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소생]버터링에 ‘에쉬레’ 목걸이 달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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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응~00맛”
국내 제과업계에는 디저트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제품이 몇 개 있다. 아무리 고급 재료를 넣고 고급스러운 디저트를 만들어도 편의점에서 파는 제품과 맛에서 별 차이가 없어 팔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바밤바’, ‘메로나’, ‘뽀또’, ‘버터링’이 대표적이다.
몽블랑 등 맛있는 밤 디저트를 만들면 “이거 바밤바 맛 아님?”이란 말이 돌아오고 치즈맛 과자엔 언제나 “이 돈이면 뽀또가 몇 개?”란 반응이 나온다. 프랑스산 고급 버터를 아낌없이 넣은 쿠키에도 “응~버터링 맛”이란 댓글이 달린다. 파티셰들의 근로 의욕을 꺾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 제품들이 잘 만들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중에도 버터링의 포지셔닝은 독특하다. 다른 세 제품이 멜론과 밤, 치즈라는 핵심 재료를 두고 대중적인 맛을 추구한 반면 버터링은 양산형 쿠키임에도 처음부터 ‘프리미엄 디저트’를 주장해 왔던 제품이다. 버터링이 출시된 게 국내 제과시장이 아직 열악했던 1981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이 열린 후에도 버터링의 위상은 추락하지 않았다. 3.5%의 높은 버터 함량과 수제쿠키 못지않은 부드러운 질감 덕분이다. 생크림을 그대로 짠 듯한 모양도 양산형 쿠키라고 믿기 어려운 조형이다. “응~버터링맛~이 돈이면 버터링 몇 개?”가 통했던 이유다.
버터 업그레이드
그렇다고 해서 ‘프리미엄’에 대한 욕구가 사라질 리는 없다. 최근 들어 제과업계의 테마는 ‘양보다 질’이다. 저출산, 건강 트렌드 등의 영향으로 옛날만큼 과자를 찾는 사람이 줄었고, 한 번 먹을 때 그만큼 만족감이 높은 고급 과자를 찾기 때문이다.
해태제과는 앞서 2023년 ‘버터링 소프트’를 ‘버터링 골드’로 리뉴얼하며 일반 버터를 발효버터로 바꿔 풍미를 높이는 ‘업그레이드’를 실시한 바 있다. 제조사도 버터링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버터링 골드 출시 후 3년이 지난 올해, 해태제과는 또 한 차례의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이번엔 말 그대로 진짜 ‘프리미엄 버터’를 넣었다. 이즈니 버터, 보르디에 버터, 라꽁비에뜨 버터 등과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버터 브랜드 ‘에쉬레’와 손잡고 에쉬레 버터를 넣은 버터링을 내놨다.
국내 제과업계에서 에쉬레 버터를 사용한 제품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급 버터인 만큼 수급이 한정돼 있어 9월 말부터 연말까지 50만 상자만 한정 판매하는 ‘한정판 버터링’이다. 에쉬레 버터를 사용한 ‘에쉬레 버터링’은 ‘그냥 버터링’보다 맛있었을까.
아~버터링 맛
에쉬레 버터링은 단순히 기존 버터링에서 버터의 종류만 바꾼 건 아니다. 기존 버터링의 경우 버터에 마가린을 더해 맛을 냈지만 에쉬레 버터링에는 마가린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 자리를 모두 에쉬레 버터로 채웠다. 덕분에 기존 3.5%인 버터 함량이 7.4%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만큼 버터향이 풍부해진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가격도 올랐다. 해태제과 직영몰 기준 버터링 골드 한 상자가 4270원인 데 비해 동일 사이즈의 에쉬레 버터링은 5510원으로 29% 더 비싸다. 버터링 골드의 경우 쿠팡 등에서는 3000원 초반에 실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가격 차이는 더 커진다. ‘프리미엄 버터’를 넣은 대가다.
더 비싼 건 괜찮다. 버터링 골드를 단종시키고 출시한 게 아닌 만큼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가격이 비싼 만큼의 차이가 있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두 제품의 용량과 갯수는 동일하다. 버터링 골드가 은색 소포장인 데 비해 에쉬레 버터링은 프랑스산 버터를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프랑스 국기에서 따 온 파란색-붉은색 소포장을 도입했다.

제품을 뜯어보면 두 제품의 차이가 대번에 느껴진다. 우선은 시각적으로 다르다. 버터링 골드가 조금 더 진한 빛을 띤다. 에쉬레 버터링은 색이 더 밝다. 버터 양이 다른 만큼 쿠키를 구우면서 발색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향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 에쉬레 버터링이 상대적으로 진하고 무거운 버터의 향이 강하다. 버터링 골드는 좀 더 고소한 과자의 향에 가깝다.
맛을 보면 어떨까. 두 제품이 똑같다고 할 순 없다. 에쉬레 버터링이 식감도 조금 더 부드럽고, 맛도 조금 더 풍성하다. 문제는 ‘조금 더’다. 눈이나 코로 느껴지는 명백한 차이가 입에서는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두 제품을 섞어놓고 별 생각없이 먹는다면 두 가지 제품이라는 걸 인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문제는 역시나 기존 버터링이 너무 잘 만든 과자라는 점이다. 패키지를 가린 채 에쉬레 버터링을 먹어 본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마도 “아~버터링 맛”일 듯하다. 해태제과가 40년간 맞춰낸 밸런스는 프리미엄 버터를 조금 더 넣고 덜 넣고에 따라 흔들리지 않았다. 버터링의 틀 안에서 버터링을 넘어서긴 쉽지 않다. 높은 점수를 주지 못하는 건, 에쉬레 버터링이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원조’ 버터링이 너무 훌륭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