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결정이 더 반갑다”…삼성전자, 반도체 회복 ‘트리거’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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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신문(AP뉴스)/ 이미지 제공 =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했다.
©AP신문(AP뉴스)/ 이미지 제공 =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했다.

[AP신문 = 배두열 기자] 분기 영업이익 기준으로 14년 만의 최악의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감산 공식화에 주목, 잇따라 긍정적인 시그널을 내놓고 있다. 서프라이즈 감산이 어닝 쇼크를 이겼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전자의 인위적 감산 선언이 반도체 업황 회복의 ‘트리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월 말 컨퍼런스콜을 통해 감산에 대한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 등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7일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1998년 이후 25년 만의 메모리 감산 계획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잠정실적발표 설명자료를 통해 “그간 난이도가 높은 선단공정 및 DDR5·LPDDR5 전환 등에 따른 생산 비트그로스(B/G) 제약을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며, “이를 통해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 업계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그간의 ‘무(無)감산’ 기조를 버리고 입장을 선회하자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다. 발표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4.33% 급등한 6만50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도 종가 8만9100원으로,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 덩달아 6.32% 상승했다. 외국인도 삼성전자 주식을 8811억6282만원어치 쓸어담았다. 일일 매수 규모로는 지난해 3월 24일 9525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글로벌 감산 행렬 동참은 시장에 가격 반등 시그널을 명확히 줬다. 주요 산유국들이 추가 감산을 예고하면,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것과 유사한 논리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흑자 유지보다 감산 결정이 더 반갑다’ 제목의 기업보고서를 통해 “가파른 주가 상승이 기대될 만큼의 업황 개선은 아니지만, 공급과잉 국면이 이전 전망보다 빨리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디램(DRAM) 가격 하락 낙폭이 2분기부터 줄어들고 하반기에는 수급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투자 정서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시장 점유율 45%인 삼성전자의 이번 감산 결정이 2위 SK하이닉스와 3위 마이크론 등의 추가 감산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감산은 먼저 감산을 했던 경쟁사로 하여금 추가적인 감산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대에 대한 기대감도 더해지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고객사 입장에선 삼성전자가 감산하지 않았다면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수요를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었을 것”이라며 “2분기와 3분기 가격 흐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AI 기술에 기반한 챗GPT 열풍도 수요 증가에 호재다. 김운호 연구원은 “D램 제품군 중 AI 시대에 쓰임새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AI 시장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D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신규 CPU(중앙처리장치) 출시에 따른 서버용 D램 교체 등으로 수요가 되살아날 것이란 전망도 더해지고 있다. 

다만, 재고 소진과 수요 회복이 맞물리는 반등 시기는 하반기 이후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D램 재고는 21주 치 이상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고객사 재고가 정상 수준에 가까워진 스마트폰에서 먼저 메모리 반도체 주문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조사 재고는 2분기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3분기 이후 본격적인 수요 회복이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중장기 투자도 이번 감산을 통해 보다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그간 불황에서 감산, 이후 투자를 통해 대호황에서의 특수를 누리는 전략적 행보를 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기 생산 계획은 하향 조정했으나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가 전망되는 만큼,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R&D 투자 비중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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