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미끼와 떡밥들, 두뇌 풀가동 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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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가 알고싶다, 장재현 감독이 던진 ‘미끼’와 ‘떡밥’들

(스포일러가 포함 돼 있습니다)

개봉 11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 중인 장재현 감독의 ‘파묘’는 영화를 본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이 잇따르면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2월22일 개봉한 ‘파묘'(제작 쇼박스)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하면서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무속인 화림(김고은)과 그의 파트너 봉길(이도현)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작품이다.

풍수지리와 무속신앙 등 토속적인 소재를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는 오컬트 장르에 녹인 ‘파묘’는 항일의 메시지를 곳곳에 심어 관객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영화의 숨겨진 의미와 ‘떡밥’은 관객들의 두뇌를 그야말로 ‘풀가동’시켰다.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는 영화의 상징적인 장면들에 대한 의미를 찾는 관객들의 풀이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이 때문에 ‘파묘’의 세계를 창조한 장재현 감독의 말에도 많은 이들이 집중했다.

●’파묘’의 시작은?

장재현 감독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출발한다.

장 감독은 앞서 1월17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아주 어렸을 때 맨날 밟고 올라가고 놀던 묘가 있었다.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그 묘를 이장하는 것을 구경했다. 100년 정도 넘은 묘였다. 그 무덤을 사람들이 직접 팠는데, 흙냄새와 색깔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면서 “그 안에서 뭐가 나올까 호기심과 무서움 등 복합적인 감정이 있었다. 제가 관을 좋아한다. 영화를 찍을 때도 관을 찍으면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그때의 기억을 영화에 담아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파묘’는 공개 전부터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 ‘검은 사제들'(2015년)과 사이비 종교의 비리를 추적하는 ‘사바하'(2019년)를 통해 K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해온 장재현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받았다. 장 감독은 천주교, 불교로부터 출발한 밀교 등 종교를 소재로 마니아층이 열광하는 오컬트 장르의 영역을 대중적으로 넓힌 연출자다.

그러나 장 감독은 ‘파묘’에 대해 “종교에 관한 영화는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과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며 전작과는 다른 작품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파묘’만의 다른 점도 설명했다. 그는 “‘파묘’를 만들 때 코로나가 터졌다. 그 당시 극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영화를 봤다”면서 “그때 영화관에 와서 꼭 봐야 하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플하고, 직관적이고, 체험적인 영화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장재현 감독은 장례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해 1년 동안 실제 장의사와 함께 일하며 파묘와 이장에 직접 참여했다. 그때 영화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장 감독은 2월20일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장을 수십번 따라다니면서 그냥 무덤을 파서 꺼내는 것 외에 무엇인가 있을까 고민했다”면서 “과거의 잘못된 뭔가를 꺼내서 그것을 깨끗이 없애는 정서가 어느 날 (나에게)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땅,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상처와 트라우마가 많다”면서 “그걸 재밌는 영화로 만들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다“고 돌이켰다.

●’험한 것’에 대한 고민

영화는 전반부와 중후반부의 결을 달리한다.

전반부에서 조부의 혼령 박근현(전진기)이 우리가 익히 아는 귀신의 모습처럼 등장한다면, 중후반부에 나타나는 정령인 ‘험한 것’은 다르다. 노골적인 형상이 전면에 드러난다.

근처만 가도 화를 면할 수 없는 ‘험한 것’은 일본의 대표적인 요괴 캐릭터를 형상화한 것으로, 키 2m40cm에 달하는 ‘팔척장군’의 비주얼로 표현됐다. 혼령과 다르게 물리적인 실체가 있고, 사람을 직접 해할 수 있을 정도로 파괴력을 지녔다.

이에 대해 장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내내 고민이 많았던 지점이었다”고 털어놨다.

우선 한 발자국 더 나아가고 싶었어요. 그냥 재밌는 유령 영화를 만들면 괜찮을 수 있지만, 불편하더라도 한 발자국 더 나가는 것이 이 영화를 만드는 원동력이었습니다. 중간에 왜색적인 뱀 형상의 등장으로 완충 작용을 하려고 했어요. 뱀파이어, 미라, 강시 영화는 보는데 옆 나라에서 건너온 것은 어떻게 하면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관객들이 선입견 없이 봐주시길 바랄 뿐이에요.” (기자간담회에서)

●CG를 최소화하는 이유

장재현 감독은 2월23일 인터뷰에서 ‘파묘’를 통해 가장 듣고 싶은 말로 “발전했다”를 꼽았다.

그는 “기존의 좋았던 것들을 섞어서 보여주는 감독은 되고 싶지 않다”면서 “새롭고 도전하고 어떻게든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저의 욕망이다. 그렇지 못할 거면 아마 다른 일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파묘’는 그의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결의 작품으로 탄생했다.

인터뷰에서 CG(컴퓨터 그래픽)를 최대한 절제하는 연출을 고수하는 이유도 공개했다. 장 감독은 ‘파묘’를 “땅에 발을 딛고 있는 판타지”라고 정의했다. 그렇기 때문에 “CG에 한번 의존하기 시작하면 정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CG효과를 넣기 위한 배경인)블루 매트가 깔려 있으면 분위기가 잡히기 않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오케이’를 하기가 어렵다”면서 “감독의 1순위는 배우들이 자신의 최대치를 뽑아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제로 보이게 하고, 그 연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내 연출관이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영화 속 등장하는 도깨비불 형상화 역시 CG를 사용하지 않았다.

제작진은 키가 2m40cm에 달하는 ‘험한 것’이 웅크렸을 때 정도의 불을 손수 만들었다. 장 감독은 “가스불로 하냐, 기름불로 하냐, 섞어서 하냐에 따라서 불 색깔이 달라진다”면서 “불 색깔을 맞추고 크레인과 와이어로 움직여 밑에서 (제작진이)균형을 잡고 돌리기도 했다. 실제 불의 에너지를 담아 배우들이 그걸 보고 연기할 수 있게 했다. 이후 CG로 리터치 정도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 감독은 이 장면이 “아마 영화에서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들었을 것”이라고 돌이켰다. 그는 “크레인 두 대가 들어오려면 길을 까는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기반을 만드는 작업이 힘들었다”고 했다.

●’험한 것’과 박지용 역할 캐스팅

CG를 최소화하는 연출 방식은 캐스팅에서도 적용됐다. ‘험한 것’, 즉 정령의 비주얼은 배우와 농구선수, 두 명의 합작을 통해 탄생했다.

배우 김민준이 특수분장을 하고 정령을 연기했다. 정령의 전체적인 체형은 신장이 2m20cm인 농구선수 출신 김병오의 외형을 활용했다. 얼굴이 집중적으로 보이는 타이트 컷은 김민준이, 정령의 전체 모습이 나오는 풀 샷은 김병오가 각각 맡았다.

장재현 감독은 인터뷰에서 ‘험한 것’은 일본배우인 와타나베 켄의 이미지를 떠올려 섭외하려고 했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와나타베 켄이 아닌 김민준을 선택한 과정에 대해 장 감독은 “김민준과 같은 동네에 산다. 밤에 산책하다가 우연히 마주쳤다. 그때 ‘저 사람이다!’ 싶었다. (김민준은)와타나베 켄의 젊은 이미지였다“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3대째 집안에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고 있어 화림에게 도움을 구하는 박지용 역의 캐스팅 과정 역시 흥미롭다.

박지용을 연기한 김재철은 극 초반부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로, 상덕, 화림, 영근, 봉길을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끌어들인다. 특히 조부의 혼령이 몸에 들어온 박지용은 목을 꺾은 뒤 상덕에게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상징적인 말을 내뱉는다.

장재현 감독은 지난 6일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과 함께 진행한 관객과의 대화(GV)에서 “목이 잘 돌아가서 캐스팅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장 감독은 “(김재철은)실제로 목이 많이 돌아간다. 덕분에 CG 한 컷 정도 비용을 아꼈다”면서 원래 박지용 역할에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와 조율 중”이었다고 말했다. 김재철은 두 번째 후보였다. 하지만 장 감독은 “원석이고, 지금 터트릴 때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캐스팅 이유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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