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양이 심바와 지내고 있는 료한입니다.
집 하나를 놓치고, 두 번째로 만난 부암동 집에서 오랫동안 지내고 있어요.
료한 님은 처음에 평창동에서 집을 알아보셨다고 해요. 어릴 때 자연 가까이에서 지내던 기억을 떠올리면서요. 하지만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첫 번째 집은 간발의 차로 다른 분에게 넘어갔대요. 그 경험으로 한 달간 밤잠을 설치기도 하셨고요. ‘다음 집은 꼭..!’ 새로운 결심으로 얻은 집이 바로 이곳이에요. 부암동에서 만난 공간이죠.
료한 님은 지금 집을 촬영지로 공간 대여를 하고 계세요. 하지만 거주지를 스튜디오로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요. 촬영 시 집안 소품을 활용하기도 하기에 추억이 담긴 물건이 망가질까 걱정도 되고요.
최근에는 좋은 기회로 공간 대여를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잔나비의 최정훈 님과
보이스 코리아 2020 출신의 김예지 님이 다녀가셨는데요.
다양한 촬영 때마다
새롭게 해석되는 집에서 영감을 얻고 있어요.
하지만 료한 님에게 이런 경험은 설레고 신나는 일이에요. 다른 사람의 손으로 세팅된 공간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실제로 아티스트 김예지 님의 촬영 때에는 벽에 LP 판을 붙이고, 붉은 조명이 세팅된 집을 봤는데 그게 큰 영감이 되었다고 하네요. 촬영 공간이 된 료한 님의 공간은 영상과 사진으로 확인해 보세요.
매일 산과 눈을 맞추다
저는 이 집을 ‘산과 눈을 맞추는 곳’이라고 표현해요.
질릴 줄만 알았던 풍경이
날씨와 계절에 따라 매일 바뀌는 모습을 보며,
좋은 뷰와 공간이 주는 기쁨을 실감하고 있거든요.
사실 이 집은 료한 님의 아버지가 계약을 반대하셨던 곳이라고 해요. 다락방 같고, 맨 꼭대기 층이라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울 거라고요. 하지만 료한 님에게 이 집은 완벽했어요. 서울에 위치한 집에서, 창 가득 산을 담을 수 있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죠. 결국 그 확고함에 아버지는 한 번 살아보라고 하셨대요. 덕분에 매일 같이 산과 눈을 맞추는 일상이 시작되었고요.
뷰를 담는 프레임, 뻐꾸기 창
이 집엔 독특하게도 뻐꾸기 창이 있었어요.
외국 주택에서나 볼법한데, 신기하죠.
하지만 상태는 좋지 않았어요.
오래된 빌라이기도 하고,
외장재도 저렴한 걸 사용해서
비가 많이 들이친 것 같더라고요.
사진처럼 곰팡이와 벽지가 덧대어져 말이 아니었어요.
집의 매력이자 특징은 ‘뻐꾸기 창’이에요. 하지만 처음 만난 모습은 특별한 만큼이나 참담했죠.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많이 상해있었거든요. 하지만 건축 회사에 몸담았던 료한 님에게 이 정도는 문제가 아니었어요. 아는 인테리어 사장님과 목수 지인분들과 함께 작은방과 안방의 창을 새로 고쳤죠.
뻐꾸기 창의 리모델링 과정은 이랬대요. 먼저 썩은 도배지와 스티로폼을 덜어내고, 방수 작업을 하죠. 거기에 최고급 편백을 시공하고요. 마지막으로는 천장 쪽엔 충전식 무선 LED 등을 달아요.
보기에 완벽한 뻐꾸기 창이지만 아직 그 완벽한 쓸모는 발견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료한 님이 책을 보거나, 사색에 잠기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고 계신다고요. 하지만 지금도 괜찮아요. 벌써 고양이 심바의 아지트가 되어버린 것 같거든요
안방, 유럽의 다락방이 되다
이건 료한 님이 직접 그린 도면이에요. 살펴볼 방은 맨 왼쪽의 작은방과 맨 오른쪽의 안방인데요. 유럽의 다락방 같은 느낌이 나요. 그럼 안방부터 볼게요.
안방의 뻐꾸기 창을 바라보며 책을 읽곤 해요.
그러다 밖을 보며 멍을 때리기도 하고요.
여기에 집사가 자주 있어서 그런지,
심바도 자주 들락날락해요.
그 순간들이 소중해, 아주 애정 하는 방입니다.
작은방, 여유를 찾는 곳
작은방은 아직도 인테리어를 고민 중이에요. 종종 찾아오는 게스트들이 사용할 수 있게 꾸며보려고 하셨는데, 일이 바빠 화이트와 블루로 컨셉만 잡아두셨다고요. 대신 안방과는 다르게 눈에 띄는 꽃무늬 벽지를 붙여 포인트를 주었어요. 그런데 벌써 이것만으로 반은 완성인 것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