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이 미국에 제약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약·바이오 분야는 박현주(사진) 회장이 10조원 규모의 벤처투자 계획을 밝힌 신성장 사업군 중 하나다.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자산운용는 지난해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미국 바이오 전문벤처 투자사 ‘미래에셋캐피탈 라이프사이언스’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최근 500만달러(66억원) 규모의 첫번째 펀드 투자자 모집을 끝내고 지난 16일 미국 뉴욕에서 ‘킥오프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박 회장이 직접 참석했다.
미래에셋캐피탈 라이프사이언스는 미래에셋그룹이 미국에 세운 첫번째 바이오벤처다. 초기 투자금액이 크지 않음에도 박 회장이 직접 참석한 것 자체가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벤처캐피탈이 모금한 금액은 670억달러(약 90조원)에 달했다.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며 2015년 이후 최저였음에도 여전히 막대한 돈이 바이오 분야에 투자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2016년 향후 10년간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성장동력 분야 벤처기업에 매년 1조원씩 총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에셋캐피탈 라이프사이언스가 올해 첫 테이프를 끊었다.
첫번째 모집한 500만달러 가운데 25%는 캐피탈콜(출자 요청)을 끝내 펀드를 설정했다. 미래에셋캐피탈 라이프사이언스는 리드 투자자로 해당 금액을 곧 해외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주로 초기 투자단계에 있는 △종양학 △면역학 △심혈관·대사 △중추신경계·안과 △유전병 등 5개 치료부문 신약개발 기업이 대상이다. 향후 투자성과에 따라 추가적인 펀드 조성·운영 가능성이 열려있다.
과거 미래에셋그룹은 국내외 계열사를 통해 여러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고 성공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치료제 기업 바이오엔텍에 1500만달러(약 200억원)를 투자했다. 미래에셋그룹은 투자 석달 만에 바이오엔텍을 나스닥에 상장시키면서 2.5배 수준의 차익을 실현했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 셀트리온과 공동펀드 ‘미래에셋셀트리온신성장펀드’를 운영하면서 지난 2021년에는 ADC(항체-약물 접합체) 업체 ‘익수다’의 시리즈A 펀딩에 참여했다. 당시 미래에셋그룹과 셀트리온은 익수다의 지분 47.05%를 4700만달러(약 630억원)에 사들였다.
이밖에 미래에셋그룹은 해외 바이오기업 ‘아셀엑스’, ‘비비디온테라퓨틱스’, ‘TCR2’ 등에 투자해 성공적으로 엑시트한 경험이 있다. 미래에셋캐피탈 라이프사이언스는 올해 1분기 중 첫 번째 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공개할 예정이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생명공학, 바이오 섹터는 향후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 등으로 큰 발전이 예상되는 분야”라며 “가장 큰 시장이 있는 미국 현지에서 미래에셋그룹의 벤처캐피탈(VC) 비즈니스를 확장시킬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