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어김없이 더위가 고개를 들었다. 이맘때면 입맛부터 사라지는 사람이 많다. 찬 음식만 찾게 되고, 자극적인 걸 더 선호하게 된다. 이런 시기에 한 가지 과일이 눈에 띈다.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입에 넣는 순간 새콤달콤한 향이 입 안 가득 퍼진다.
향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십 가지가 겹쳐진 듯한 깊은 향이 폭발하듯 터진다. 100가지 향을 품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무더위를 잊게 만들 만큼 짙은 향과 맛. 이 계절, 특별히 찾게 되는 과일의 정체는 바로 ‘패션프루트’다.
덩굴에서 자라나는 보석 같은 과일

패션프루트는 백향과라는 별칭으로도 알려져 있다. 향이 강하고 개성 있다는 뜻이다. 생김새는 포도처럼 둥글고, 키위처럼 후숙해서 먹는 과일이다. 수확 직후보다 며칠 두고 먹는 게 더 맛있다. 껍질이 쭈글쭈글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핵심이다. 이때가 가장 달고 향이 짙은 시점이다.
이 식물은 16세기 유럽 탐험가들이 남아메리카 정글에서 처음 발견했다. 꽃 모양이 시계처럼 생겼다고 해 ‘시계꽃’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그 구조가 종교적 상징과 겹친다고 여겨 ‘패션’이라는 단어가 따라왔다. 여기서 패션은 흔히 떠올리는 열정이 아니라, 고난이라는 의미다.
한국에선 향이 풍부하다는 뜻으로 ‘백향과’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름처럼 향이 인상적이다. 입에 넣는 순간 달콤함과 시트러스 향이 먼저 퍼지고, 이어서 꽃향·풀향·열대과일 향이 겹쳐진다. 이렇게 다양한 향이 한 번에 몰려오니 ‘100가지 향을 머금었다’는 표현이 따라붙었다. 실제로는 수십 가지 향이 뒤섞인 듯한 복합적인 인상을 준다. 과육을 입에 넣는 순간 그 향이 확 퍼지며 다른 과일에선 느낄 수 없는 풍부함이 남는다.
껍질은 처음엔 단단하고 매끄럽지만, 후숙되면 쭈글쭈글해진다. 이 상태가 가장 달고 향이 깊은 시점이다. 속에는 노란빛의 젤리 같은 과육과 촘촘한 씨가 들어 있다. 씨는 아삭하게 씹히고, 과육은 신맛과 단맛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입 안 가득 감돈다.
여름철 제철, 지금이 가장 맛있다

패션프루트의 원산지는 브라질,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지역이다. 이곳에선 1~6월이 수확 시기다. 한국에선 주로 제주도, 전남, 전북 지역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며,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6~9월이 가장 품질이 좋다. 지금이 가장 맛있을 때다.
껍질 색에 따라 맛도 다르다. 보라색은 단맛이 강하고, 노란색은 신맛이 더 도드라진다. 생과일 그대로 반을 갈라 숟가락으로 퍼먹어도 되고, 청이나 잼, 주스로 가공해도 좋다. 활용법이 다양하다.
청을 만들려면 패션프루트 6개를 반으로 자른 뒤 과육을 긁어낸다. 설탕 500g, 레몬즙 2스푼, 바닐라빈 반 개 분량을 섞어 유리병에 담는다. 실온에서 하루, 냉장고에서 이틀 숙성시키면 향긋한 청이 완성된다. 탄산수 200ml에 청 3스푼을 넣고 얼음을 띄우면 새콤한 에이드가 된다. 레몬즙과 바닐라빈을 넣으면 향이 훨씬 부드럽고 풍부하게 살아난다.
주스는 패션프루트 4개 분량의 과육을 체에 걸러 씨를 제거한 뒤, 냉수 300ml와 꿀 2스푼을 넣고 믹서에 갈면 된다. 얼음을 띄우고 민트잎 한 장 올리면 시각적 만족감까지 챙길 수 있다. 꿀 대신 아가베시럽이나 메이플시럽을 넣어도 잘 어울린다.
잼은 과육 500g에 설탕 250g, 레몬즙 2스푼을 섞어 중불에서 25분간 졸이면 된다. 식힌 뒤 냉장 보관하면 되고, 플레인 요거트나 팬케이크, 아이스크림에 곁들이면 제격이다.
껍질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3개 분량의 껍질을 얇게 채썰어 끓는 물에 한 번 데친 뒤 물기를 뺀다. 여기에 설탕 300g, 생강 슬라이스 몇 조각을 넣고 섞은 뒤 유리병에 담아 일주일간 숙성시키면 은은한 향의 껍질청이 완성된다. 물이나 탄산수에 타 마시거나 샐러드 드레싱에 활용해도 좋다. 이외에도 아래 영상에서 다양한 조리법을 확인할 수 있다.
먹는 법도 다양, 주의할 점도 있다

패션프루트는 생으로 먹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반으로 잘라 그대로 떠먹으면 된다. 강한 향과 산미 덕분에 샐러드에 넣거나 요구르트,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으면 맛이 훨씬 살아난다.
주의할 점도 있다. 라텍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섭취 후 반응이 생길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과육의 신맛이 강해 위가 약한 사람은 공복 섭취를 피하는 게 낫다. 씨는 먹어도 해롭지 않지만, 많이 먹으면 소화가 불편할 수 있다. 하루 1~2개 정도가 적당하다.
택배로 받았을 때 껍질에 하얀 가루가 묻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곰팡이가 아니라 식물 분비물이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으면 된다.
향과 맛이 모두 뚜렷한 과일인 패션프루트는 여름에 더 빛난다. 시원한 탄산수에 잘 숙성된 청을 넣어 한 모금 마셔보면 왜 여름 과일로 꼽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단순한 열대 과일이 아니라, 입 안에서 여름을 직접 느끼게 해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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