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사진)이 주력 자회사인 한미약품 경영진 개편에 나선다. 과거 함께 합을 맞췄던 한미약품 OB(전직 직원)들이 이사회에 대거 합류할 예정이다. 주주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정책 시행도 검토한다.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장악에 성공한 임종윤·종훈 형제는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날 형제는 지난 2월 주주제안에서 밝힌 대로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선임할 전망이다. 또 이사회에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해 한미약품 경영진을 개편할 예정이다. 임시주총에서 신규 이사를 선임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통과시켜 현재 6명인 한미약품 등기이사를 1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임 전 사장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밝힌대로 본인을 한미약품 사내이사로 추천해 대표이사에 취임할 것으로 관측된다. 임 전 사장은 지난달 열린 한미약품 정기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재선임되지 않으면서 현재 이사회에서 빠진 상태다.
나머지 이사진은 형제가 공언한 대로 제약산업에 전문성을 갖춘 한미약품 전·현직 인사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형제는 지난달 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 이후 “회사를 떠난 임원들을 다시 불러 모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약품 사내이사 1순위 후보로 거론되는 이는 임해룡 현 북경한미약품 총경리(사장)다. 그는 2007년부터 약 10년간 임 전 사장과 함께 북경한미약품에서 합을 맞춘 인물이다. 북경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액 3976억원을 거뒀다. 이는 한미약품 전체 매출액의 약 30%를 차지한다.
하마평에 오른 또 다른 인물은 이관순 한미약품 전 부회장이다. 그는 한미약품에서 40년간 근무했으며 대표이사로 재임 중이던 2015~2016년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등 다국적 제약사에 총 8조원 규모의 대규모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외이사 후보군으로는 김완주 전 씨트리(현 HLB제약) 회장과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이 거론된다.
김 전 회장은 한미약품이 1989년 국내 최초로 글로벌 제약사(로슈)에 기술수출한 3세대 항생제를 개발한 인물이다. 서 회장은 마크로젠 대표이사, 한국바이오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임 전 사장이 평소 ‘스승’이라고 부르는 등 존경하는 이로 알려져 있다.
형제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그들을 지지해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게도 이사회 합류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한미약품 지분 7.72%를 보유한 개인 기준 최대주주다.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한미약품 지분(41.41%)에 신 회장의 지분을 더하면 한미약품 지분 과반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경영을 꾸려나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분쟁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약속한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이사회 안건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형제 측과 석 달간 갈등을 빚었던 모녀(송영숙·임주현)가 형제가 그린 비전(미래계획)에 동참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양측이 이와 관련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화합의사와 무관하게 갈라설 가능성도 있다.
형제 측 관계자는 “형제가 그동안 고민해 온 이들이 한미약품 새 경영진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당사자들로부터 확답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이사회에서 송 회장이 물러나는지 여부도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