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 효과, 편도체와 해마 뇌파 변화 직접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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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가이드를 통해 5분 동안 방법을 안내하고, 10분짜리 명상 세션을 진행하도록 했다 / 출처 :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음성 가이드를 통해 5분 동안 방법을 안내하고, 10분짜리 명상 세션을 진행하도록 했다 / 출처 :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명상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심신을 편안하게 만드는 기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연구팀이 뇌 편도체와 해마의 뇌파(EEG)를 직접 측정해, 명상이 감정 조절과 기억 형성 등 주요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명상을 통한 뇌파 변화 측정

「미국 국립 과학 아카데미 저널(PNAS)」에 최근 게재된 연구에서는 뇌파 측정 기법을 통해 확인한 결과, 명상 기법의 일종인 ‘자비 명상(Metta Meditation)’이 편도체와 해마의 활동에 변화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자비 명상은 불교 계통에서 유래한 것으로, ‘개인의 내면 평화와 타인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증진하는 데 초점을 맞춘 명상 기법이다.

일반적으로 뇌파를 측정할 때는 두피에 전극을 부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비침습적이고 비교적 간단하며, 실시간으로 뇌 전반의 전기적 활동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두피를 통해 간접적으로 측정하다보니, 뇌 깊숙한 곳의 영역별 활동을 상세하게 모니터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뇌의 전기적 활동 조절을 위해 뇌에 전극을 이식한 간질 환자 8명을 대상으로 뇌파 데이터를 수집하고자 했다. 해당 영역에 이식된 전극으로부터 발생하는 신호를 수집해, 명상을 수행하는 동안 특정 영역에 나타나는 변화를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자비 명상, 베타파와 감마파 증가

뇌 속 전극을 이식한 8명의 환자들은 기존에 명상 경험이 전혀 없거나 거의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5분 동안 음성을 통해 안내되는 가이드를 청취한 다음, 음성 안내에 따라 10분 간 자비 명상을 수행했다. 

그리고 나서 참가자들은 스스로 느낀 ‘명상의 깊이’를 1점~10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더 깊은 명상을 느꼈음을 의미한다. 참가자들이 직접 평가한 명상의 깊이는 평균 7.43점으로 나왔다. 명상 초보자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연구팀은 자비 명상이 진행되는 동안, 편도체와 해마에서 베타파(β)와 감마파(γ)의 강도와 지속시간에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베타파는 지속시간이 증가했으며, 감마파는 강도와 지속시간 모두 증가했다.

베타파와 감마파는 주로 ‘각성 상태’, 즉 깨어있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파형이다. 베타파는 집중력과 주의력이 필요한 상태에서 활성화되며, 감마파는 의식적 사고, 기억, 인식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자비 명상 중 베타파와 감마파가 더욱 활성화됐다는 것은, 명상을 통해 기억을 형성하거나 감정을 처리하는 등의 고차원적 인지 능력이 촉진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명상의 잠재적 가능성 확인

연구팀에 따르면, 편도체와 해마, 그리고 베타파와 감마파는 우울증 및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다. 편도체와 해마의 활성화 정도, 베타파와 감마파의 변화는 무조건 향상되거나 안정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적정 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이 최선이며, 연구팀은 명상을 통해 이를 ‘의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뇌 영역에 직접 삽입한 전극으로 뇌파 측정을 시도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두피를 통해 뇌파를 측정하는 것에 비해 훨씬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전극 삽입’이라는 여건 특성으로 인해 표본이 매우 적었다는 점은 연구팀 스스로 인정하는 한계점이다. 또한, 명상으로 인한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관찰하지 않은 점, 명상을 반복적으로 수행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살피지 않은 점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연구는 명상을 통해 특정 뇌 영역의 활동을 직접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명상은 비침습적이고 별도의 장비가 없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응용해, 기억력과 감정 조절 능력 개선을 위한 ‘명상 기반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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