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눈동자’ 신민아, 익숙함보다 변화로
시사위크 조회수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신민아의 최근 행보에는 공통점이 있다. 익숙한 이미지를 반복하기보다 이전과 다른 장르와 캐릭터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눈동자’ 역시 그 흐름 위에 놓인 작품이다.
‘눈동자’는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 서진이 쌍둥이 동생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추적하다 사건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극 중 신민아는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진실을 좇는 서진과 시각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도예가 서인을 동시에 연기했다. 시야가 점점 흐려지는 공포와 쌍둥이 자매의 복잡한 감정, 그리고 사건을 둘러싼 긴장감을 한 몸에 짊어져야 하는 역할이다.
신민아는 같은 얼굴을 가진 두 인물을 서로 다른 결로 그려내는 것은 물론, 시력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세밀하게 표현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동공 연기와 시야 변화에 대한 설정까지 더해 캐릭터의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완성한다. 특유의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한층 어두운 감정선에 집중한 점도 눈에 띈다.
‘눈동자’로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꺼내 든 신민아를 만나 작품과 연기, 그리고 변화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땠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는 정말 잘 꼬아놨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인을 숨기는 정통 스릴러의 재미를 굉장히 잘 살렸다고 느꼈다. 거기에 주인공은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수술까지 받잖나.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를 찾아야 하고 또 누군가에게 쫓기기도 한다. 그런 지점들이 잘 표현된다면 굉장히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계속 쫓기면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놓치면 안 되겠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분량도 많았고 1인 2역도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인 2역이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
“먼저 서진이라는 인물에 공감하려고 했다. 서진은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엄마도 동생도 먼저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고 서인과는 같은 예술을 하는데 서인은 눈을 잃어도 작업 자체를 너무 즐거워하는 인물이다. 반면 서진은 현실적으로 가족을 돌봐야 하고 본인의 일도 있다. 또 자신보다 조금 더 예술적으로 뛰어난 쌍둥이 동생을 바라보며 부담감이나 약간의 질투 같은 복잡한 감정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반대로 서인은 순수하고 해맑지만 언니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동생으로 바라봤다.
두 사람이 추구하는 바가 너무 다르다 보니 비슷한 지점을 찾기보다는 얼굴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자매라고 설정하고 접근하니 오히려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연기적으로는 쉽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마주 보고 연기해야 하다 보니 상대 역할을 도와주는 배우와 호흡을 맞춰야 했고, 내 연기에 맞춰 다시 연기를 받아야 했다. 계산이 서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아 그 부분을 많이 연습했다. 감독님이 한 프레임 안에 담고 싶은 그림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걸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동공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특수효과가 아닌 직접 표현한 거라고.
“눈동자도 근육이라 연습하면 되더라.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그렇게 표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감독님도 같은 의견이었다. 사실 더 크게 움직인 버전도 있었는데 최종 편집 과정에서 빠졌더라. 그래도 연습하니까 가능했다. 어느 정도 보일 때와 어느 정도 흐려질 때를 사전에 계산해 뒀다. 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과정이지만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릴러 장르 특성상 특정 순간에 시야가 더 나빠지는 설정도 있다 보니 나름의 기준을 정해놓고 연기했다. 클로즈업도 많았고 동공 연기나 불안감을 표현하는 컷들이 많았다. 그런 부분들은 감독님이 잘 잡아주신 것 같다.”
-체력적으로도 고생을 많이 했겠더라.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초반에 촬영한 도망가는 장면에서 목을 삐끗했다. 거의 촬영 초반이었는데 그 이후 공포 연기를 할 때마다 담이 계속 와서 고생했다. 나중에는 치료를 받으면서 촬영했는데 걱정이 많았다. 촬영할 분량은 많은데 호흡조차 제대로 안 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무사히 끝내려면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몸을 아끼면서 촬영하려고 했다. 시력을 잃어가는 인물의 공포가 특히 무서웠다. 실제로 눈을 가린 채 조명 세팅을 기다리고 있으면 굉장히 예민해지는 걸 느꼈다. ‘내가 이렇게 예민해지는 사람이었나’ 싶은 정도였다. 청각도 훨씬 예민해졌고 공간을 기억하려고 하게 되더라.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서웠다.”
-사랑과 집착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 어떻게 다가왔나.
“결국 사랑과 집착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사랑의 표현 방식일 수도 있다. 물론 서진과 서인의 관계는 결이 다르지만 가족 관계나 친밀한 사람들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사랑이고 어디부터 선을 넘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 안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염지호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굉장히 샤이한 분이다. 생각은 정말 많은데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분명한 생각과 방향성이 있다. 긴장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지만 결국 목표는 같았다. 감독님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다. 나도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감독님들이 점점 어려지는 경우가 많다. 너무 어려워하거나 긴장하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말을 할 때 표현을 신중하게 고르려고 한다. 감독님이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모든 스태프들이 고생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했다. 감독님이 전하고자 했던 생각 역시 영화에 잘 담겼으리라고 생각한다.”

-김남희와의 호흡은 어땠나.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눈빛도 그렇고 말투도 그렇고 굉장히 독특한 매력이 있다.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배우다. 함께 영화를 보면서도 눈빛이나 말투에서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이중적인 분위기를 굉장히 잘 활용한 것 같다. 작품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인물이었는데 그 균형을 잘 잡아냈다고 생각한다. 역시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악연’에 이어 또 한 번 스릴러를 택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다른 배우들도 스릴러나 장르물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때 흥미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 역시 스릴러 장르를 할 때 그런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그런 지점이 스릴러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다만 많은 분들이 로맨틱 코미디나 스릴러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나는 특정 장르보다는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 시기에 ‘눈동자’를 하게 됐고, 바로 전작인 ‘악연’도 시기적으로 비슷하게 촬영했다. 사실 그런 타이밍은 내가 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결국 작품을 보면서 ‘재미있겠다’ ‘내가 좋아하는 지점이 있다’고 느끼면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작품이 어떤 시기에 들어오느냐도 중요한 요소다.”
-다양한 필모그래피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
“지금 촬영 중인 작품도 멜로지만 조금 더 어른의 멜로에 가깝고, ‘재혼 황후’ 역시 남편이 정부를 두는 이야기다. 예전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들이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잘 해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다. 그 감정을 잘 느끼고 잘 표현해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것이다. 또 판타지 사극은 해봤지만 정통 사극은 아직 해보지 못했다. 다른 시대와 배경, 다른 인물을 연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최근 들어 하고 있다. 그렇게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에 계속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결혼 후 첫 작품이기도 하다. 달라진 게 있나. VIP 시사회에 남편 김우빈이 참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나.
“결혼한 뒤에 서로 너무 바쁘게 지내다 보니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데 응원하러 와준 모습을 보면서 정말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같은 마음으로 응원해 주는 게 느껴져서 고마웠다. 촬영 중간에 잠깐 시간을 내서 온 거라 바로 갔다. 내가 반드시 와야 한다고 했다.(웃음) 사실 결혼 후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결혼과 동시에 둘 다 작품에 들어가면서 계속 바쁘게 지냈다. 생활도 거의 똑같다. 다만 주변에서는 편안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눈동자’만의 차별화된 공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스릴러나 공포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눈동자’만의 색깔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여름에 시원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거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 누군가를 찾아야 한다는 설정이었다. 굉장히 아이러니하지 않나. 그 지점에서 오는 공포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눈을 뜨고 찾아야 하는데 정작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 답답함과 점점 조여오는 공포가 이 영화의 가장 큰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