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과중 호소하다 세상 떠난 30대 경찰 간부… 경찰서장 입장에 동료 경찰들 분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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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근무하던 30대 경찰 간부 숨진 채 발견

KBS

최근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30대 초급 경찰 간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올해 간부로 승진한 그는 숨지기 전 주변에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KBS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근무하던 30대 초반 송 모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송 경위는 5년 전 쓰러진 노인의 생명을 구해 뉴스에 출연했던 사명감 있는 경찰관이었다. 2018년 7월 당시 경장이었던 그는 자동 심장충격기를 이용해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쓰러진 70대 남성의 목숨을 구했다.

또 그는 2016년 순경으로 입직한 뒤 3번이나 계급 승진을 할 만큼 촉망받는 경찰이기도 했다.

업무 과중 호소했는데… 관할 경찰서장은 “우울증”

블라인드

지난 18일 송 경위가 숨지자, 당시 관할 경찰서장은 “유서에 업무 과중 이야기는 없었고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송 경위가 생전 동료들과 주고받은 메시지에서는 업무 과중 정황이 발견됐다.

지난 2월 송 경위는 수사 부서에 처음 배치됐을 당시 곧바로 40건의 사건을 넘겨받았다. 이후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동료 경찰관 A씨가 올린 게시글에 따르면 송 경위는 동료들에게 “죽을 것 같아. 인계서조차 쓸 수 없어”, “나가야 되는 데 미치겠다 진짜로”, “길이 안 보인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업무 스트레스를 토로했다.

A씨는 “5년 전 쓰러진 노인을 구해 살린 적이 있는 사명감 있고 성실했던 경찰관. 수사에 뜻을 품고 수사관이 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떠나고 말았다”며 “일선 수사관의 업무를 분담하고 조직을 관리하는 지휘부에서는 ‘개인의 우울증’, ‘이제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없던 일로 만들고 있다. 과연 이런 환경에서 얼마나 더 죽어야 바뀌려고 할까. 힘없는 일선 경찰들은 애도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그가 함께 공개한 문서에는 “동료가 우울증에 힘들어하다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며 “이제 산 자는 살아야 한다. 남은 자는 남은 자의 몫으로 굳건하게 이겨내야 한다. 이승 길에 함께 하는 동료들이 더 아프지 않고 빨리 본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으겠다. 서로 북돋아 가며 같이 살고 존중하면서 지금을 극복해 나가자”라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또 경찰서 앞에 ‘무능한 지휘부 정신 좀 차려라’ 등의 문구가 적힌 근조 화환이 놓인 사진도 공개했다.

논란이 커지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사건 경위를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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