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책저책] 여행은 소비가 아닌 배움이라는 이들의 여행법
여행 플러스 조회수
[여책저책] 여행은 소비가 아닌 배움이라는 이들의 여행법
여행을 소비의 시간이 아닌 배움과 성찰의 장으로 확장하자는 이가 있습니다. 낯선 공간, 그러니까 전 세계 어디든 교실이 되는 것이죠. 그곳에서 질문과 대화를 통해 사고를 넓히는 일 또한 진짜 교육이라는 의미입니다.
저자 박미숙은 하브루타라는 대화법을 통해 여행지의 풍경을 질문의 소재로 바꾸고,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을 확장하도록 이끌고요. 저자 고혜련은 세계사와 예술, 문명의 맥락을 짚으며 “왜”라는 물음을 던져 여행을 인문학적으로 탐구합니다.

스페인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 / 사진 = 언스플래쉬
결국 두 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같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같은 공간을 걷되, 같은 질문을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듣는 시간. 여행은 더 이상 사진을 남기는 일정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고 서로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것이죠.
여책저책은 세상을 향한 질문과 답이 이어지는 교실 밖 여행 이야기를 만납니다.
꿈샘의 하브루타 여행학교
박미숙 | 미다스북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 곧 살아 있는 교실입니다.” 교과서 대신 질문을, 설명 대신 대화를 들고 여행을 떠나자는 이가 있다. 짝을 이뤄 질문하고 토론하며 사고를 확장하는 유대인 전통 학습법인 하브루타를 공부하며 깨달은 교육학 박사 박미숙이 그 주인공이다.
필명 꿈샘으로도 익숙한 박 씨는 아이들과 7박 9일 동안 스페인 여행을 하며 여정을 꼼꼼히 기록했다. 이 내용을 토대로 ‘생각을 키우는 하브루타, 아이들과의 스페인 여행’이란 부제를 달고 책 ‘꿈샘의 하브루타 여행학교’를 엮었다.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저자는 여행 전부터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여정을 준비했다. “왜 이 건물은 창이 작을까?”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같은 물음은 관광지 설명을 넘어 생각의 문을 여는 출발점이 됐다. 아이들은 스스로 답을 찾고 서로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저자가 실천한 방식은 ‘하브루타’다. 저자는 이를 여행 현장에 적용했다. 플라멩코 공연장의 울림, 알함브라 궁전의 섬세한 무늬, 프라도 미술관에서 마주한 침묵의 순간까지 모든 장면이 질문의 소재가 됐다. 낯선 풍경은 곧 교실이 됐고, 도시는 또 하나의 하브루타 공간으로 변했다.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아이들은 다투고 서운해 하며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저자는 그 순간조차 배움의 과정으로 기록한다. 서로의 말을 끝까지 듣고, 다른 생각을 인정하는 연습 속에서 존중과 경청의 힘이 자랐다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 곧 살아 있는 교실입니다”라는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각 장 말미에는 ‘여행 하브루타 가이드’를 수록했다. 떠나기 전 질문을 여는 방법, 길 위에서 함께 묻고 자라는 법, 도시 속에서 사유를 확장하는 질문 예시, 여행 후 일상으로 이어가는 대화법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부모와 교사가 자신의 자리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저자는 전 소망유치원 원장이자 현 꿈샘 책통클럽 센터 운영자로, 하브루타·그림책·부모교육 강의 현장에서 활동해왔다. 그는 “아이를 자라게 하는 힘은 정답이 아니라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이번 책 역시 그 신념을 바탕으로, 여행이라는 특별한 상황 속에서 질문과 경청이 어떻게 관계를 변화시키는지 보여준다.
책은 여행을 소비의 시간이 아닌 성장의 시간으로 재해석한다. 풍경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로의 마음을 발견하는 과정으로 확장한다. 질문은 길이 되고, 하브루타는 방향이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부모와 아이,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새로운 배움의 길을 제안한다.
고혜련의 지구촌 인문산책 베스트 30
고혜련 | 제이커뮤니케이션

“아는 만큼 보인다.” 언뜻 진부할 수 있는 표현이지만 이 문장만큼 알찬 여행을 위한 준비는 없다. 언론인 출신 칼럼니스트 고혜련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30여년간 90여 개국을 섭렵하며 현재 지구촌에서 인문학적 산책을 가장 즐길 수 있는 여행 장소에 대해 고민했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고혜련의 지구촌 인문산책 베스트 30’이다. ‘청소년과 함께 하는 가족여행’이란 부제는 청소년 자녀를 둔 가족을 위한 인문 여행 안내서라는 목적 때문이다. 저자는 수많은 여행을 통해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문학적 가치가 높은 30곳을 선별했다.
책은 단순한 관광지 소개를 넘어 “왜 그들의 역사가 그렇게 흘러 오늘의 나라를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고혜련은 “여행은 흥미진진한 세계사의 현장 학습”이라고 강조한다. 고대 문명 발상지의 변모, 신권과 왕권의 갈등, 제국의 흥망성쇠, 예술가와 사상가가 탄생한 배경을 이해할 때 비로소 궁전과 성당, 유적의 의미가 온전히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피렌체 / 사진 = 언스플래쉬
선정된 30곳은 대륙을 가로지른다. 고대 유적의 상징인 이집트 기자와 룩소르, 민주주의의 발상지 그리스 아테네, 르네상스의 요람 이탈리아 피렌체,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광과 몰락이 서린 오스트리아 빈,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격언의 도시 이탈리아 로마 등을 포함했다.
문학과 음악, 예술의 현장도 빠지지 않는다. 체코 프라하는 스메타나·드보르자크·카프카의 도시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숨결이 살아 있는 음악의 도시로 소개한다.
스페인 론다는 헤밍웨이가 사랑한 투우의 무대이며, 프랑스 아를은 반 고흐가 말년을 불태운 예술의 공간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와 피카소·미로·달리의 예술혼이 교차하는 곳으로 조명한다.
아시아와 중남미도 폭넓게 다룬다. 중국 시안은 13개 왕조의 도읍지이자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 페루 쿠스코와 마추픽추는 잉카 문명의 신비를 간직한 공간으로 제시한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포르투갈 리스본, 칠레 산티아고 등은 역사와 자연, 현대 정치·경제의 맥락을 함께 짚는다.

중국 시안 / 사진 = 언스플래쉬
저자는 청소년기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로 ‘지구촌 인문기행’을 꼽는다. 여행은 부모와 자녀가 일상의 틀을 벗어나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라는 설명이다.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나누지 못했던 진로 고민, 우정,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가 낯선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열린다고 말한다.
책은 여행을 소비가 아닌 학습과 성찰의 장으로 재해석한다. 저자는 “무언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선 밑거름이 필요하다”며, 기본 지식을 갖추고 떠날 때 여행은 더 깊어지고 삶의 자산으로 남는다고 전한다.
책을 통해 독자는 묻게 된다. 우리는 얼마나 준비된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가. 이 책은 청소년과 부모가 함께 걷는 길 위에서, 세계사의 현장을 교실 삼아 삶의 지혜를 배우도록 안내하는 인문 여행서다.
장주영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