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100GB 중간요금제·5G폰-LTE요금 교차가입 탄생
세종텔레콤·미래모바일·스테이지엑스, 제4통신 도전기
올해 이동통신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해를 보냈다. 정부와 통신 3사 너 나 할 것 없이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한 정책과 방안을 쏟아냈다. 통신사는 중간 요금제와 5G 스마트폰에서 LTE 요금제 가입이 가능한 교차가입 제도를, 정부는 통신 3사 체제로 굳어진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을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데이터는 많이, 요금은 싸게…쏟아진 5G요금제
정부는 올해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통신 요금제 다변화도 그 중 하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7월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11월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 등을 속속 내놓으며 통신사들에게 요금제 인하를 주문했다. 통신사는 정부 요구에 맞는 다양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중간요금제 첫발은 SK텔레콤이 끊었다. 이들은 고객의 연령대 특성을 고려해 만 34세 이하 청년층과 만 65세 이상 장년층 고객을 위한 5G 요금제와 데이터 제공량을 세분화한 요금제를 지난 3월 출시했다.
이에 질세라 LG유플러스도 지난 4월 11일 ‘생애주기별 5G 요금제’’라는 이름의 5G 요금제를 내놨다. 지난해 8월 출시한 31GB 구간에 50GB, 80GB, 95GB, 125GB 구간을 강화했다. 가격대도 최저 6만3000원, 6만6000원, 6만 8000원, 7만원 등으로 낮췄다. 이달 5월에는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7월에는 ‘5G 청년 요금제’를 내놨다. 이외에도 시니어 요금제 3종과 청년 맞춤형 요금제 14종을 선보였다.
KT도 50GB~90GB 구간 5G 중간요금제(3종), 만29세이하 전용 ‘Y덤’ 혜택(15종), 만65세·75세·80세 이상 연령대별 선택 가능한 시니어요금제(4종), 온라인 다이렉트요금제(5종)를 출시하며 요금 경쟁에 나섰다.
중저가 요금제 출시는 내년에도 이어진다. 통신사들은 내년 1분기 안에 3만원대 5G 요금제를 신설할 예정이다. 해당 요금제가 출시될 겅우, 5G 최저 요금제는 3만원 대로 떨어진다.
내년부턴 통신3사 모두 5G 스마트폰에서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는 ‘교차가입’도 지원한다. 현재 SK텔레콤과 KT는 이미 약정 개정을 마치고 가입 신청을 받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내년 1월 19일부터 지원한다.
28㎓ 주파수 할당 공고 끝…제4이통 선정 착수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위해 준비한 또 다른 카드는 ‘제4이동통신사업자’ 육성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로 고착화된 통신 시장에 신규 사업자를 넣어 시장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제4이통사의 등장이 통신사 간 요금제 경쟁과 중저가 단말의 도입 등의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는 물론, 미래 통신 사업인 6G 개발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정부의 제4이통사 유치 의지는 강했다. 신규 사업자 유치를 위해 진입장벽을 대폭 낮추고 ‘특혜’수준으로 불릴 만한 파격적인 혜택도 줬다. 5세대 이동통신(5G) 28기가헤르츠(㎓) 전국단위망의 경우 최저 가격을 과거 통신3사(2702억원)의 3분의 1 수준인 742억원으로 책정했다. 기지국 구축 의무 수량도 1만5000대에서 6000대로 줄였다. 또 통신 3사와 한전이 보유한 땅속 관로·광케이블·지상에 있는 전주 등의 필수 설비를 이용과 5G 망 구축 투자비 세액공제율을 한시적으로 올려주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약 한 달간의 주파수 모집 공고 결과, 세종텔레콤을 비롯한 스테이지엑스(스테이지파이브), 마이모바일컨소시엄(미래모바일) 등이 제4이동통신사 지원서를 냈다. 당초 정부에서 기대한 대기업들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마감 전날까지 지원서가 ‘0’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 입장에선 한시름 놓게 됐다.
다만 이들이 제4통신사업자로 가는 과정은 험난하다. 우선 통신 사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재무 능력을 평가받아야 한다. 통신사업은 기지국 구축 비용과 유지 보수에 큰 비용이 들어간다. 정부가 대기업을 기대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들이 감당해야 할 28GHz 전국망 사업 의무 구축 비용이 약 1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일정 가입자를 확보하기 전까지 버틸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세 곳 중 유일한 중견기업이자 상장 기업인 세종텔레콤은 지난해 영업손실 55억원을 기록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신한투자증권 등의 투자처가 있긴 하지만, 컨소시엄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미래모바일 컨소시엄의 자본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들의 자본력도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과기정통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전파법 및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결격 사유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약 한 달간의 적격여부 조사 후, 검증 통과를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주파수 경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이번 할당신청법인은 모두 주파수 경매 경험이 부족한 사업자들로, 과기정통부는 사업자들이 원활히 경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며 “신규 사업자 간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공정한 경매 관리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효자폰 취급은 그만…1500만명이 선택한 알뜰폰
올해는 알뜰폰(MVNO)시장이 매섭게 성장한 해이기도 하다. 고물가 속 가계 통신비 인하에 대한 관심과 고가 스마트폰 출시 시기가 맞물리면서 알뜰폰 회선 수는 사상 처음 1500만개를 넘겼다.
올해 알뜰폰의 성장은 ‘자급제+알뜰요금’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렴한 스마트폰이 나오지 않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싸게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알뜰폰 사업자가 내놓은 요금제 중 대부분이 이동통신사들의 평균 요금(4~6만원)보다 저렴한 2~4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또 일부 사업자들은 ‘0원 요금제’를 내놓기도 했다.
알뜰폰에 대한 인식이 바뀐 점도 호재였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알뜰폰 수요가 급증한 것이 컸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알뜰폰 이용자 수의 49%는 20대와 30대다. 더 이상 ‘학생폰’, ‘효도폰’, ‘주부폰’ 등으로 불리지 않는다.
달콤했던 '2위' LG유플러스, 내년은 '원상복귀'
올해 LG유플러스는 1996년 LG텔레콤 시절 이후 처음으로 ‘만년 3위’ 딱지를 뗐다. 년수로는 27여년, 일수로는 9855일 이상 걸렸다. LG그룹이 무선 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그간 이동통신 부문 점유율에서 5 : 3 : 2 구도를 유지해 왔다. 통신3사 재편 이후 SK텔레콤이 가입자 50%를, 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 30%, 20%씩을 갖는 구조였다. 구체적인 점유율 변화는 늘 있어왔지만, 시장 순위가 뒤바뀐적은 없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턴 통신 시장 점유율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사물인터넷(IoT) 회선 수를 대거 확보하며 KT 자리를 위협했다. 지난 8월 LG유플러스와 KT 무선통신 부문 격차는 76만 회선, 점유율 차이는 2.15%p에 불과했다.
본격적인 순위 변동은 9월에 일어났다. LG유플러스의 전체 이동통신 가입 회선은 1801만6932개. KT의 1713만3388개를 앞지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LG유플러스가 따낸 한전 검침기 수주가 IoT회선에 반영된 영향이 컸다. 이 같은 기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10월 무선 통신 조사에서도 이어졌다.
업계에선 LG유플러스가 2등 사업자에 오른 데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LG유플러스가 사람이 아닌 사물이 쓰는 IoT회선을 늘려 만든 결과이기 때문이었다. 실제 사람이 쓰는 회선 고객 가입자 대상 회선에선 KT(1357만6962대)가 여전히 LG유플러스(1099만4852대)에 비해 더 많은 가입자를 가지고 있다. 259만명 차이가 났던 9월보다 격차는 소폭 줄었지만, KT와 LG유플러스의 격차는 큰 편이다.
정부 무선 통계 집계 방식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자, 정부는 IoT 회선과 사람 회선을 내년부터 별도로 집계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LG유플러스의 2등 사업자 타이틀은 내년 1월 내려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