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대륙 주변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얼음인 빙붕(ice shelf)이 녹은 물이 기존 관측치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물은 슬러시 상태로 존재하며 이는 빙붕이 녹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27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스콧극지연구소(SPRI) 레베카 델 교수가 주도한 국제연구팀은 과학 저널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서 인공위성 관측자료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남극 빙붕의 슬러시 지도를 작성했다. 그 결과 전체 녹은 물의 57%가 슬러시 형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남극 대륙을 둘러싼 바다에 떠 있는 빙붕은 내륙의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빙붕 녹은 물이 증가하면 빙붕이 불안정해지거나 붕괴할 수 있으며 이는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57개 남극 빙붕에 나타난 슬러시와 녹은 물 호수의 면적을 월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남극의 여름이 절정에 달하는 1월에 남극 빙붕에 있는 모든 녹은 물의 57%가 슬러시 형태로 존재하며, 나머지 43%만 지금까지 관측돼온 호수 형태로 저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델 교수는 “호수는 인공위성 사진에 쉽게 드러나지만 슬러시는 구름 그림자처럼 보여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반사율이 눈이나 얼음보다 낮은 호수와 슬러시는 태양으로부터 더 많은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표준 기후모델 예측치보다 얼음 녹은 물이 2.8배 많이 형성된다며 이는 빙붕의 안정성과 해수면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델 교수는 “슬러시는 지금까지 남극 대륙의 모든 대형 빙붕에서 전체적으로 파악된 적이 없어 그 영향이 무시돼 왔다”며 “슬러시 속 물의 무게로 인해 빙붕에 균열이 생기거나 확대되는 등 빙붕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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