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5G 요금제 이동 증가로 연 5300억 손실
LTE 요금제 가격 인하 시 추가 손해
미래 먹거리 AI 모델 개발 안간힘
고가에서 중저가 5G 요금제로 이동하는 고객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이동통신 3사 통신사업 매출이 악화될 전망이다.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가 5G보다 사실상 비싸진 상황에서 LTE 요금제 가격까지 내릴 경우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통 3사 모두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비(非)통신사업에 총력을 기울여왔지만 더욱 고삐를 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2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중저가 5G 요금제 가입자 수 증가에 따라 장기적으로 1400만 명 이상의 국민에게 연간 5300억 원 수준의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7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 이용자는 신설된 중간 구간으로, 5만원대 요금제 가입자는 4만원대 이하의 저가 요금제로 하향 변경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2022년 6월 46% 수준이었던 5G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비중은 지난 2월 31.3%로 두자릿수 감소했다.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는 곧 이통사 매출이 그만큼 감소한다는 의미다. 휴대폰 5G 가입자 점유율로 계산하면 SK텔레콤(48%)은 연간 약 2500억 원, KT(28%)는 약 1400억 원, LG유플러스(23%)는 약 1200억 원 손해를 볼 것으로 추정된다.
LTE 요금제 가격이 인하될 경우 손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저가 5G 요금제 확대로 LTE 요금제와 5G 요금제 가격이 비슷해졌으나 5G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월등히 많아 LTE 요금제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과기정통부도 이러한 개편 방향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박윤규 당시 과기정통부 2차관은 “5G 요금제를 낮추다 보니 LTE 가격이 더 비싼 상황이 벌어진 것 같다”며 “이론적으로는 LTE가 5G 대비 더 저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쟁 환경도 불리해지고 있다. 정부는 제4이통사, 알뜰폰 사업자 등 이통 3사 외 사업자를 꾸준히 지원하면서 경쟁 활성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스테이지엑스’를 주파수 할당 대상법인으로 선정했으며, 스테이지엑스가 1차 주파수 할당대가를 납입하면 정부는 기존 통신사망 공동이용, 자체망 구축, 단말 조달·유통 등의 과정에서 신규 사업자의 애로사항을 적극 수렴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12월 알뜰폰 도매제공의무제도를 상설화해 알뜰폰 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한 데 이어 저렴한 요금제 출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도매대가 인하, 대량 데이터 미리 구매 시 할인폭 확대 등을 추진한다.
통신사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만큼 이통 3사는 신사업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글로벌 AI 컴퍼니’ 도약을 천명하고 AI 사업에서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자체 LLM ‘에이닷엑스(A.X)’를 개발하는 동시에 글로벌 빅테크와 제휴해 그들의 LLM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26일 SK텔레콤 주주총회에서 “SK텔레콤은 오픈AI와 앤트로픽, 구글 등 세계 3대 LLM(거대언어모델) 강자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며 “동시에 (자체 LLM인) ‘에이닷엑스(A.X)’를 만들어 다른 회사 LLM을 써도 그걸 컨트롤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AICT(AI+ICT) 기업을 천명한 KT도 AI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바꾸는 중이다.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한편 전사 직원 AI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AI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시사했다.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자체 초거대 AI ‘믿음’ 외 다른 종류의 LLM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최근 경량화 언어모델(SLM) 수요가 커지는 점을 고려해 B2B 고객 특화 SLM도 개발한다.
LG유플러스도 자체 LLM ‘엑사원’을 기반으로 하는 SLM ‘익시젠’을 개발 중이다. 익시젠을 활용해 통신, IPTV, B2B 등 주요 서비스에 AI 비서 기능을 구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