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은 한때 왕과 추장의 특권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선 대중화된 워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서핑은 최근 젊은층 사이 트렌디한 수상 스포츠로 부상했으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2024년 파리올림픽 서핑 경기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인 타히티 테아후푸(Teahupo’o)에서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열린다. 올림픽 역사상 개최지에서 가장 먼 곳에서 열리는 경기라고 한다.
타히티는 전세계 서퍼들에게 ‘꿈의 서핑 데스티네이션’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올림픽 서핑 경기가 열리는 테아후푸의 파도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파도’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이 말년을 보낸 곳으로 유명한 타히티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 속한 섬으로 남태평양에 자리한다. 2024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가능한 최상의 조건에서 서핑 게임을 진행하고자 타히티의 테아후푸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타히티 서핑의 초기 기록은 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778년 타히티 서퍼들을 목격한 유럽 선장 제임스 쿡의 일기 속에는 그와 선원들이 나무판자 위에서 파도를 타는 타히티 서퍼들을 보고 충격을 받은 내용이 남아 있다. 그렇게 타히티는 오늘날 수십만 명의 열광적인 서핑 애호가들을 모으는 서핑의 성지가 됐다.
수많은 서핑 전문가들이 ‘전설적인 파도’라 꼽는 테아후푸는 ‘경험하기 전까지는 설명이 어려운 자연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고 여겨진다. 숙련된 서퍼들도 두려워하는 거대한 파도로 인해 선수들이 늘 최선을 다하게 만든다고 한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선 타히티 테아후푸 해변을 무대로 남자 선수 24명, 여자 선수 24명이 서핑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선수들은 대회 기간 해안에 정박한 크루즈에 머물 예정이며, 관계자들 역시 지역 주민들의 집을 빌려 지내는 등 2000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에 선수촌을 따로 지어 환경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실제로 테아후푸 입구에 가보니 버스 정류장을 비롯해 곳곳의 시설에서 파리올림픽 문구가 속속 눈에 들어왔다. 최근 ‘서핑의 여신’이라 불리는 조각상도 새롭게 설치했다. 서핑을 즐기는 이들 외에도 아이를 동반한 피크닉 여행객들도 많았다. 바다가 깨끗하고 풍광이 근사해 피서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테아후푸 인근에는 타히티 현지인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명소들이 있다. 테아후푸에서 차로 35분정도 가면 바이마(Source Vaima)라는 물이 아주 맑은 계곡이 나온다. 주말에는 많은 사람으로 붐벼 물놀이를 즐기기 어려울 정도로, 바위 사이 흐르는 물을 병에 담아 마시는 이들도 종종 보인다. 민물장어를 비롯한 다양한 수중생물들을 만날 수 있다. 물이 깊지 않은 편이고 깨끗해 어린 아이들과 함께 가기도 좋다.
바이마 계곡에서 조금만 더 움직이면 그로트 드 마라(Grottes De Mara’a)라는 신비로운 동굴도 나온다. 에메랄드빛 물색이 인상적인 이곳은 관광 명소이지만 따로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비가 올 때 방문하면 마치 물이 반짝이는 것 같아 더욱 아름답다. 동굴 옆에는 안에서 수영이나 다이빙을 금지하고 있다고 쓰여 있지만, 많은 현지인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근처 가볼만한 식당으로는 ‘라 플라쥬 드 마우이(La Plage de Maui)’를 추천한다. 평일에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웨이팅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현지인 맛집이다. 신선한 새우 요리로 유명하며 참치 사시미, 홍합 등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선보인다. 새우 커리류가 가장 대표적이고 푸짐한 양과 맛까지 다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타히티 관광청은 테아후푸 외에 여행객들이 타히티에서 서핑을 즐기기 좋은 스폿들을 소개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수준의 서퍼들이 즐길 수 있는 스폿으로는 타히티 섬의 동쪽에 있는 파페누(Papenoo) 해변이 있다. 좀 더 난이도 있는 곳을 원한다면 암초 파도가 있는 타푸나(Taapuna)을 추천한다.
서핑을 하기 위해 타히티 본섬에만 머무를 필요는 없으며, 아름다운 이웃 섬인 모레아(Moorea) 섬, 후아히네(Huahine) 섬, 그리고 한적한 투아모투 제도의 아파타키(Apataki)에서도 멋진 파도 속 서핑을 즐길 수 있다. 타히티의 파도는 11월부터 5월까지는 너울이 북쪽에서 오고, 6월부터 10월까지는 남쪽에서 불어오니 참고하자.
이외에도 타히티에서는 8월 말부터 11월까지는 혹등고래 투어가 가능하며, 럭셔리 폴 고갱 크루즈 및 다이빙 투어 등 다양한 테마의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타히티(프랑스령 폴리네시아)= 강예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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