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양, 끝나지 않는 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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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양 유튜브

쯔양에게 협박했다는 유튜버들이 구속되면서 사건이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가세연(가로세로연구소)이다. 가세연은 그전부터 폭로로 유명했는데 쯔양도 가세연의 표적이 된 것 같다.

보통 폭로 유튜버들은 누군가의 증언을 받았다면서 폭로방송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쯔양 전 남자친구의 누나, 쯔양이 과거 근무했던 주점의 전 사장 등이 증언했다고 한다. 이들이 쯔양이 몇몇 부분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전 남자친구의 누나가 마치 쯔양을 공격하는 것 같은 모양새로 비치는 것은 흔한 모습은 아니다. 쯔양의 전 남자친구는 쯔양을 장기간 폭행했고 심지어 성폭행까지 하는 등 심각한 가해 행위를 했다. 이에 대해선 수많은 증거가 제출됐다고 한다. 그 일부 녹취를 방송사들이 입수했지만 너무 끔찍한 내용이어서 다 방송하지도 못했다.

그런 정도의 가해 행위를 한 가해자의 가족이 피해자를 비난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피해자에게 미안함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미안함을 무릅쓰고라도 반드시 고발해야 할 쯔양의 중대한 잘못이 있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쯔양의 잘못에 대해 충분한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보통 폭로 채널의 문제는 한 쪽의 제보,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하면서 의혹만 제기하고 나중엔 ‘아님 말고’식으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는 점이다. 이런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폭로 채널에서 의혹을 제기할 땐 무작정 휘둘릴 것이 아니라 해당 채널이 증거로 그 의혹을 증명하는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오히려 거꾸로 그런 의혹에 과도하게 힘을 실어 보도하면서 논란을 부채질하곤 한다. 그런 식이니 폭로 채널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일부 매체들이 쯔양이 일했었다는 주점 사장의 말을 중요한 증언처럼 보도한 것이다.

그 사장은 쯔양이 노래방에서 일하다 전 남자친구를 만났다고 주장했는데 여기에 대해선 증거를 제시하는 지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주점이) 꼬임에 빠져 강제로 일하거나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출근도 이직도 모두 자유롭다. 강제로 근무를 했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쯔양 주장에 대한 중요한 반론인 것처럼 보도가 됐다.

하지만 그런 의미 있는 반론이 아니었다. 쯔양은 전 남자친구의 강요에 의해 주점에 출근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주점 사장이 말한 ‘우리 업소는 자유로운 업소다’라는 취지의 주장은 그것과 상관없는 말이다. 쯔양이 남자친구에게 당한 강요와 업소의 업무 구조는 별개의 사안인 것이다.

그 사장은 또 ‘근무할 당시 전 남자친구가 쯔양을 폭력적으로 대하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폭력적이고 노예적인 관계였다면 티가 났을 것은 물론, 요새 강압적으로 일을 시킬 수 있는 관계가 어디 있겠냐“라고도 했다고 보도됐다.

이 말도 쯔양 주장에 대한 반론이 될 수 없다. 사실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그냥 업소 사장의 생각일 뿐이다. 자기가 보기에, 자기 생각에 그렇다는 말인데 주점 사장의 생각에 무슨 보도 가치가 있나? 그리고, 주점 사장이 보는 데서 안 때렸으면 폭행이 없는 게 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이렇게 반론이라고 할 수 없는, 보도가치조차 의심스러운 말들을 중요한 반론인 것처럼 보도해 논란을 키웠다. 이런 식이면 언론의 신뢰성도 의심받을 것이다.

전 남자친구의 누나가 했다는 말들 중의 일부도 그 누나가 아는 사실이 아닌 들은 말이어서 의미 있는 증언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가해자인 자신의 동생에게 들은 말을 근거로 말하기도 했다. 이런 수준의 말에도 중대한 의미라도 있는 양 보도가 이루어졌다.

물론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제3자는 알 수 없다. 이럴 땐 증거로 증명하는 쪽을 믿을 수밖에 없다. 쯔양은 녹취 증거를 내놨는데 의혹을 제기하는 쪽은 어떤 증거가 있나? 쯔양은 심각한 폭행, 성폭행 피해자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비난하려면 더욱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전 남자친구가 쯔양에게 돈을 갈취하겠다는 말과 더불어 성적인 요구까지 하는 메시지도 공개됐고, 또 그가 다른 이에게 “돈도 다 뺏어야 하고 성노예로도 써야 하고 그 다음에 얘를 죽여야겠다”라고 말하는 녹취도 공개됐다. 이런 피해를 당한 사람이라면 일단 보호할 생각부터 하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가세연은 쯔양의 해명을 일축하며 계속 쯔양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이 정도로 반인륜적 범죄의 피해자를 압박하려면 가세연도 확실한 증거를 제출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의혹제기 방송으로 논란만 키울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해서 깔끔하게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그동안 ‘아님 말고’식 의혹 폭로 방송에 우리 사회가 너무 휘둘렸다. 불과 얼마 전에 박수홍 관련 의혹 제기로 박수홍이 얼마나 고통 받았나? 영탁도 일방적 의혹 제기 유튜브 방송으로 인해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이런 일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이젠 폭로 채널의 의혹 제기에 신중해야 한다. 언론도 말이 안 되는 내용까지 중요 증언으로 보도하면서 일을 키우는 건 조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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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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