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현장] 공개도 안 했는데… 한국 대표로 아카데미 간다는 넷플릭스 신작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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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 조여정, 이창동 감독, 전도연, 설경구 (사진: 넷플릭스)
8년 만에 돌아온 이창동 감독의 신작이 공개되기도 전에 한국 영화 대표로 아카데미를 향한다.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라는 화려한 배우진을 품은 영화 「가능한 사랑」이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대표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제작보고회가 열린 바로 그날 전해진 낭보다.
「가능한 사랑」
2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까지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버닝」 이후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내놓는 장편 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일찌감치 영화계의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이창동 감독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가 되는데, 이 영화를 전 세계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작품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을 비롯해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등 해외 주요 영화제에 초청되며 공개 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제목은 단순한 멜로를 뜻하지 않는다. 이 감독은 “이 영화에 여러 내용이 들어있지만 사랑에 관한 영화라는 게 가장 가까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랑이 너무 쉽게 이뤄진다면 이야기로 만들어질 이유가 없다. 사랑 이야기에는 불가능이 내포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가능한 사랑」이라고 제목을 붙이면서 어떤 사랑이 가능한지, 그 사랑을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은 힘 역시 ‘이창동’이라는 이름이었다. 「밀양」 이후 19년 만에 이 감독과 다시 만난 전도연은 “가장 매력적이었던 건 이창동 감독님이었다”며 “시나리오를 읽은 뒤 여운이 너무 강렬해서 함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해고 노동자 호석의 아내 미옥을 연기한 그는 캐릭터에 대해 “남편의 가슴안에 있던 화가 언제 터질지 몰라 늘 노심초사하는, 가슴안에 시한폭탄 하나를 갖고 사는 인물”이라면서도 “그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여려 보이지만 강인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박하사탕」 「오아시스」에 이어 다시 한번 이창동 감독과 손잡은 설경구는 아예 스케줄까지 조정했다. 그는 “스케줄상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감독님 작품을 하고 싶어서 어렵게 조정했다”고 밝혔다. 해고 노동자 호석에 대해서는 “죄책감, 분노, 수치심 등 여러 감정을 담고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온 사람”이라며 “감독님의 현장에서는 준비한다기보다 오히려 비워야 했다”고 설명했다.
조인성과 조여정에게는 이창동 감독과의 첫 작업이다.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의 남편 상우를 맡은 조인성은 “「호프」와 「휴민트」 이후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었는데 감독님께서 제안을 주셔서 ‘이거까진 하고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여기에 “너무나 좋아하고 존경하는 두 선배님, 그리고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던 조여정 배우까지 있어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조여정 역시 “이창동 감독님 영화를 한다는 건 고대하던 일이었다”며 “두 선배님과 조인성 배우 같은 동료를 감독님 영화 안에서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정말 복된 기회였다”고 밝혔다.
현장은 거장의 작품이라는 긴장감만으로 채워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창동 감독은 전도연, 설경구와 오랜 세월을 지나 다시 만난 만큼 과거보다 현장의 공기가 한층 부드러워졌다고 돌아봤다. 특히 조인성이 농담과 유머로 분위기를 풀어줬다고 밝히자 조인성도 “배우들끼리 공통적으로 이 현장이 참 그리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작품에 대한 애정과 동료애가 충만했던 현장이었다”고 화답했다.
그리고 제작보고회가 끝난 뒤 작품에는 또 하나의 굵직한 타이틀이 추가됐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가능한 사랑」을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대표 출품작으로 최종 선정한 것. 국가당 단 한 작품만 출품할 수 있는 부문이다.
영진위 심사위원단은 작품의 완성도와 선명한 감독의 메시지, 탁월한 미장센을 높이 평가했다. 이창동 감독 특유의 깊은 휴머니즘과 섬세한 연출, 입체적인 캐릭터와 관계의 다층성을 밀도 있게 그렸다는 점 역시 선정 이유로 꼽혔다. 이 감독의 전작 「버닝」이 한국 영화 최초로 당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에 올랐던 이력도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됐다.
베니스에서 세계 관객과 처음 만나고, 한국을 대표해 아카데미에도 도전한다. 아직 관객에게 공개되지 않은 영화의 행보로는 심상치 않다. 이창동 감독은 “이 작품이 많은 분들께 즐거움을 드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삶에 대한 생각을 조금은 바꿀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연 이창동 감독이 8년 동안 품어온 질문, ‘어떤 사랑이 가능한가’에 세계 관객은 어떤 답을 내놓을까. 「가능한 사랑」은 오는 9월 23일 극장에서 먼저 개봉한 뒤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글 ·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사진 ·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