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300여 개 우체국·물류센터
1500여 대 전기차로 우편물 배달
씨티은행 등 8개 은행과 업무 제휴
ESG 경영 정책, 폐의약품 회수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했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1984년 우정총국부터 ‘근대 우편제도 도입’…과기정보통신부 소속 국가 기관
우정사업본부(우본)는 전국 3300여 개 우체국·물류센터, 4만3000여 명의 직원, 물류망·금융망 등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갖춘 과기정보통신부 소속 현장 밀착형 국가 기관이다.
본부 1개와 직할 관서 3개, 지방우정청 9개, 우체국·물류센터 3348개를 소속 기관으로 하는 오늘날 우정사업본부는 1884년 ‘우정총국’ 설립을 통해 근대우편제도를 도입했다.
현재는 국민이 쉽고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는 우편 사업과 예금 사업, 보험 사업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특히 우체국 쇼핑과 알뜰폰, 기타 제휴 서비스도 국민 편의 제공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우본은 자체 세입으로 모든 지출을 충당하는 특별 회계 예산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올해 예산 규모는 12조4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갖춘 책임 경영 국가 기관이다.
우정 사업을 규정하는 법률은 우편법,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등 21개에 이른다. 특히 우체국은 연간 26억통의 우편물을 전국 곳곳에서 집배원이 매일 배달하는 ‘보편적 서비스 제공’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민영 금융기관에서 서비스 제공을 기피하는 농어촌이나 도서 지역 주민들에게도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금입출금, 생명보험, 공과금 수납, 해외 송금 등 보편적 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 시중은행은 농어촌(읍·면 소재지) 점포 비율이 10% 미만인데 우체국 금융은 50% 이상이 농어촌에 위치하고 있다. 국가기관으로서 ‘취약 계층 지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편 사업은 모바일 전자 고지 전환과 종이 문서 디지털화 등으로 물량이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2002년 55억통을 정점으로 기록한 후 지난해는 26억통(-52.3%)을 기록했다.
이에 우본은 지난해 9월 조해근 본부장 취임 후, 국민에게 안정적인 우편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효율적 물류 체계를 구축할 방안을 마련했다.
우체국을 연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집배원’일 것이다. 집배원은 1884년 우정총국이 도입된 당시부터 현재까지 국민에게 가장 친근한 이미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편 물량이 정점인 2000년대 초에는 일 평균 1000여 통의 우편물을 배달했으나, 현재는 전국 1만 8000여 명의 집배원이 일 평균 600여 통의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다.
이전에는 손 편지가 주였지만, 이제는 홍보물과 통지서와 소포(택배)우편물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우편물을 운송하는 배달 장비도 이륜차에서 4륜 차량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 보호를 위해 전국에 1500여 대의 초소형 전기차가 우편물 배달에 활용 중이다.
예금·적금, 소액 서민보험…금융 취약 계층에 ‘공익 금융 상품’ 제공
우체국 금융(예금·보험)은 서민 자산 형성과 편익을 지원한다. 우체국예금은 1905년, 우체국보험은 1929년 시작됐다. 이후 1977년 농협으로 업무를 이관한 뒤 1983년 우정 사업 적자 해결을 위해 재개했다.
우본은 국영금융기관로서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사업 목적에 명시된 ‘국민의 저축 의욕 고취, 보편적 금융 서비스 제공을 통해 국민 경제 생활의 안정과 공공 복리의 증진에 기여’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특별금리 우대 상품을 공급하고 예금·적금, 소액 서민보험과 다양한 공익 상품도 제공한다. 시중은행 점포 폐쇄 가속화에 따른 금융 소외 계층의 접근성 확보를 위해 우체국 창구를 개방해 국민이 시중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업무 제휴도 시행 중이다.
1998년 씨티은행을 시작으로 중소은행 중심으로 운영하다, 2022년 11월 주요 4대 은행으로 확대해 현재 총 8개 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다. 시중은행·보험사·카드사·증권사 등 290개 기관과 20개 업무를 제휴하면서 민영 금융기관의 다양한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항목인 재무 건전성 지표도 예금BIS(자기자본비율)가 22.4%, 보험RBC(지급여력비율)이 282%에 달한다.
우체국쇼핑·복지우편등기·폐의약품 회수 등 다양한 우체국 서비스
우체국은 농·어촌 지역의 특산물을 발굴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기 위해 ‘우체국 쇼핑’ 서비스도 제공한다.
우체국 쇼핑은 1986년 우편 주문 판매(8개 상품)로 시작해서 현재는 지역 특산물, 전통시장 상품 등 14만여 개에 이르는 상품을 판매해 농어민·소상공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노후화된 우체국은 지역 특색과 편의 시설을 반영해 재탄생하고 있다. 과거 빨간 벽돌의 획일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지역 역사·문화·특산물 등을 가미한 외관으로 변신하고, 복지·창업 등 주민 편의시설을 반영한 복합국사로 거듭나고 있다.
일례로 전남 고흥 풍양우체국은 지역관광자원인 ‘유자’와 ‘우주’의 캐릭터인 ‘월이·흥이·락이’가 세워졌다. 또 서핑(surfing) 성지인 강원 양양 현남우체국에는 ‘서핑 형상 벽화’가 그려졌다. 해수욕장 관광지로 유명한 부산 송도우체국은 ‘해변 카페형 건물’로 재탄생했으며, 사과 주산지인 강원 정선 임계우체국에는 ‘사과 모양’ 조형물을 설치했다.
아울러 우체국은 그간 라돈 침대 수거부터 공적 마스크 판매, 재택 치료키트 배송 등 비상 상태 시 국가 안정망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복지·환경 등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복지등기우편’과 ‘폐의약품 회수 우편 서비스’를 제공했다.
집배원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의심 가구에 복지 정보가 담긴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생활 실태 등을 파악하고 해당 정보를 지자체에 전달한다. 2022년 7월 시범사업 후, 지난해까지 총 60개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맺고 7만 5758통을 배달했다. 그 결과 1만 7723가구(23.4%)에 공공·민간복지서비스를 지원했다.
현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한 친환경 정책도 시행 중이다. 특히 ‘폐의약품’은 생활계 유해 폐기물에 해당해 안전하게 회수한 후 소각 처리해야 하는데, 약국·보건소를 통한 수거율이 8% 수준에 불과해 환경 오염 문제를 발생시킨다.
우체국은 지난해부터 24시간 투함이 가능한 우체통을 활용해 폐의약품을 회수하고 있다. 최초 시행 지역인 세종특별자치시의 지난해 폐의약품 수거량은 이전 대비 118% 증가해 ‘2023년 범부처 적극 행정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우정사업 디지털 혁신으로 다양한 복지서비스 발굴할 것’”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 인터뷰]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은 앞으로 우본이 우체국 특성을 살려 국민 복지 향상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복지 서비스 모델을 지속해서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본부장은 “우정사업 경영 환경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속 성장이 가능한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디지털 혁신’으로 서비스 품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이룰 것”이라며 “사업의 건전한 성장과 공적 가치를 충실히 수행해 ‘국민과 함께 새롭게 거듭나는 대한민국 우정’을 구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우정사업 디지털 혁신’을 통해 서비스 품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이루고, 사업의 건전한 성장과 공적 가치를 충실히 수행해 ‘국민과 함께 새롭게 거듭나는 대한민국 우정’을 구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조 본부장은 이를 구현하기 위한 5대 경영 전략으로 ▲우정 디지털 플랫폼 구축 ▲우편 사업의 수익구조 개선 ▲금융사업의 안정적 성장 ▲온 세상을 연결하는 공적 가치 ▲안전하고 활기찬 조직 문화 조성 등을 꼽았다.
그는 “우체국을 인공지능(AI)·생체 인증 등 디지털 신기술이 접목된 대면과 비대면 유무인 복합 점포로 구현하고, 우체국 우편·금융 멥버십 회원을 통합해 포인트를 적립하고 사용하는 등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며 “고객 특성에 맞는 온라인 맞춤형 전용 예금·보험상품도 출시를 준비하는 등 고객서비스 향상과 경쟁력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의 생활 패턴과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의 자산을 수집·통합분석하는 ‘우정 마이데이터’ 서비스와 고객 건강정보를 기반으로 질병을 예측해 보험상품을 추천하는 ‘헬스케어’ 서비스 등 개인 맞춤형 서비스도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 본부장은 “우편 물류 현장에는 AI·로봇기술을 융합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계획”이라며 “파렛에 적재된 다량의 소포를 파손 없이 안전하게 구분기로 일괄 투입하는 지능형 티퍼 로봇과 3D 공간·객체 인식을 통해 차량에 적재된 소포 유형과 적재 상태를 자동으로 파악해 하차하는 ‘소포 하차 자동화’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우편 물류 작업장의 안전 확보도 추진 중”이라며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중부권광역 우편물류센터의 고위험군 시설물 등에 실물과 동일한 5G 기반의 디지털트윈을 구축해 자동화 설비와 주요 부품의 고장을 사전 진단·예측할 것”이라며 “현재는 이동체 간 충돌 방지 예측과 알람 시스템을 도입해 능동형 화재 대피 안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조 본부장은 “내년까지 현장 실증을 통해 2026년부터는 우편 물류 현장에 전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우본의 노력이 결실로 이어져 지난해 통합 경영 수지는 3655억원 흑자를 달성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제12대 우정사업본부장으로 취임하면서 우정사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다”며 “우정사업이 그동안 국민 여러분의 아낌 없는 사랑과 두터운 믿음으로 각종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였고 발전할 수 있었음을 잊지 않고, 무엇보다 ‘국민을 위한 우체국’이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