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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롯데 안방’ 접수…부산에 ‘신세계 타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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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 사진=롯데쇼핑

신세계가 부산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을 전격 인수한다. 불과 10m 거리를 두고 17년간 맞붙어 온 경쟁 점포를 품에 안고 ‘신세계 타운’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의 텃밭인 부산에서 신세계가 확실한 승기를 잡으면서 백화점업계 1위를 둘러싼 양사의 자존심 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10m 옆집 품었다

신세계는 롯데쇼핑으로부터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롯데백화점도 같은날 센텀시티점의 자산 매각과 영업 종료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거래 금액은 양사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거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마무리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거래가 끝날 때까지 센텀시티점의 정상 영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영업 종료 일정은 심사가 끝난 뒤 정하기로 했다. 센텀시티점 임직원을 부산 지역 다른 점포로 우선 전환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입점 파트너사의 영업 전환도 지원할 계획이다.

신세계 센텀시티. / 사진=신세계

롯데백화점은 이번 매각을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의 하나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고객 수요와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센텀시티점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자산 가치와 사업성을 고려해 성장 거점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을 신세계 센텀시티와 하나로 연결해 ‘신세계 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센텀시티 내 C부지에 럭셔리 호텔과 프라임 오피스, 프리미엄 레지던스 등을 갖춘 복합단지를 지어 백화점과 연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신세계 센텀시티를 해외 관광객과 비즈니스 수요가 찾는 글로벌 랜드마크로 키운다는 목표다. 신세계는 “이번 양수도는 단순한 점포 확대를 넘어 부산 지역 리테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에서 밀려난 롯데

롯데그룹이 부산에서 경쟁사에 백화점 점포를 내준다는 점에서 이번 거래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이 롯데그룹의 ‘텃밭’이기 때문이다. 부산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 젊은 시절을 보낸 연고지로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 거점으로 꼽힌다. 롯데백화점도 1995년 부산본점을 시작으로 광복점과 동래점, 센텀시티점까지 4개 점포를 운영하며 30년 넘게 부산 유통 상권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2009년 롯데백화점에서 불과 10m 거리에 신세계 센텀시티가 문을 열면서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신세계 센텀시티는 쇼핑에 스파랜드와 아이스링크 같은 레저·문화 시설을 결합한 대형 백화점으로 주목받으며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개점 7년 만인 2016년 지역 점포 최초로 연 매출 1조원을 넘겼고 같은해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을 제치고 부산 매출 1위에 올랐다. 2023년부터는 3년 연속 연 매출 2조원 이상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2조2642억원으로 신세계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이어 전국 3위를 기록했다.

신세계 강남점. / 사진=신세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이었다.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은 신세계 센텀시티보다 2년 앞선 2007년 문을 열어 부산 동부 상권의 주요 유통 거점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세계 최대 백화점’을 내세운 신세계 센텀시티가 들어선 뒤 주요 명품 브랜드까지 빠져나가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한때 3000억원을 넘었던 연 매출도 크게 줄었다. 업계 집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의 지난해 매출은 1352억원으로 전국 백화점 가운데 62위에 머물렀다.

현재는 롯데백화점 부산 점포의 매출을 모두 합쳐도 신세계 센텀시티 한 곳에 못 미친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의 매출은 1조2326억원으로 전국 11위였다. 광복점과 동래점의 매출은 각각 3961억원과 1842억원에 그쳤다. 센텀시티점까지 4곳의 매출을 모두 더해도 1조9481억원으로 신세계 센텀시티보다 3000억원가량 적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롯데백화점의 부산 점포는 세 곳으로 줄어든다. 신세계백화점은 센텀시티 상권을 사실상 홀로 품게 된다. 업계에서는 롯데의 안방인 부산에서 신세계가 승기를 굳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1위 다툼 속 한 수

롯데와 신세계가 점포를 두고 맞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세계 센텀시티 부지 역시 2004년 입찰 당시 롯데와 신세계가 모두 인수에 나섰던 곳이다. 2009년 경기 파주에서는 롯데백화점이 임대 계약을 맺어 둔 아울렛 부지를 신세계가 사들이면서 아울렛을 열기도 했다.

2013년에는 반대로 신세계백화점이 영업 중이던 인천종합터미널 부지와 건물을 롯데백화점이 사들이며 법정 다툼까지 벌어졌다. 결국 신세계가 패소하면서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2019년 롯데백화점 인천점으로 바뀌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의 경쟁은 백화점업계 1위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업계 1위 자리는 오랫동안 롯데백화점의 몫이었다. 하지만 점포 단위에서는 신세계 강남점이 2017년 롯데백화점 본점을 제치고 국내 매출 1위 점포에 오르면서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이후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도 롯데백화점과의 격차를 좁혀 왔다. 업계에서는 순수 백화점 매출 기준으로 신세계백화점이 롯데백화점을 거의 따라잡았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롯데타운 잠실. / 사진=롯데쇼핑

신세계백화점이 빠르게 격차를 좁힐 수 있었던 이유로 점포 대형화 전략을 꼽는다. 신세계백화점은 점포 수를 늘리기보다 지역별 대표 점포를 키우는 데 투자를 집중해 왔다. 신세계백화점의 점포는 13개로 롯데백화점(31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점포당 평균 매출은 1조원을 웃돈다.

연 매출 1조원을 넘긴 점포도 신세계 강남점과 신세계 센텀시티, 신세계 대구점 등 5곳으로 롯데백화점(3곳)보다 많다. 신세계 센텀시티가 부산에서 롯데백화점 점포들을 앞지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에 센텀시티 일대를 ‘신세계 타운’으로 묶기로 한 것 역시 대형 점포를 중심으로 상권을 키워 온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반면 롯데백화점은 당분간 ‘선택과 집중’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센텀시티점처럼 성장성이 떨어진 점포는 정리하고 핵심 점포에 투자를 몰아주는 식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은 올해 외국인 매출이 150% 이상 늘어난 부산본점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롯데몰 벨리타운 청량리.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이달 중 지식재산권(IP) 전문관 개관을 시작으로 부산본점의 전관 리뉴얼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올해 인천점과 노원점의 전관 리뉴얼을 이미 마쳤으며 잠실점은 이달 식품관을 시작으로 전관 리뉴얼에 들어갔다.

쇼핑몰 사업도 롯데백화점이 힘을 싣고 있는 분야다. 최근 청량리점에 ‘롯데몰 벨리타운 청량리’를 연 데 이어 대구 수성과 서울 상암, 인천 송도, 전북 전주에도 대형 쇼핑시설을 열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와 신세계 모두 핵심 거점에 투자를 집중하는 만큼 1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주형 신세계 대표이사(사장)는 “이번 양수도는 양사가 경쟁을 넘어 각자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신세계 센텀시티를 쇼핑과 문화, 관광, 도심형 공간이 유기적으로 융합된 신세계 타운으로 개발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핵심 랜드마크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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