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 프랜차이즈, 규제 10년…“운동장은 더 기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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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신규 출점 발목…“제품 가격 인상도 어려워”

국내서 경쟁력 상실…글로벌 투자 확보도 힘들어져

서울시내 뚜레쥬르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뉴시스 서울시내 뚜레쥬르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뉴시스

제과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수년째 신규 출점 규제에 발목이 잡혀 손님을 뺏기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압박으로 제품 가격 인상 마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제과점업은 지난 2013년 2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가맹점 신설이 전년도 점포 수의 2% 이내로만 허용됐다. 동네 빵집 500m 이내에는 재출점이나 신규 매장 출점도 제한됐다.

중기적합업종 지정은 지난 2019년 만료됐지만, 대한제과협회와 상생협약을 맺으면서 오는 2024년까지 동네 제과점 인근 500m 이내에는 출점할 수 없도록 한 규제가 이어지게 됐다. 내년 8월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사실상 또 연장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중기적합업종과 상생협약의 당초 취지는 ‘동네 빵집’의 생존에 있었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무분별하게 들어와 골목상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빵을 판매하는 비슷한 채널간의 간접 진출까지 막진 못 하면서 반쪽 규제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문제는 규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제과 프랜차이즈 업계는 규제로 인해 성장이 제한되면서 국내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경쟁 심화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개인 제과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수는 제자리를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SPC 파리바게뜨의 매장 수는 2018년 3366개에서 지난해 3424개로 1.7% 늘어나는 데 그쳤고, 2018년 1335개 매장을 운영하던 CJ 뚜레쥬르는 지난해 매장 수가 1316개로 1.4% 줄었다. 반면 전체 제과업 업체는 2018년 1만523개에서 2022년 1만5923개로 51%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가맹점주는 소상공인으로, 브랜드가 성장해야 가맹점주의 생존권이 보장된다”며 “브랜드가 정체되거나 침체되지 않고 고객 접근성이 높아지면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향상되고 이것이 가맹점당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해외 유수의 글로벌 프랜차이즈 브랜드 등도 자국에서 탄탄한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을 위한 투자 및 확대가 가능하다”며 “국내 성장이 정체되면 글로벌 투자도 어렵고, 해외에서 성공하기는 더욱 어렵게 된다. 프랜차이즈는 점포수 확장이 전제돼야 결국 브랜드력 강화와 해외 투자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내 뚜레쥬르에 빵이 진열되어 있다.ⓒ뉴시스 서울시내 뚜레쥬르에 빵이 진열되어 있다.ⓒ뉴시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내 사업 환경도 열악해지고 있다. 출점이 가로막힌 사이 경쟁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외국계 빵집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일본, 프랑스, 미국 브랜드인데, 이들은 진출 몇 년 만에 수 십개 매장으로 확대하는 등 빠르게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편의점업계도 프리미엄 빵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빵이 간식에서 한 끼 식사로 위상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전국 5만개에 달하는 편의점들이 프리미엄 빵 시장에 나서면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체들은 고민이 더 깊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베이커리 업계 규제로 사실상 가장 수혜를 보게 된 쪽은 동네 빵집이 아닌 외국계 베이커리”라며 “동네 빵집의 경쟁상대는 더 이상 파리바게뜨‧뚜레쥬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내 프랜차이즈만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제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원가 상승에 가격인하 압박까지 더해지며 국내 수익성이 갈수록 낮아진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해외 사업에 출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통 해외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마진율이 국내보다 더 높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밀가루, 원유 가격 등의 인상이 진행됐지만, 단순 재료 하나로 인해 가격 인상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원부재료 가격, 가공비 및 물류 등의 제반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 원부자재의 극심한 가격 인상 상황을 내부적으로 최대한 감내하고 있다”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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