착민들이 금괴를 무게를 재던 공간과 비밀스러운 금고실의 흔적을 직접 목격할 수 있다.

아파트먼트 형태의 객실 내부에는 과거 서류 보관함으로 쓰였을 법한 벽면 수납공간이나 두꺼운 석조 벽체 등 옛 건물의 뼈대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아늑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를 풍긴다.

건물 중앙에 위치한 탁 트인 안뜰은 과거 공무원들이 휴식을 취하던 공간이었다. 지금은 담쟁이덩굴이 우거진 고요한 정원이 돼 도심의 소음을 완벽히 차단해 준다.
아디나 호텔의 수영장은 과거 재무부 건물의 뼈대를 그대로 살린 공간 안에 숨겨져 있어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내 온수 수영장은 아담하지만 고즈넉하며, 두꺼운 석조 벽체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비밀스러운 동굴’ 같은 아늑함을 준다. 수영 후에는 바로 연결된 스파 욕조에서 몸을 녹이며 사색에 잠기기 좋다.

아디나 호텔에서 도보 5분 거리에는 남반구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앙 시장이 위치한다. 1869년부터 문을 연 이 시장은 남호주의 미식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시장에서 사 온 신선한 로컬 치즈와 와인을 즐기는 것이 이곳 투숙객들만의 특권이다.
아디나 아파트먼트 호텔 애들레이드 트레저리
2 Flinders St, Adelaide SA 5000 오스트레일리아
애들레이드의 메리어트와 아디나 호텔은 재생 건축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체국 건물의 시계탑 종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고, 재무부 건물의 지하 통로를 걸으며 150년 전의 긴장감을 느껴보는 것. 이는 역사의 일부가 되어 살아보는 귀중한 경험이다.
애들레이드(호주)= 강예신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