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한국에선 오직 설악산에서만 볼 수 있다는 ‘희귀 나무’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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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잣나무 자료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눈잣나무 자료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눈잣나무 자료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6월 초, 해발 1000미터를 넘는 설악산 대청봉에는 아직도 싸늘한 바람이 분다. 아래에서는 여름 햇살이 뜨겁지만, 이곳은 여전히 춥다. 이 험한 고산지대에서 눈에 띄는 건, 땅을 기듯 낮게 자라는 ‘눈잣나무’다.

눈잣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한 침엽수지만, 일반적인 소나무와는 생김새가 전혀 다르다. 하늘로 곧게 뻗지 않고, 땅에 엎드려 기듯 자라는 게 특징이다. 줄기는 관목 형태로 퍼지며, 잎은 5개씩 묶여 자라고 뒷면에는 흰 기공선이 있다. 꽃은 6~7월 사이 피고, 열매는 9월쯤 황갈색으로 익는다.

자생지는 극히 제한적이다. 한국에선 오직 설악산 대청봉 인근 해발 1500m 이상에서만 분포한다. 북한에서는 백두산과 개마고원에 분포하고, 해외에선 시베리아·일본 홋카이도·중국 동북부·러시아 극동 등지에서 볼 수 있다.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생물 ‘눈잣나무’

눈잣나무 자료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눈잣나무 자료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눈잣나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돼 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눈잣나무는 고산지대의 서늘한 기후를 필요로 하는데, 온난화로 인해 자생지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RCP 4.5, 8.5)에 따르면, 설악산의 눈잣나무 서식 면적은 향후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산림과학원과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2011년부터 유전자원 보존 전략을 세우고 종자 수집, 증식 연구를 해왔다. 2016년에는 훼손지에 직접 어린나무를 심었다. 이때, 중요한 전환점이 된 것이 ‘털진달래’였다.

바람이 거센 고산지대 특성상, 바람막이 없이 심은 눈잣나무는 생존율이 0%였다. 하지만 털진달래 같은 주변 식물을 심어 바람을 막아주자, 3년 만에 생존율이 50%까지 올랐다.

지난해 기준, 9년 차 생존율은 45%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일부 개체는 60cm까지 자라 자생 환경에 적응 중이다.

또한 설악산 자생식물 증식장에는 후계목 300그루가 보존돼 있다. 다만, 아직 열매가 맺히지 않는 문제는 남아 있다. 올해부터는 결실 부족 원인을 분석하고, 기존 종자를 활용한 새로운 양묘가 진행 중이다.

눈잣나무, 기후변화에 민감하다

살악산에 자란 눈잣나무 자료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살악산에 자란 눈잣나무 자료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눈잣나무는 설악산에서 잣까마귀와 함께 살아간다. 잣까마귀는 눈잣나무의 씨앗을 먹고, 일부를 땅에 묻는다. 이 씨앗이 뿌리를 내리며 번식에 도움을 준다. 강풍이 불고 토양이 얕은 고산지대에서는 이런 방식이 눈잣나무에 큰 도움이 된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연끼리 연결돼 있는 셈이다.

이 나무는 기후 변화에 민감하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눈잣나무를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으로 지정하고, 분포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서식지 예측 모델을 분석한 결과, 고도가 분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로 나타났다. 설악산 기온이 조금만 달라져도 자생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눈잣나무 자료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눈잣나무 자료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눈잣나무는 키를 키우는 대신, 몸을 낮췄다. 척박한 환경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 자라는 방식을 바꾼 것이다. 그래서 등산객들이 그냥 지나치기 쉽다. 작고, 낮고, 땅에 붙어 자라기 때문이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스마트 증식장 도입과 함께, 기후변화 대응 장비를 갖춘 대피소 설치도 계획 중이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설악산에만 남은 눈잣나무 집단이 기후변화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도 계속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와 협력해 보존 관리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KB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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