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IP’까지 합세한 디즈니, 올여름 전 세계 극장가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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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를 제치고 R등급 영화 최고 흥행작에 오른 ‘데드풀과 울버린’.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2024년 전 세계 여름 극장가는 그야말로 ‘디즈니’의 세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6월24일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2’를 시작으로 한 달 뒤인 7월24일 관객들과 만난 ‘데드풀과 울버린’ 그리고 8월14일 선보인 ‘에이리언: 로물루스’까지 디즈니 작품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인사이드 아웃2’과 ‘데드풀과 울버린’은 전 세계 흥행 10억 달러(1339억원)를 돌파하며 올해 개봉한 영화 중 나란히 전 세계 박스오피스 1, 2위를 기록(박스오피스 모조)하고 있다. 올해 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작품은 이 두 작품이 유일하다. 디즈니는 올해 공개한 작품을 통해 전 세계 티켓 판매에서 처음으로 30억 달러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데드풀과 울버린’ 그리고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디즈니가 인수한 20세기 폭스의 작품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디즈니는 2019년 21세기폭스그룹의 영화제작사 20세기 폭스를 당시 713억달러(95조47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디즈니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비롯해 ‘타이타닉’ ‘엑스맨’ ‘아바타’ ‘데드풀’ 등 폭스의 영화 라인업을 흡수하며 ‘IP(지식재산권) 공룡’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디즈니의 폭스 인수 이후 (사명을 바꾼)20세기 스튜디오가 공개한 ‘엑스맨: 다크 피닉스’와 ‘애드 아스트라’ ‘스투버’ ‘콜 오브 와일드’ ‘스파이 지니어스’ 등은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아쉬움을 안겼으나 올해 여름 시장에서는 그 위상이 달라졌다.

‘데드풀과 울버린’ ‘에이리언: 로물루스’ 그리고 지난 5월 개봉한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모두 20세기 스튜디오에서 나온 작품들이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최근 “‘데드풀과 울버린’과 ‘에이리언: 로물루스’로 ‘아바타’를 넘어 디즈니의 가치를 증명한 폭스 영화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디즈니가)거대한 인수로 확보한 영화 자산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지 못했다”면서 “최근 폭스 영화들이 디즈니에게 더 이상 부담이 아닌 이득이 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폭스 통제 하에 있던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과 울버린(휴 잭맨)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편입 이후 첫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 스튜디오 최초의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도 주목을 샀다.

이 작품은 지난달 글로벌 흥행 수익 11억4000만 달러(1조5200억원)를 돌파하며 2019년 개봉한 ‘조커'(10억7896만 달러‧1조4447억원)의 기록을 뛰어넘고 역대 R등급 영화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한 장면. 한국 박스오피스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한 장면. 한국 박스오피스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한국 박스오피스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2억8565만달러(3822억원)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이 작품은 앞서 오프닝 수익(1억820만 달러‧1448억원)만으로 순제작비인 8000만 달러(1071억원)를 회수한 바 있다.

모든 작품이 성공적이었던 건 아니다. 지난 4월 개봉한 공포영화 ‘오멘’의 프리퀄 ‘오멘: 저주의 시작’은 전 세계적으로 5384만 달러(720억원)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버라이어티는 “‘오멘’의 프리퀄은 3000만 달러의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극장 손실이 치명적이지는 않다”고 밝혔다.

영화 흥행 집계 전문업체인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스’는 “그간의 고비는 지나갔고, 디즈니는 20세기 폭스의 자산을 디즈니 스튜디오에 자연스럽게 통합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에서 노아를 연기한 오웬 티그.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에서 노아를 연기한 오웬 티그.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IP 활용한 흥행 전략 VS 신규 영화 제작…갈림길 

영화 컨설팅 회사 ‘프랜차이즈 엔터테인먼트 리서치’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그로스는 폭스와 같은 미디어 제국의 인수로 인한 성과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한 뒤 “디즈니가 폭스로부터 인수한 영화의 가치를 파악하려면 몇 년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20세기 스튜디오는 내년 7월 ‘판타스틱4: 퍼스트 스텝스’와 같은해 12월 ‘아바타: 불과 재’ 그리고 또다른 ‘아바타’ 속편들이 개봉할 예정이다.

다만 버라이어티는 성공을 거둔 대부분의 작품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인지된 프랜차이즈의 일부였다. 새로운 오리지널 작품들에 대해서는 축하할 일이 별로 없었다”면서 “디즈니가 비프랜차이즈 IP에 힘을 쏟을 것인지 아니면 ‘에이리언’ ‘아바타’ ‘혹성탈출’만 계속 내놓을 것인가”라며 향후 디즈니가 ’20세기 브랜드’를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명확하지는 않다고 짚었다.

디즈니는 하반기 서치라이트 픽처스를 통해 제시 아이젠버그가 감독과 출연을 한 ‘어 리얼 페인’과 에이미 아담스가 주연한 ‘나이트 비치’ 그리고 티모시 샬라메가 밥 딜런으로 변신한 ‘어 컴플리트 언노운’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치라이트 픽처스는 저예산 및 예술 영화 제작을 맡는 레이블로, 20세기 폭스 계열로 본래 이름은 ‘폭스 서치라이트’였다.

20세기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올해 수익과 작품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얻은 디즈니가 내년에는 어떤 전략을 취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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