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ICT]보안 도구가 해킹 무기로…금융사 덮친 ‘아르텍스’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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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 연금술사이자 독성학의 대가로 불리던 파라켈수스는 “약과 독은 투여량에 따라 결정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최근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BNK부산은행 등 국내 금융회사를 겨냥한 해킹 사고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인공지능(AI) 침투도구 ‘아르텍스(ARTEX)’를 보니 문득 그 말이 떠오릅니다. 보안 수준을 점검하고,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AI 도구가 해킹 공격에 악용됐기 때문입니다.
아르텍스는 사이버 보안 엔지니어 리푸화(Li Puhua)가 개발한 AI 자율형 침투테스트 도구입니다. ‘펜 테스팅(pen testing)’이라고도 불리는 침투테스트는 보안 수준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가상 훈련입니다. 공격자 역할을 하는 ‘레드 팀’과 방어자인 ‘블루 팀’을 운영하며 다양한 공격 시나리오를 통해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고 이에 대비합니다. 아르텍스는 이중 레드 팀의 역할을 수행하는 AI 도구로, 여러 AI 에이전트가 취약점을 확인하고 공격 경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자동화합니다.
아르텍스는 중국 포털 바이두의 보안응급대응센터(BSRC)가 주도한 ‘에이전트+ 공방 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당초 만들어진 목적대로 보안 강화에 쓰인다면 문제없지만, 이번 사례처럼 공격자가 악용한다면 언제든 해킹도구로 둔갑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아르텍스는 지난 7월 개발자 플랫폼 깃허브(GitHub)에 오픈소스로 공개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분석에 따르면 위협 행위자는 아르텍스를 거대언어모델(LLM)과 결합해 국내 금융사를 공격했습니다. 주요 LLM 백엔드에는 딥시크, 추가 클로드 코드 세션에서는 GLM-5.3과 그록 4.6을 활용했습니다. 애덤 마이어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공격대응작전 총괄은 “아르텍스 사례는 위협 행위자들이 에이전틱 AI를 실제 공격 활동에 활용해 공격 속도를 높이고, 단기간에 여러 차례 침입을 강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AI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의 위험성은 해킹 속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AI 보안기업 에버스핀이 시연용 샘플 웹·앱에서 아르텍스를 활용해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호출하는 정보 조회 작업을 수행한 결과, 22초만에 목표 작업을 완수했습니다. 실제 금융권 침해사고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에버스핀이 별도로 구축한 재현시험 결과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매우 위협적인 속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침투테스트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의 오픈소스 공개를 무조건 막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약이 되는 성분 자체를 없앨 수 없듯, AI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AI 에이전트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안랩 시큐리티 인텔리전스 센터(ASEC)는 “정상적인 보안 연구와 공격에 모두 활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도구는 단순히 특정 시스템에서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위협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보안 전문가들은 아르텍스라는 AI 도구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사용할 있으며, 실제 비슷한 도구도 많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번 사이버 공격 방식으로 거론된 ‘크리덴셜 스터핑(유출된 계정정보를 무작위로 대입하는 수법)’ 자체를 고전적인 방식이며, AI가 결합하면서 공격의 규모와 속도가 대폭 향상된 것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안기업 관계자는 “아르텍스 하나가 문제가 아니다. 비슷한 도구는 얼마든지 있고, 이걸 조합한 사이버 위협에 대처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금융기관의 지원망이 핵심망에 비해 보안 수준이 낮아, AI를 활용한 공격의 표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이버 보안에 특화된 AI 모델이 빠르게 취약점을 탐지해 공격할 수 있는 만큼 대응하는 쪽에서도 AI를 활용해 더 신속하게 취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