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파묘 보면 더 소름 돋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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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의 배역 명이 ‘상덕’인 이유는?

※스포일러 주의※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가 개봉 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내용은 한 거부의 의뢰를 받은 무속인이 평소 알고 지내던 풍수사, 장의사와 함께 조상의 묘를 이장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영화가 개봉한 후 무속인과 풍수지리라는 독특한 소재뿐만 아니라 무당 이화림을 연기한 김고은과 장의사 김상덕을 연기한 최민식, 장의사 고영근을 연기한 봉길을 연기한 이도현의 연기에 관객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야기의 큰 틀은 무당인 화림과 풍수사인 상덕이 이끌지만, 출연하는 배우들 그 어느 하나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 앙상블을 선사하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덕분에 출연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묘벤저스’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 묘벤저스의 배역 명이 범상치 않다.

우선 팀의 막내 격인 봉길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극 중 성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후반부 봉길의 성이 ‘윤씨’인 것을 알게되는 장면이 있다. 그렇다 성까지 합치면 윤봉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조선의 독립운동가인 윤봉길 의사와 같은 이름이다.

그렇다, 봉길을 비롯한 다른 배역들의 이름 모두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에서 따왔다.

봉길이 ‘신엄마’로 모시는 이화림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이화림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의용대 여자복무단 부대장으로 활동하며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한 의료인이자 독립운동가로 김구, 이봉창, 윤봉길 등과 한인애국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윤봉길이 훙커우 공원에서 도시락 폭탄을 던질 때는 부부로 위장하여 사전답사를 하는 등 함께 활동했는데, 영화 속에서 화림이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것과는 달리 실제 이화림은 일본어에 능통하지 못했다고.

때문에 거사 당일에는 일본에게 발각될 것을 우려해 윤봉길만이 식장으로 들어섰다고 한다. 참고로 영화 속 화림의 차 번호는 ‘0301’, 1919년 일어났던 3.1운동을 시사한다.

최민식이 연기한 김상덕은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독립청년단 대표로서 2·8 독립선언을 주도했고, 해방 이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으로 친일파 청산에 앞장선 인물이다.

김상덕의 호는 ‘영주(令州)’인데,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의 고향이 바로 경북 영주라는 사실. 물론 영주시는 김상덕의 호와는 다른 한자 ‘榮州’로 표기하지만, 아무래도 연관성을 무시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영화 속 김상덕의 차 번호는 ‘0815’로 광복절을 연상케 한다.

유해진이 연기한 고영근은 본래 보부상 단체인 황국협회의 부회장이었으나, 해당 협회가 수구파의 폭력단체로 전락하자 탈퇴 후 만민공동회와 독립협회에 가담해 근대개화 개혁 운동을 추진한 인물이다.

이후 만민공동회에서 회장으로 추대되었으며, 독립협회 부회장을 맡는 등 독립 운동의 중심축으로 활약했는데, 1903년 윤효정과 협력하여 명성황후 살해에 가담했던 우범선을 처단했다. 영화 속 고영근의 차 번호는 ‘1945’, 광복을 맞이한 그 해이다.

뿐만 아니다. 후반부 등장해 묘벤저스에게 큰 도움을 주는 두 명의 무속인 오광심(김선영)과 박자혜(아역배우 김지안)의 배역 명 역시 실제 독립운동가였던 두 여성의 이름에서 따왔다.

오광심은 만주 지역과의 연락을 담당한 독립운동가로 민족혁명당 부녀부, 대한애국부인회,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임시정부 군무부 등에서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으며, 신흥무관학교 출신 독립운동가인 김학규의 아내이기도 하다.

박자혜는 궁녀 출신으로 신교육을 받고 조선총독부의원 간호사로 일했는데, 3.1운동 당시 많은 부상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간우회를 창설하여 독립운동을 벌였고, 이후 신채호와 결혼하여 독립운동을 지원하게 된다.

이같은 정보들은 개봉 전 알려진 사항이 아니지만 눈치 빠르고 역사에 관심 많은 관객들에 의해 널리 알려지고 있는 중이다. 작품에 등장한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정보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좀 더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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