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나홍진은 어떻게 ‘칸의 남자’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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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HOPE)가 오는 5월12일 막을 올리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선보인다. 한국영화로는 지난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이후 4년 만에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으로 그 성과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진다. 특히 나 감독은 ‘호프’를 비롯해 전작들을 모두 칸 국제영화제에서 소개하면서 칸 국제영화제의 애정 어린 시선을 받아왔다.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나홍진 감독은 2008년 장편영화 데뷔작 ‘추격자’를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서 상영하며 처음 칸을 찾았다. 이어 2010년 ‘황해’로 주목할 만한 시선, 2016년 ‘곡성’으로 비경쟁부문에 각각 초청받았다. 그리고 올해 ‘호프’로 다시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모든 연출작이 칸 국제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으면서 나 감독은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한 일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영화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 등 해외에서는 이미 나 감독을 ‘작가’로 표현하기도 한다.
나 감독은 대체로 장르적 색채가 뚜렷한 작품에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을 담아왔다. ‘추격자’는 스릴러, ‘황해’는 범죄 느와르, ‘곡성’은 공포와 미스터리·판타지가 어우러진 이야기로 관객의 시선을 모아왔다.
이를 통해 나 감독은 인간들의 아수라 같은 세상살이를 그려내며 그들의 처절하면서도 잔혹한 욕망에 대해 질문해왔다.
전직 형사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이야기(추격자), 서울로 날아온 뒤 청부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조선족을 전면에 내세운 범죄물(황해),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인간의 믿음과 욕망 그리고 악의 본질을 묻기도 했다(곡성).
나 감독은 이처럼 장르 영화의 틀 안에서 단순한 사건 전개를 넘어 철학적 질문과 사유의 이야기를 전해왔다. 여기에 롱테이크와 긴박감 넘치는 추격전을 담아내는 현란한 영상 연출력 등도 성공적으로 얹어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칸 국제영화제가 그를 잇따라 레드카펫 위에 세우는 것도 이 같이 뚜렷하고 일관된 작품 세계에 대한 신뢰로 보인다.
칸의 나 감독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은 ‘호프’를 경쟁부문에 초청한 것으로도 입증된다.
‘호프’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줄거리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비무장지대 호포항이라는 마을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상황을 그린 작품이라는 정도만 공개됐다. 황정민과 조인성, 정호연 등 한국배우들과 함께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알리시아 비칸데르, 마이클 패스벤더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나 감독과 손을 잡았다.
칸 국제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호프’에 대해 “끊임없이 장르를 넘나들며 이전에 한 번도 다뤄지지 않은 역사의 단면을 포착하는 이야기”라며 경쟁부문 초청 배경을 설명했다.
이야기가 지닌 신선함과 그 속에 담긴 역사적·철학적 의미와 메시지에 대한 평가로 봐도 지나침이 없어 보인다.
나 감독은 칸의 이 같은 애정과 기대 속에 미국 배급사 네온과 손잡고 북미 지역 개봉도 계획하고 있다.
네온은 ‘기생충’을 비롯해 지난해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그저 사고였을 뿐’, 2024년 션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 2023년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 2022년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 2021년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티탄’ 등 6년 연속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선보여왔다.
이는 나 감독이 ‘호프’를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게 되면서 기대감이 커져가는 또 다른 배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