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은 절정인데, 여긴 허무했다”…금메달 2개 들고 온 박주봉, 세계 1위에겐 다른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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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또 금메달을 땄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금메달 장면보다,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박주봉 감독의 말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한국 배드민턴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3개를 가져왔어요.
여자복식에서는 무려 24년 만에 금메달이 나왔고, 남자단식에서도 오랫동안 기다렸던 메달을 땄습니다.
충분히 축하할 만한 결과죠.
하지만 모든 종목이 기대대로 흘러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세계 1위 남자복식은 결승에 오르지 못했고, 여자단체전도 일본에 막혔습니다.
그래서 감독의 평가를 함께 보면 이번 대회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누가 금메달을 땄느냐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어떤 선수는 왜 반등했고 어떤 선수는 왜 끝내 흔들렸느냐는 이야기입니다.
금메달 두 개면 성공 아닌가요? 출발할 때 목표는 더 높았습니다.
이번 대표팀은 대회 전부터 기대를 많이 받았습니다.
안세영이 여자단식에 있었고,
남자복식에는 세계 1위 김원호·서승재가 있었어요.
여자복식 이소희·백하나도 세계 최상위권 조였습니다.
대표팀이 공개한 목표는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
실제 결과는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였습니다.
금메달 두 개의 가치가 작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처음 계획했던 성적표와 실제 성적표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어요.
그 차이를 감독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우승한 선수들에게는 무엇이 좋았는지, 아쉬운 종목에는 무엇이 부족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일본 배드민턴을 키운 감독이 일본에서 한국을 이끌었다.
박주봉 감독을 선수 시절부터 기억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리스트입니다.
1996년 애틀랜타에서는 혼합복식 은메달도 땄고요.
그런데 지도자로서의 경력은 해외에서 훨씬 오래 쌓았습니다.
영국과 말레이시아를 거쳐 일본 대표팀을 맡았고,
일본은 그의 재임 기간 런던 올림픽에서 첫 배드민턴 메달을, 리우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지난해 4월에는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본 대표팀의 성장을 오랫동안 이끌었던 사람이, 일본에서 열린 대회에 한국 감독으로 참가한 겁니다.
그만큼 결과를 보는 시선에도 기대가 붙을 수밖에 없었겠죠.
안세영의 우승 뒤에는 ‘몸 상태’라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안세영은 이미 박주봉 감독이 한국에 오기 전부터 세계 정상에 서 있던 선수입니다.
파리 올림픽 금메달도 그랬고요.
그래서 이번 우승을 감독 한 사람의 지도력으로만
설명하면 선수의 오랜 노력과 성장 과정이 빠집니다. 반
대로 지도진의 역할을 아예 빼놓을 수도 없어요.
정상급 선수가 자신의 강점을 계속 보여줄 수 있도록 훈련과 회복을 조율하는 일이 중요하니까요.
실제로 안세영은 지난 8월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발 부상 때문에 일본오픈과 중국오픈을 건너뛰었습니다.
박 감독도 당시 부상 여파와 경기 감각을 걱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뒤 안세영은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정상에 올랐습니다.
잘하는 선수에게는 기대가 계속 쌓입니다.
하지만 우승 소식만 보다 보면 그 사이에 몸을 추스르고 경기 감각을 되찾는 과정은 쉽게 잊히죠.
안세영의 다음 성과를 기대한다면, 그 과정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여자복식은 금메달만 보면 놓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소희·백하나는 이번 대회를 처음부터 기분 좋게 풀어간 선수들이 아니었습니다.
단체전에서 두 차례 패했습니다.
말레이시아와의 8강에서도 졌고, 일본과의 준결승에서도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어요.
한국 여자대표팀은 일본에 1-3으로 패하면서 결승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개인전으로 넘어갔다고 그 기억이 사라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함께 준비한 동료들이 있었고, 단체전에서 자신들에게 걸렸던 기대도 있었으니까요.
실제로 우승 뒤 이소희는 지도진과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다고 했습니다.
기쁜 결과와 아쉬운 기억을 함께 안고 대회를 마친 선수들이었어요
결승 상대에게 올해만 5연패…첫 게임까지 내줬습니다.
개인전 결승에 오른 뒤에도 편한 상대를 만난 게 아니었습니다.
중국 류성수·탄닝.
세계 1위이면서, 올해 이소희·백하나에게 다섯 번 연속 패배를 안겼던 조입니다.
한국 조는 지난 8월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그 흐름을 끊었어요.
아시안게임에서는 다시 한번 중요한 결승에서 만났습니다.
첫 게임 점수부터 만만치 않았습니다.
26-28.
듀스를 거듭한 끝에 한국이 졌습니다.
긴 접전을 치르고도 먼저 한 게임을 내줬으니,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컸을 상황이죠.
그래도 이소희·백하나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2게임을 21-18로 따내며 마지막 게임까지 승부를 끌고 갔습니다.
마지막은 18-18…세 점을 먼저 가져온 쪽이 한국이었습니다.
마지막 게임에서도 승부는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앞서다가 중국에 역전을 허용했고, 다시 따라붙었어요.
끝까지 점수가 붙어 있었습니다.
18-18.
여기서 이소희·백하나가 세 점을 연속으로 가져왔습니다.
최종 점수는 21-18. 한국 여자복식의 24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완성됐습니다.
단체전에서 패했던 선수들이 개인전 결승에서는 마지막 점수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금메달에는 ‘세계 1위를 이겼다’는 결과 외에도 볼 부분이 있어요.
대회 초반의 아쉬움을 안고도 다시 코트에서 답을 찾았다는 점입니다.
감독에게도 선수들이 한 번 흔들렸다고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는 사실은 중요한 성과였을 겁니다.
그런데 세계 1위 남자복식은 32분 만에 끝났습니다.
여자복식이 마지막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면, 남자복식 준결승은 전혀 달랐습니다.
김원호·서승재가 인도네시아 다니엘 마르틴·레오 롤리 카르난도에게 0-2로 졌습니다.
11-21, 14-21.
경기 시간은 32분이었습니다.
첫 게임에서는 8-12에서 연속 실점하며 차이가 벌어졌고,
두 번째 게임에서도 상대의 빠른 공격에 끌려갔습니다.
상대가 세계 46위였다는 숫자만 보면 더 놀라울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조는 파트너를 바꿔 활동하면서 랭킹 포인트가 사라진 상황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세계 10위권에서 경쟁했던 선수들이에요.
순위만으로 실력을 판단할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그렇더라도 한국 조가 자신의 경기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박주봉의 “허무했다”…부진은 준결승 하루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박 감독은 남자복식 준결승을 두고 “준결승은 허무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단체전에서는 경기력이 올라오는 모습을 봤지만,
일본과의 개인전 8강에서 고전한 뒤 자신감이 떨어진 느낌이었다고 짚었어요.
이 말은 경기 결과를 아쉬워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앞선 경기의 어려움이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줬다고 보는 겁니다.
그렇다면 해결할 문제도 단순히 공격 하나, 수비 하나에만 있지는 않겠죠.
대회 전에도 김원호·서승재는 반등이 필요한 선수들이었습니다.
최근 여섯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상태로 아시안게임에 들어왔습니다.
세계 1위라는 이름이 당장의 컨디션까지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이번 대회가 남자복식에 남긴 질문은 그래서 구체적입니다.
좋은 경기력을 다시 찾고, 중요한 경기에서 그 모습을 유지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같은 동메달인데, 유태빈의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남자단식 유태빈도 동메달을 땄습니다.
하지만 남자복식과는 출발점부터 달랐어요.
세계 46위 유태빈은 16강에서 세계 4위 스위치를 꺾었고,
8강에서는 세계 7위 나라오카 고다이에게 역전승했습니다.
나라오카와의 경기에서는 첫 게임을 12-21로 내줬습니다.
그런데 다음 두 게임을 21-5, 21-11로 가져왔어요.
첫 게임의 패배를 딛고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꾼 겁니다.
준결승에서는 로킨유에게 패했지만, 한국 남자단식에 16년 만의 아시안게임 메달을 안겼습니다.
우승을 기대했던 선수의 동메달과, 상위 랭커를 연달아 넘어선 선수의 동메달은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유태빈의 경우에는 이번 결과가 다음 도전을 기대하게 하는 근거가 됐어요.
“나는 이미 지나간 사람이다”…안세영과 비교하자 나온 대답
박주봉 감독에게는 자신의 선수 시절과 안세영을 비교하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그때 나온 대답이 “나는 이미 지나간 사람이다”였습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지도자가 현재 세계 정상에 있는 선수와 함께 대표팀에 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경쟁할 필요는 없죠.
박주봉은 지금 감독이고, 안세영은 앞으로도 코트에서 자신의 기록을 만들어갈 선수입니다.
감독이 자신의 과거보다 선수의 현재에 시선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이 가는 대답이었습니다.
대표팀에는 안세영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여자복식에는 반전을 이어갈 과제가 있고,
남자복식에는 경기력을 되찾아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유태빈에게는 이번 성과를 다음 대회로 연결할 기회가 생겼고요.
각자에게 필요한 것이 다른 만큼 지도자의 판단도 달라져야 합니다.
다음에는 금메달 숫자와 함께 이 부분을 보려고 합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배드민턴은 분명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여자복식의 오랜 기다림을 끝냈고, 남자단식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동시에 우승을 기대했던 종목들이 모두 계획대로 풀린 것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다음 대표팀 경기를 볼 때는 메달 개수 외에도 눈여겨볼 부분이 생겼습니다.
이소희·백하나가 이번 결승의 집중력을 이어가는지,
김원호·서승재가 자신의 경기 흐름을 되찾는지,
유태빈이 상위권 선수들과 다시 경쟁할 수 있는지요.
박주봉 감독의 이번 총평은 그 차이를 보여줬습니다.
우승한 선수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아쉬운 경기에는 이유를 찾는 것.
금메달을 들고 돌아온 뒤에도 대표팀이 해야 할 일은 남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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