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길을 가도 괜찮아! 10대에게 위로와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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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에서 현정 역의 강신희(왼쪽부터), 지연 역의 김도연, 은별 역의 손주연. 사진제공=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오는 14일 치러진다. 정규교육 10년에 가까운 교과과정 안에서 공부한 학생들의 노력이 단 하루 만에 평가되는 날이기도 하다. 수능을 코앞에 두고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수험생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네는 세 편의 영화가 잇따라 관객을 만난다. 

영화, ‘괜찮아, 앨리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연소일기’. 각각 다큐멘터리와 공포, 드라마 장르의 영화로, 소재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경쟁이 만연한 사회에서 자신만의 길을 가도 괜찮다는 공통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각박한 현실을 견뎌내야 하는 ‘중요한 시기’ 안에서 우리는 뭘 놓치고 있는지 질문하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 성적 압박이 만들어낸 공포,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지난 6일 개봉해 상영 중인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수능을 앞둔 세광여자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우연한 계기로 ‘1998년 귀신 숨바꼭질’ 비디오를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뤘다. 비디오는 1998년 당시 세 명의 학생들이 귀신과 벌인 숨바꼭질에서 이겨 수능 만점을 받았다는 내용을 담았다. 

모의고사에서 평균 8등급을 맞은 방송부 3학년생인 영화감독 지망생 지연(김도연)과 촬영감독을 꿈꾸는 현정(강신희), 배우가 되고픈 은별(손주연)은 소문을 현실로 실현하기 위해 실제로 귀신과 숨바꼭질에 나서기로 한다. 여기에 종교부 2학년생 민주(정하담)까지 가담하면서 공포를 이겨낸 숨바꼭질을 시작한다.

영화는 ‘귀신 숨바꼭질’로 상징되는 학교 괴담이라는 소재를 통해 꿈을 무시당한 채 성적 위주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현실을 풍자한다. 연출자 김민하 감독은 “이 시나리오의 시작은 몇 년 전, 학업 스트레스를 못 이겨 쓰러진 학생이 구급차에 실려가는 모습”이었다며 “경쟁에 지친 사람들을 조명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단세포 생물을 뜻하는 ‘아메바’를 제목에 넣은 감독은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을 가리키는 의미”이지만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면 굉장히 사랑스러운 아메바처럼 세 소녀가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같은 상처를 받지 않길 염려하는 마음 담긴 ‘연소일기’ 

가까운 나라 홍콩, 대입시험을 앞두고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위태로운 이야기를 담아낸 탁염경 감독에게 지난해 금마장 신인감독상을 안겨줬다.

홍콩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라는 문장이 적힌 유서가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담임교사 정 선생(노진업)은 유서를 보고 열 살 무렵의 자신을 떠올린다. 오래된 일기장을 펼친 그는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과거 속 자신의 상처와 마주한다. 

홍콩 영화 ‘연소일기’에서 어린 요우제를 연기한 배우 황재락. 사진제공=누리픽쳐스

부모는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뜻을 담은 ‘요우제’라는 이름을 지어줬지만, 그는 부모의 소망과는 다르게 학업 성적이 좋지 못했던 탓에 늘 뛰어난 동생과 비교 당하며 위축됐던 유년 시절을 보냈다. 게다가 홍콩대에 진학하길 바라는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켜줘야 했던 탓에 늘 버거움을 느끼며 자신은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에 지배 당한다. 그때부터 어린 요우제는 자신의 생각을 일기장에 꾹꾹 눌러 담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황을 벗어나려 발버둥친다.

영화는 요우제가 자신의 상처를 마주해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과 치열한 경쟁의 한복판에 서있는 학생들이 자신과 같은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염려의 시선으로 가득하다. 

“조금 늦어도 괜찮아” 용기 전하는 ‘괜찮아, 앨리스’

또 다른 위로는 오는 13일 개봉하는 양지혜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가 전한다.

인천 강화군의 대안학교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입시 제도에 얽매인 교육 현실 속에서 학생들은 1년간의 휴식을 취하고 여유를 가지며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들은 서로에게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위로하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앞뒤 안 가리고 용감하게 할 수 있는” 용기를 얻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의 한 장면. 사진제공=오마이뉴스

꿈틀리 인생학교를 설립한 오연호 대표는 덴마크의 교육 시스템인 ‘애프터스콜레’를 기반으로 한 대안학교를 만들었다. ‘애프터스콜레’는 고등학교 진학 전, 14~17세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탐구하도록 하는 전환기 학교이다. 

실제로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학생들은 주입식 교육 과정에서 벗어나 자신의 본질을 탐구해간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밭으로 나가 모내기를 해보기도 한다.

‘괜찮아 앨리스’는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을 날카롭게 들여다보려는 양지혜 감독의 시선이 담겨 있다. 그는 “(학교는) 입시 위주의 획일화한 틀에 학생들을 가둬놓고 쳇바퀴 돌 듯 다그치고 몰아붙이는 잔인한 공간”이라고 꼬집으며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주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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