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잘 나가더니 “이를 어쩌나” … ‘100조 기적’ 뒤에 숨겨진 치명적인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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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수출, 100조 시대 열었지만
글로벌 강국 위해선 핵심 기술 국산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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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한국 방위산업이 전례 없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 7대 방산 기업의 수주 잔액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0조 원을 넘어섰다.

50여 년 전 6억 원 규모의 탄약 수출로 시작한 K-방산이 이제는 글로벌 강자로 자리 잡은 것이다.

1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현대로템 등 7개 기업의 방산 부문 수주잔액이 총 105조6000억 원에 달했다.

방산 기업들의 곳간을 채운 것은 단연 수출이었다.

2020년 30억 달러(약 4조3000억 원)에 불과하던 방산 수출액은 2023년 95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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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세 불안으로 무기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한 한국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했다는 분석이다.

K방산의 발자취는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9월 이라크와 3조7000억 원 규모의 지대공 유도미사일 계약을 체결했고, KAI는 필리핀과 FA-50 전투기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도 미국 군함 수주를 노리고 있다.

수출 강국 됐지만… 핵심 기술은 남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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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전례 없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K-방산의 최대 약점은 여전히 ‘핵심 기술’이다.

엔진과 소프트웨어 등 무기의 핵심 기술을 외국에 의존하다 보니, 수출 계약이 해당 국가의 승인 여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K9 자주포다. 세계 자주포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한 K9은 1300문 이상이 수출됐지만, 그동안 독일제 엔진을 사용해 독일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했다.

일부 중동 국가에 대한 수출이 막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해 말 국산 엔진 개발이 완료되면서 이런 문제를 해소할 기반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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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분야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이 자체 개발한 이지스급 구축함 ‘정조대왕함’에 탑재된 탄도미사일 요격 시스템은 국산이지만, 이를 운영하는 전투 체계 소프트웨어는 미국 록히드마틴 제품이다.

핵심 소스 코드와 유지·보수 권한이 미국에 있어 독자적인 운용이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비용이 전체 건조 비용의 40%에 달한다”며 “이를 국산화하면 수익성도 높아지고 수출 국가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핵심 기술 의존도가 높다 보니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도약을 위해서는 기술 국산화가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AI 기술도 해외 의존… 보안 우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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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이 미래 무기 체계의 핵심인 AI(인공지능) 기술에서도 해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내 한 대형 방산 기업이 AI 기술을 활용한 전장 인식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한 국내 IT 업체와 협력했지만, 이 IT 업체가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오픈소스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방산 기업의 기밀 사항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방산 AI 기술 수준은 미국 등 선진국보다 평균 4.1년 뒤처져 있다.

‘전장 인식 및 판단’ 기술력은 선진국 대비 78.3%, 전투 지휘관의 판단을 지원하는 AI 기술은 76.5% 수준에 불과하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AI는 차세대 전쟁의 핵심 기술인데, 한국은 기술 개발이 늦어져 해외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술 확보 없이 방산 강국으로 자리 잡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K-방산의 미래, 기술 국산화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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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무기의 핵심 부품과 소재도 높은 수입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방 핵심 소재 10종의 조달 금액 8473억 원 중 78.9%가 수입품이었다. 특히 내열합금과 마그네슘합금 등은 100% 해외에서 조달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 방산업체들은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핵심 기술을 국산화하지 않으면 방산 수출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기술 독립을 위한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방산이 단순한 무기 수출국을 넘어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단순한 규모의 성장이 아니라, 기술 자립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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