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의 고장 스위스에서 산은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오를 수 있는 곳이다.
19세기부터 곳곳에서 산악열차를 개발하면서 인프라를 구축했다. 호반의 도시 루체른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건 호수를 병풍처럼 둘러싼 그림 같은 고봉이다. 루체른에 간다면 현지인이고 여행객이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아름다운 산에 꼭 올라야 한다. 고생스럽게 등산을 하라는 게 아니다.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등을 이용해 2000m 고봉까지 편안히 갈 수 있다.
필라투스는 루체른 남쪽을 두르고 있는 해발 2132m(최고봉 톰리쇼른, Tomlishorn)의 산이다. 정상에 오르면 루체른 호수부터 시내까지 훤히 내려다보인다. 시내와 가깝고 코그휠(Cogwheel, 톱니바퀴) 열차와 곤돌라 등을 타고 편하게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어서 루체른 여행자들이 필수로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팬데믹 전 필라투스를 찾는 사람의 비율은 스위스 현지인 50%, 외국인 여행객 50% 정도였다. 한창 때는 하루 6000명 필라투스에 올랐다.
코그휠 열차는 톱니바퀴를 활용해 급경사를 오르도록 설계됐다. 1889년 첫 선을 보인 필라투스 코그휠 열차는 세계에서 가장 경사가 급한 산악열차로 알려졌다. 경사도는 48%로 각도로 환산하면 25.64도에 달한다. 레일에 딱 붙은 열차가 어마어마한 경사도를 이기면서 산 능선을 거슬러 올라간다. 알프나흐슈타트(Alpnachstad) 기차역 맞은 편에 위치한 필라투스반(Pilatus Bahn)에서 코그휠 열차를 타고 30분을 가면 종착역 필라투스 크룸(Pilatus Kulm)에 닿는다.
필라투스 산꼭대기 날씨는 산 밑과 차이를 보일 때가 많다. 특히 비가 오는 날엔 더 그렇다. 온도 차이도 크게 나고 바람도 몹시 거세다. 맑은 날도 좋지만 안개가 짙게 깔린 필라투스 풍경도 나름 운치가 있다. 산에 내려오는 ‘용의 전설’ 이야기를 떠올릴 때면 안개가 마치 특수효과처럼 작용해 더욱 실감이 난다.
중세시대 필라투스는 함부로 올라갈 수 없는 산이었다. 산에는 온갖 전설과 신화가 깃들어 있었는데, 당시 사람들은 필라투스에 치유력을 지닌 돌을 낳는 용이 산다고 믿었다. 필라투스 산에 올라가려면 정부에 허가를 받아야 했고 이를 어길 시에는 엄벌에 처해졌다. 일반 사람들이 필라투스를 자유롭게 다닌 건 16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였다. 해발고도 2070m 필라투스 크룸에는 이러한 용의 전설을 품은 ‘드래곤 트레일(Dragon Trail)’이 있다. 어마어마한 바위 사이로 동굴처럼 길이 나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육중한 바위 중간중간 창문처럼 구멍이 뚫려있는데 그 틈으로 바라보는 전경도 멋지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허연 연기가 온몸을 슥 훑고 지나갈 때면 마치 용의 전설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원한다면 필라투스 산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다. 필라투스 크룸과 호텔 벨뷰, 두 호텔이 운영 중이다. 맨 처음 코그휠 열차를 만들게 된 것도 호텔 손님을 태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필라투스 정상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도 열린다. 유럽 가장 높은 곳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추운 겨울날에는 코그휠 열차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 케이블카나 곤돌라를 타고 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 루체른 현지인들의 최애 나들이 장소, 리기
리기산은 루체른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나들이 장소다. 루체른 호수, 주그 호수(Zugersee) 그리고 라우에르츠 호수(Lauerzersee) 등 호수 세 곳을 끼고 있어 어디서든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다. 해발고도 1797m 리기산에는 현재 코그휠 열차 2개, 케이블카 7개가 운행 중이다. 원하는 곳에서 마음에 드는 교통수단을 타고 산에 오르면 된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은 코그휠 열차를 추천한다. 1870년 리기에 설치된 코그휠 기차는 유럽 최초 산악 열차다. 기차와 페리 역이 함께 있는 피츠나우(Vtiznau)에서 내리면 코그휠 열차를 탈 수 있는 리기바넨(Rigi Bahnen) 역이 바로 나온다.
리기산은 200여년 전부터 이미 스위스 산악 관광의 중심지였다. 옛날에는 리기산 피츠나우와 골다우(1875년)에서 산 정상으로 가는 열차가 각각 운행했었다. 리기 산악열차는 일찌감치 전기를 동력으로 움직였다. 피츠나우 노선은 1937년에, 골다우 노선은 1907년에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해 기차를 움직였다. 1992년에 두 회사가 합쳐지면서 지금은 레일을 공동으로 이용하고 있다.
피츠나우부터 리기 크룸까지는 역이 모두 9개가 있다. 관광객뿐 아니라 리기 중산간에 사는 주민들도 열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코로나 기간에도 열차는 쉬지 않고 계속 달렸다. 리기 크룸 바로 직전 역 리기 스타펠(Rigi Staffel)에 내려 20분 정도 트레킹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루체른 호수와 주그 호수를 눈에 품으며 짧은 등산을 즐길 수 있다.
# 세계 최초 오픈 데크 케이블카가 있는 슈탄저호른
루체른을 비롯해 스위스 많은 곳에서 산 정상으로 가는 케이블카(Cable Car)가 운행 중이다. 가장 특별한 것을 꼽자면 슈탄저호른(Stanserhorn)에 있는 세계 최초 오픈 데크 케이블카다. 카브리오(CabriO) 케이블카는 2층 구조로 되어 있는데 1층은 여느 케이블카와 같이 실내 공간이고 2층은 루프톱 공간처럼 하늘이 뻥 뚫린 모습이다.
카브리오를 타려면 칼티(Kalti)역으로 가야 한다. 스탄스(Stans)역에서 푸니큘라(Furnicular)를 타고 약 15분을 가면 칼티 역에 도착한다. 스탄스역과 칼티역 사이를 운행하는 푸니큘라는 1893년 개통했다. ‘세계 최초 전기로 움직이는 푸니큘라’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2012년 오픈한 카브리오 케이블카는 해발고도 710m에서 출발해 1849m에 위치한 슈탄저호른 꼭대기까지 초속 8m의 속도로 움직인다. 탑승 인원은 60명, 정상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7분이다.
슈탄저호른에 케이블카가 생긴 건 1974년이었다. 원래 스탄스역에서 출발해 산정상까지 푸니큘라가 다녔는데, 불이 나면서 선로가 망가졌고 선로를 고치는 대신 케이블카를 놓기로 결정했다. 슈탄저호른에도 역시 호텔이 있었다. 호텔 역시 화재로 없어지고 현재 산 정상에는 레스토랑만 있다. 경치가 좋은 레스토랑 메인홀은 바닥이 360도 돌아가 밥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전망 구경이 가능하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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