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시끌벅적한 연말 모임은 자제해야 할 분위기지만,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마시게 되는 시즌이다. 여의치 않으면 집에서 혼자서라도 술을 마시게 되기도 한다.
흔히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게 좋다고 이야기한다. 스트레스 해소 및 기분 전환을 위해 평소보다 많이 마시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실제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는 간의 알코올 처리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이로 인해 평소보다 숙취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말에 숙취로 누워있어야 한다면 왠지 억울할 것 같다. 물론 숙취가 찾아오지 않을 만큼 적당히 즐기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숙취를 겪고 있다면 보다 빠른 해소가 답이다. 빠른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먹거리들을 소개한다.
숙취의 주요 원인들
숙취가 나타나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그 중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살펴보도록 한다. 가장 직접적인 것인 알코올 자체의 독성이다. 알코올은 간에서의 대사를 통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로 바뀐다. 이것이 두통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그런 다음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에 의해 독성이 제거된 ‘아세트산’으로 변하며 알코올 대사가 끝난다.
또 하나의 원인은 수분 부족이다. 보통 술을 마실 때 사람들은 물을 잘 마시지 않는다. 게다가 알코올 자체가 이뇨 작용을 하기 때문에 체내 수분 배출량이 많아진다. 술을 마시면 유독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 것쯤은 경험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섭취가 줄고 배출이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탈수 상태로 인해, 두통이나 피로, 어지러움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외에도 비타민 결핍 및 개인 건강상태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언급하자면 ‘저혈당’이다. 이 부분에서 의외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술이 오히려 혈당을 높인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맥주를 비롯해 대부분의 술에는 당분, 즉 탄수화물이 함유돼 있다. 이로 인해 술을 마실 때는 일시적으로 혈당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후는 어떨까? 높아진 혈당은 인슐린에 의해 조절될 테고, 이후에는 다시 정상적인 에너지원이 필요해진다.
하지만 알코올이 들어갔을 때, 간은 다른 작업을 미뤄두고 알코올 분해를 우선적으로 처리한다. 자연스럽게 포도당을 생성하는 과정이 억제되고, 이로 인해 술을 마신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혈당이 낮아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저혈당 역시 두통과 피로감, 집중력 저하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숙취 원인에 따른 회복용 음식
대표적인 숙취 원인들을 확인했다면, 이제 그에 맞는 숙취 해소 음식을 알아보도록 한다. 물론, 개인마다 어떤 이유로 숙취가 발생하는지는 다르다. 따라서 각자 시도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숙취 음식을 찾아두면 좋을 것이다.
아세트알데히드 해독 기능이 약해서 발생하는 숙취에는 녹차가 좋다. 녹차의 주요 성분인 카테킨은 잘 알려진 항산화 성분 중 하나도, 간의 해독 작용을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세트알데히드를 감소시키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한편, 양배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와 같은 십자화과 채소도 추천할 만하다. 십자화과 채소에는 항산화 성분인 글루타치온이 풍부하다. 이들은 체내의 유해한 물질을 제거하는 데 뛰어난 효능을 발휘한다.
수분 부족으로 인한 숙취는 간단하다. 물을 마시든지 수분 함량이 높은 과일을 먹으면 된다. 수박, 오이, 딸기 등이 추천할 만하다. 혹은 곰탕이나 북어국과 같은 국물 요리를 통해 수분을 보충하고 전해질을 공급하는 방법도 좋다.
저혈당 증상으로 인한 숙취는 빠른 에너지 공급이 답이다. 이 대목에서 흡수가 빠른 단순당을 떠올릴 수 있지만, 가급적이면 좀 더 건강한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바나나의 경우 빠른 에너지 공급과 더불어 탈수 과정에서 손실된 칼륨을 보충하는 데도 좋은 식품이다.
흔히 숙취에 꿀물이나 과일 주스를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혈당 보충에 좋은 방법이다. 특히 천연 꿀은 자연 유래 당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혈당 회복에 빠르고 확실한 효과를 보인다. 과일 주스 또한 비타민 C와 당분이 많기 때문에 빠른 에너지 보충에 좋다. 다만, 이들은 급한 회복 목적으로 섭취하도록 하고, 이후에는 복합 탄수화물을 섭취해 서서히 회복되도록 하는 편이 좋다.
술 마실 때부터 챙기자
숙취를 회복하는 것은 사실 한발 늦은 대응이다. 가급적이면 술을 마시기 전부터 마시는 동안까지 신경을 쓰는 것이 더 낫다. 특히 수분 부족으로 인한 숙취의 경우, 탈수 상태의 정도에 따라 회복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체내에 수분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탈수가 진행된 상태라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수분 균형을 되찾아야만 숙취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급적이면 술을 마시는 동안에도 물을 틈틈이 마실 것을 권한다. 이렇게 해도 평소보다 빠른 수분 손실을 완전히 커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마시지 않는 것에 비하면 다음 날 회복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질 것이다. 해독에 도움이 되는 녹차, 혹은 전해질 보충에 도움이 되는 코코넛 워터 등을 지참해두고 틈틈이 마시는 것도 좋다.
혈당 문제는 다소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술을 마시는 동안이나 마신 직후에는 혈당이 빠르게 올라가게 된다. 게다가 당분을 섭취해도 대사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혈당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미리 음식을 먹는 방법이 별 소용이 없는 이유다.
저혈당으로 인한 숙취를 예방하고자 한다면, 차라리 단백질 함량이 높은 간식 또는 불포화 지방이 포함된 음식을 추천한다. 휴대성 면에서나 영양 면에서나 견과류가 가장 적합하다. 혹은 술집 안주 메뉴 중 샐러드를 하나쯤 추가하는 것도 좋다. 천천히 소화가 이루어지는 복합 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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