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드라마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학부모’다. JTBC 드라마 ‘SKY캐슬’이 큰 성공을 거둔 뒤로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언뜻 보면 평범한 아이 엄마들의 이야기지만 제작진들은 학부모들 사이의 갈등에 사회 풍자 요소를 가미해 메시지 있는 작품을 내놓고 있다. 다만 학부모 드라마들은 치정, 복수, 살인, 납치 등 다소 자극적인 연출이 빈번하게 사용돼 비판받기도 한다. 학부모 간 갈등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통찰력 있는 각본, 신선한 연출로 좋은 평가를 받는 드라마들을 소개한다.
‘행복배틀’은 신생 방송국 ENA에서 기획한 드라마로 주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다. SNS에서 치열하게 행복을 겨루던 엄마 중 한 명이 의문투성이인 채 사망하고 비밀을 감추려는 이와 밝히려는 이의 싸움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작품이다. 강남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아파트의 입주민인 학부모들이 주인공이다. SNS에 서로 자신의 삶을 전시하며 때로는 거짓말, 불법 행위까지 일삼는 학부모들은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ENA ‘행복배틀’은 5월 31일부터 방영 중인 작품으로 7월 말 종영하는 16부작 드라마다. 배우 이엘, 진서연, 차예련, 박효주, 우정원 등 연기파 배우들이 열연했다.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1월부터 3월까지 방송된 16부작 드라마다.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를 다뤘다. ‘일타 스캔들’은 배우 전도연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그동안 다소 무겁고 우울한 역할을 많이 맡았던 전도연의 밝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사교육을 소재로 한 만큼 드라마 안에서 엄마들이 자녀들의 교육 문제를 놓고 서로 싸움을 벌이는 장면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녹색 어머니회'(Green Mothers’ Club)라는 뜻을 가진 JTBC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은 지난해 4월부터 5월까지 방영됐다. 이요원, 추자현, 김규리, 장혜진, 주민경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출연해 극의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그린마더스클럽’은 초등 커뮤니티의 민낯과 동네 학부모들의 위험한 관계망을 다룬 작품이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한 명의 인간으로 살아가는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그렸다. “어른들은 목적 없이 친구를 만들지 않는다”는 드라마의 홍보 문구처럼 ‘그린마더스클럽’은 가식적이고 모순적인 아이 엄마들의 관계를 잘 담아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2018년 11월 방송된 JTBC 드라마 ‘SKY 캐슬’은 종편 채널임에도 최고 시청률 23%라는 기록을 세우며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SKY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블랙 코미디다. 염정아, 정준호, 이태란, 최원영, 윤세아, 김병철, 오나라 등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중년 배우들이 출연했다. 특히 배우 김서형은 이 작품에서 톱급 입시 코디네이터이자 서늘한 기운을 뿜는 김주영 역을 완벽에 가깝게 소화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SBS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는 2007년 6월부터 8월까지 방송된 작품이다. 2007년 당시 기준으로 해당 드라마 제목은 파격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강남엄마 따라잡기’는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가는 상황 속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사 가는 한국 부모들의 처절한 현실을 담아냈다. 작품은 이전에는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을 얻었다. 시청률 역시 매회 15% 이상을 꾸준히 기록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