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숙소서 실수로 가져온 ‘충전기’… 주인이 빨리 돌려달라 닦달한 충격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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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모르고 가져온 충전기서 ‘몰래 카메라’ 발견돼

CNN 기자가 몰래카메라를 확인하는 모습 / CNN

최근 세계 최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이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숙박객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에어비앤비 측은 피해 사례를 인지하고도 대책 마련보다 사태를 축소하는데 급급했던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9일(현지 시간) 미국 CNN의 보도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지난 10년간 자사에 접수된 몰래카메라 관련 민원과 신고 건수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받았다.

이에 에어비앤비 측은 지난해 초 법정에서 2013년 12월 1일 이후 ‘감시 장치’와 관련된 고객 응대 기록이 3만 5,000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다만 에어비앤비 측은 3만 5,000건의 응대 기록에는 현관 카메라 고장, 녹음 기능이 있는 태블릿PC가 테이블 위에 방치돼 있던 사례 등을 포함한 것이며, 실제 몰래카메라 피해 건수는 이보다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에어비앤비 측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 건의 신고여도 여러 건의 응대 기록을 만들 수 있다”라면서도 얼마나 많은 불만이 접수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CNN은 이와 관련해 2,000페이지 상당의 소송 및 경찰 기록을 검토하고, 에어비앤비 숙소에 설치돼 있던 몰래카메라로 인해 피해를 입거나 카메라를 직접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투숙객 약 20명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해 여름 약혼자와 함께 음악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을 여행했던 클로이 르브루먼트는 침실 충전기에서 몰래카메라를 발견했다.

클로이는 머물던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실수로 충전기를 가져왔는데, 숙소 호스트로부터 충전기를 언제 돌려줄 거냐는 연락을 수차례 받았다고 했다.

그는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충전기를 언제 돌려줄 거냐고 집요하게 물어봤다. 이게 몰래카메라라니, 너무 섬뜩하고 소름 끼쳤다”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충전기로 위장한 몰래카메라에는 투숙객들의 은밀한 사진 수 천장이 들어있었다.

2021년 7월 미국 텍사스에서 여자친구와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하던 중 침대 옆에 설치된 몰래카메라를 발견했다는 데이비드 위지나이즈티스는 당시 에어비앤비 측에 이를 알렸다.

하지만 에어비앤비 측은 그에게 “호스트 쪽 이야기를 들어봐도 되겠냐”라고 했고, 결국 데이비드는 이튿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은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투숙객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성관계를 하는 장면 등이 담긴 다량의 이미지를 발견했다.

심지어 문제의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평점이 높은 호스트들만이 받을 수 있는 ‘슈퍼호스트’였으며, 피해자는 확인된 것만 30명 이상이었다.

CNN

CNN은 이미 미국에서만 관련 피해 사례들에 대한 재판 등의 건수가 10여 건이 넘으며 관련 피해자도 최소 75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몰래카메라에는 주로 거실, 침실, 욕실 등에 설치됐으며, 옷을 갈아입거나 샤워하는 모습 등 사적인 장면들이 녹화됐다.

특히 피해자들은 에어비앤비 측이 몰래카메라 문제가 공론화될 것을 우려해 합의를 종용했다고도 주장했다.

한 피해 여성은 “(촬영된 것은) 내 사회보장번호(주민등록번호)나 이메일이 아니라 나의 알몸이다”라면서 “디지털 콘텐츠로 만들어진 것은 영원히 남는다. 지금도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됐을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에어비앤비,  몰래카메라 사건을 신속하고 비밀스럽게 해결하려고 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CNN은 에어비앤비가 범죄 기록 등을 기준으로 호스트를 걸러내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매체는 에어비앤비가 범죄기록 등을 기준으로 호스트를 걸러내면서도 살인과 테러, 강간, 아동성폭행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해도 숙소 등록이 자동으로 실격 처리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고객들에게 자사의 신원 조사에만 의존해 호스트의 범죄 이력 유무를 판단하지 말라는 ‘주의문’을 웹사이트에 띄워놓기도 했다.

현재 에어비앤비는 경비원, 접수원, 청소 전문가와 같은 현장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호스트에게 숙소 유지 및 관리를 전적으로 맡기고 있는데, 호텔이 자사 부지에서 피해를 입은 손님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지는 반면 에어비앤비는 피해 책임도 호스트에게 넘기고 있다.

이에 대해 CNN은 에어비앤비가 규제 및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해 사실을 숨기는 데 주력했다고 지적했다.

에어비앤비는 고객으로부터 불만을 접수한 후 호스트에게 이를 구두로 전달하는 경고 조치만을 시행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에어비앤비의 이러한 조치는 몰래카메라 용의자(호스트)가 증거를 없앨 시간을 주기 때문에 수사 방해에 해당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CNN은 “에어비앤비는 숙소 내 몰래카메라가 문제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숙객을 보호하지 못했다”며 “이 회사는 몰래카메라 사건을 신속하고 비밀스럽게 해결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이어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와 이용객 사이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법적 책임에 선을 그으면서도 숙박비의 평균 17%를 수수료로 챙기고 있다”며 “에어비앤비는 이를 통해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하얏트와 메리어트를 합친 것보다 더 큰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에어비앤비 측은 “몰래카메라 사건은 극히 드물다”라면서 “이제 ‘실내에 카메라 설치 금지’라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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