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관람 후 꼭 챙겨봐야 할 ‘현대사 영화’ 연대기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14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거센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영화가 다룬 12·12군사반란처럼 현대사의 주요 사건에 주목한 작품들이 조명받고 있다.
‘서울의 봄'(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이 담은 12·12군사반란 직전의 상황을 그린 ‘남산의 부장들’부터 ‘택시운전사’ ‘화려한 휴가’ ‘1987’ 등 영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시대 순으로 영화를 보면서 현대사를 짚어보는 시도도 이어진다. ‘서울의 봄’이 만든 의미있는 풍경이다.
드라마도 예외는 아니다. 2005년 방송한 MBC 드라마 ‘제5공화국’이 최근 MBC 케이블채널에서 다시 방송을 시작했다.
‘제5공화국’은 ‘서울의 봄’과 같은 시대를 관통하는 드라마다. 1979년 10·26 사건부터 12·12 군사반란, 5·18 민주화운동, 6월 항쟁과 이어진 6·29 선언을 넘어 제6공화국 성립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현대사를 다룬 영화들과 드라마가 동시에 주목받는 이유, ‘서울의 봄’을 계기로 ‘격동의 시기’였던 지난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이다. 이에 ‘서울의 봄’과 연결해서 보면 더욱 흥미로운, 현대사의 중요한 변곡점이 된 사건들을 다룬 영화들을 연대기 순으로 살폈다.
● 10·26 사건(1979년 10월26일)… ‘그때 그 사람들’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은 “박 대통령 각하께서 서거했다”는 최한규(정동환) 국무총리의 말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2005년)과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2020년)은 바로 이 사건, 중앙정보부 부장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1979년 10월26일에 주목한 영화다.
‘그때 그 사람들’은 대통령 암살을 소재로 픽션을 가미한 정치 블랙 코미디를 차용해 나라 수뇌부들의 ‘한심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풍자한다. 반면 ‘남산의 부장들’은 같은 사건을 다뤘지만, 독재 군부 시절의 혼란을 차갑고 냉정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18년간 권력에 충성해온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왜 하필 그날, 총을 들게 됐는지 변화하는 심리에 초점을 맞췄다.
‘남산의 부장들’은 ‘서울의 봄’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최근 OTT(동영상온라인서비스) 플랫폼인 넷플릭스와 티빙 등에서 ‘많이 본 영화’ 순위에 다시 올랐다. ‘서울의 봄’과 연결해 보면 더 흥미로운 작품으로 꼽히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남산의 부장들’에서 김규평에게 저격 당해 사망한 박통 역의 배우 이성민이 ‘서울의 봄’에서는 전두광(황정민)을 견제하는 육군참모총장이자 계엄사령관 역을 맡아 ‘이어보는 재미’를 준다. 두 영화가 같은 제작사에서 만든 작품이란 사실도 흥미를 자극한다.
● 5·18 민주화운동(1980년 5월18일)…’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2007년)와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2017년)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참혹한 현장을 조명한 작품들이다.
‘화려한 휴가’가 광주 시민의 시점으로 그날의 비극을 풀어냈다면, ‘택시운전사’는 외국인과 서울 시민 등 외부인의 눈으로 광주의 참상을 목격한 작품이다.
‘택시운전사’는 민주화운동을 취재하는 ‘푸른 눈의 목격자’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 택시운전사 김사복씨의 실제 에피소드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뜨거운 관객의 선택으로 최종 1218만명 동원에 성공했다. 배우 송강호와 유해진, 류준열이 1980년 5월 광주를 담아낸 배우들이다.
그 보다 먼저 5·18 민주화운동을 그린 ‘화려한 휴가’는 하루 아침에 ‘폭도’로 몰린 평범한 광주 시민들에 닥친 비극을 다뤘다. 배우 김상경과 이준기 이요원 그리고 안성기가 주연을 맡아, 단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었을 뿐인 사람들에 닥친 참상을 그렸다. 그 비극에 공감하고 깊은 슬픔을 표하는 관객의 발길이 이어져 개봉 당시 685만명을 동원했다.
● 제5공화국(1981년~1988년)…’변호인’ ‘남영동 1985’
전두환이 집권했던 제5공화국 시기를 다룬 영화는 다양한 소재와 장르로 변주하면서 꾸준히 나왔다. 그 중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2013년)과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2012년)이 손꼽힌다.
‘변호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작품이지만 근간을 채운 사건은 1981년 9월 군사정권에 의해 조작된 용공사건인 ‘부림사건’이다. 부산의 평범한 변호사였던 주인공은 이 사건을 계기로 약자들을 먼저 생각하는 인권 변호인으로 거듭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떻게 인권 변호사가 됐는지, 이후 정치인으로 나서게 된 ‘시작’에 주목한 작품이다.
‘변호인’은 ‘부림사건’의 비극을 다시 주목받게 했고, 관객의 마음까지 들끓게 하면서 누적 1137만명 동원에 성공했다.
비슷한 시기가 배경인 ‘남영동1985’는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고문 사건을 다룬 영화다. 현대사 혹은 독재 정권에 희생된 실존 인물을 다룬 여느 영화들과 달리 ‘남영동 1985’는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이들에게 공권력이 행사한 고문 그 자체에 집중해 당시의 참상을 고발한다. 고인이 생전 남긴 수기 ‘남영동’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영화는 김 전 고문이 1985년 9월,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22일동안 극한의 고문을 받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국가 공권력이 한 인간에게 자행한 참혹한 고문의 기록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 관객에 충격을 안겼다. 배우 박원상이 김 전 고문을 연상시키는 김종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6월 민주 항쟁(1987년 6월10일)… ‘1987’
장준환 감독의 ‘1987’(2017년)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피격 당하며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실화를 다루는 작품이다.
무고한 한 젊은이의 죽음을 접했던 이들이 용기 있는 선택을 하고, 그 선택과 행동이 사슬처럼 맞물리면서 거대한 파동을 만들어내는 장관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안겼다.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이희준 박희순 김태리 설경구 강동원 여진구 등 주연급 배우들은 장준환 감독의 취지에 적극 공감해 분량 욕심을 내지 않고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당시 723만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현재 ‘남산의 부장들’과 함께 넷플릭스 많이 본 영화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많은 이들이 다시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