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로다주가 박찬욱 감독의 신작에서 놀라운 연기 변신을 펼친다.
‘동조자’로 돌아온 박찬욱 감독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인 단순한 드라마는 아닙니다. 각색할 때도 부조리를 중요시했고, 배우들에게도 겉과 완전히 반대되는 의미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HBO 오리지널 시리즈 ‘동조자'(The Sympathizer) 언론시사회 후 열린 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이같이 말했다. 언론시사회에서는 국내서 쿠팡플레이로 공개하는 ‘동조자’의 1, 2편이 상영됐다.
‘동조자’는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호아 쉬안데)이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기다.
이 작품은 2016년 퓰리처상 수상으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베트남전쟁 직후 베트남과 미국 사회의 이면을 이중간첩 스파이인 주인공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내용이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극중 주인공은 ‘모든 일의 양면을 보는 저주를 받았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런데 보통 두 개의 관점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건 능력으로, 축복인 것으로 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저는 저주를 받았다고 표현했는데, 그런 사람은 분열되기가 쉽다. 양쪽 입장을 다 이해한다는 건 어느 쪽에도 설 수 없고 명쾌하게 하나의 입장을 취해서 편을 들 수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이쪽도 저쪽도 이해됐을 때 이념 대립, 분단 등 양편이 극단적으로 투쟁하는 상황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감독은 이를 통해 경계인이자, 주변인으로 딜레마에 빠진 인물의 상황을 ‘저주’라고 표현한 이유를 설명했다.
‘동조자’는 박찬욱 감독이 박해일 탕웨이 주연의 영화 ‘헤어질 결심'(2022년) 이후 선보이는 작품이자 2018년 방영된 BBC ‘리틀 드러머 걸’에 이어 두 번째로 연출한 글로벌 TV 시리즈로 주목받았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한국감독이 1970년대 베트남과 미국에 시선을 뒀다는 점에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박 감독은 “베트남인도, 미국인도 아닌 사람으로 가질 수 있는 거리감이 있다”면서 “(베트남과)근현대사의 공통점을 가진 나라의 국민으로서 동병상련의 마음도 있고, 주인공이 미국의 대중문화에 매몰된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 저의 정체성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일감독이 한국의 역사를 다룬 이야기를 만들겠다고 하면 비웃기보다는 궁금할 것”이라면서 한국인으로서 베트남의 역사를 다룬 원작에 관한 시리즈를 만들 때 “저에게는 원작이 있지 않나. 원작자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의도에 대해 알 수 있었고, 객관적인 시선에 존중을 담고, 영화적인 표현을 구사해서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은 ‘동조자’의 공동 쇼러너(co-showrunner)이자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제작, 각본, 연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총 7부작으로 이뤄진 ‘동조자’에서 박 감독은 전반인 1~3편의 연출을 맡았다. 나머지 편은 브라질 출신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4편)과 영국 감독 마크 먼든(5~7편)이 나눠 연출했다.
“연출을 다 하고 싶었는데 무리였습니다. 각본을 아무리 열심히 써 놓는다고 해도 변수가 등장하더라고요. 다른 감독을 기용하는 것도 쇼러너가 하는 일이라서 좋은 감독님을 모셨어요. 자주 소통하고 제가 각본을 쓰지 않을 때는 현장에 가서 모니터링하면서 의논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박 감독은 “네 번째 에피소드는 독립되는 내용이라 저와는 반대되는 스타일의 감독을 모셨다”면서 “4편을 빼놓고는 한 감독이 만든 것 같은 균일한 톤으로 후반작업을 했다”고 덧붙였다.
● 로다주, 1인4역을 맡은 이유
‘동조자’에는 두 개의 얼굴을, 두 개의 마음을 가진 스파이 역할의 주인공 대위 역의 호아 쉬안데를 중심으로 1인4역을 소화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한국계 배우인 산드라 오 등이 출연한다. 특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한 작품에서 CIA 요원, 교수, 국회의원, 영화감독까지 4역을 소화했다고 알려져 놀라움을 안겼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은 인물은 미국의 시스템을 보여주는 네 개의 얼굴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은 하나의 존재인 거죠. 그 점을 분명히 하고 싶어서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미친 소리 한다고 할까 봐 조심스러웠는데 다행히 반응도 좋았고요.”
박 감독은 “다양한 역할이 각각 구별되도록, 개성 강하게 연기 해낼 수 있는 백인 중년 남성을 떠올렸는데, 희한하게 프로듀서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면서 “큰 기대 없이 일단 (로다주에게)대본을 보냈는데 금방 하겠다는 의사를 보내서 신났다”고 웃었다.
미국에서는 HBO와 스트리밍 플랫폼 맥스를 통해 공개하는 ‘동조자’는 국내서는 지난 4월15일 쿠팡플레이를 통해 1회가 공개됐다. 매주 월요일마다 1편씩 새로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한국계 배우 산드라 오는 소피아 모리 역으로 출연한다. 사진제공=H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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