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이런 적은 없었는데”..빵값 조금 올렸는데 줄줄이 ‘도산’, 일본은 왜 ‘아비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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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로 살펴보는 일본 불황의 단면
일본 빵집 근래 최대 파산 中
일본 케이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에서 케이크 한 조각의 가격이 평균 4800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한국에 비하면 훨씬 싼 가격이지만, 일본은 이 소식에 크게 동요하고 있다.

물가가 오른다는 경험을 거의 해본 적이 없던 일본에서 생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케이크 가격의 상승이기 때문이다.

케이크 가격의 상승은 곧 물가 상승의 증거?

도쿄 중심부의 케이크 가격은 지난 4월 기준 549엔으로 이는 한화 약 4760원 정도에 해당한다.

일본 케이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대략 4800원에 해당하는 케이크 가격은 10년 전 대비 1200원 정도 오른 가격이며, 작년보다는 300원 정도가 올랐다.

업계에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한 조각에 5200원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봐야 소폭 상승한 수준인지라 언뜻 보면 큰 문제가 아닌 것 같지만, 일본은 이를 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25일 아사히신문은 일본에서 케이크에 필요한 제조 원가가 급등하면서 제과점들이 빵값을 올리는 상황을 조명했다.

일본 케이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몇 대에 걸쳐 운영하고 있다는 빵집도 최근 들어 수십 엔부터 수백 엔까지 빵값을 올릴 정도다.

원가가 급등하면서 아예 문을 닫는 빵집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 주택가에 위치한 소규모 빵집은 숱한 물가 상승과 불경기에도 “가격 인상은 고객에게 부담이 될 뿐”이라는 철학으로 약 10년간 운영을 지속해 왔다.

가게의 문이 열리는 아침 7시 30분이면 주민들이 줄지어 빵을 살 정도로 인기가 좋았던 이 빵집은 5월 31일부로 폐점을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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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점주는 폐점을 공지하며 “큰 폭의 가격 인상으로 폐점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물가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고 가격 인상은 운영 철학과 부합하지 않아 영업을 멈추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점주는 “빵 하나에 최소 500~1000원 정도 인상하지 않는 이상 원가 회수는 무리”라고 말하며 “그러나 제게 빵은 가깝고도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폐점 소식이 전해지며 주민들이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토로했지만, 개인의 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소규모 빵집뿐만이 아닌 고급 빵집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급 식빵을 판매하는 한 브랜드 빵집은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의 90%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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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현지 언론에서는 최근 빵집의 점포가 전성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가맹점이 폐점하는 경우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추락하고 있는 일본의 빵집 업계, 이유는?

이렇듯 일본의 빵집 업계는 유독 눈에 띄게 추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3년 일본의 빵집 도산 건수는 역대 최다인 37건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약 2배나 증가한 수치다.

일본 케이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도산 원인에 대하여 응답자의 90%가 판매 부진과 적자 축적을 답했으며, 가장 주된 원인은 판매 부진이었다.

판매 부진으로 인한 도산 역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 시기 외출 자제로 ‘테이크아웃’ 손님이 늘어난 데다 일반 음식점과 비슷한 지원을 받으며 코로나 관련 도산은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던 빵집.

그러나 팬데믹 이후 각종 지원책이 끊기면서 업계에 악영향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코로나 관련으로 도산한 빵집은 절반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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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고물가와 엔화 약세 또한 큰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빵 원재료인 밀, 버터, 우유의 가격이 급등했으며, 이런 와중에 엔화의 가치가 낮아지는 ‘엔저’도 지속되었다.

한편 2010년 이후 일본의 빵 소비량은 쌀 소비량을 넘어섰으며, 양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발표한 식품생산동태조사에 따르면 식빵에 들어가는 밀가루 사용량도 10%가량 증가했으며 일본 내 빵의 수요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웰니스(wellness)’를 고려한 웰니스 빵 시장은 2022년 기준 558억 엔 규모로 성장하는 추세를 보인다.

일본 케이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빵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하는데 정작 빵집들은 계속해서 불황으로 인해 문을 닫고 있는 점이 아이러니다.

빵 소매업에서 발생한 부채는 1000만 엔 이상에 달하는 등, 일본 빵집 업계에는 분명히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고물가 시대의 그늘이 점차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주목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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